▲ 하 상 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산에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나를 보고 반갑다고 손을 흔들어 준다. 신록이 짙어지며 친구들은 각자 본래의 제 모습을 찾은 것 같다. 친구들 모습 하나 하나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만 하다. 어떻게 이렇게 하나같이 다른 모습일까. 자라온 여건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산기슭에서 자란 나무와 바위틈에서 자란 나무, 골짜기에서 자란 나무들이 모두 다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산 속 나무들은 서로 다르지만 한 가족으로 어울리며 잘 살아간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전 세계 75억 인구 중에서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무와는 다르게 사람은 같이 어울려 살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자체로 존귀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함으로 얼마나 많은 불행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르지만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것은 사랑과 공감이다. 아마도 사람은 나무들과는 다르게 서로 사랑하고 공감해 줄 때만 하나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A씨는 여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남들과 성에 대한 태도가 다르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보려고 무척 노력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 돈도 벌었고 공부도 많이 해서 주변의 인정도 받았다. 그런데 젊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점점 나이가 들다보니 동성 파트너를 만나기가 더 어렵게 되었다. 오랫동안 만났던 파트너와도 헤어졌다.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갑자기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찾아오고, 무력감과 우울감이 몰려왔다. 우울증 약조차 먹기가 싫어졌다. 사막 한 가운데 혼자 남겨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두려워졌고 죽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필자는 동성애에 대한 도덕적인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한 인간으로 그녀를 바라보려고 했다.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겪어야 했을 그녀의 고통, 그것을 극복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했던 그녀의 성취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위로도, 의미도 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죽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비판하지 않고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온 한 여인을 예수님께서 아무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 주셨던 것처럼, 한 인간으로 그녀를 받아들여 주어야만 했다. 그녀는 마음이 진정되는 대로 병원에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녀를 혼자 둘 수 없고, 누군가가 주변에서 그녀를 도와 줄만한 사회적 지지망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대인관계는 성적 파트너로서 만의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동성만이 아닌 여러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를 더 많이 만들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세상을 위해 보람 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설 때 성적 편향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그녀가 먼저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서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숲속의 나무들처럼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려 살 수 있었으면 한다. 앞에 놓여 있는 우울증과 자살충동의 강을 건너고, 동성애의 산을 넘어, 지금보다 더 나은 복된 삶이 주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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