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교수(감신대), 한국교회와 인권감수성 교육-<2018 한국교회 인권교육 실태조사> 중심으로 살펴보다

“학교와 학원에서 업적 위주의 경쟁을 경험하는 아동에게 교회가 또 다른 경쟁의 장이 되는 것은,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교회 공동체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가 6월 4일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가진 2019한국교회 인권정책협의회. 맨 우측이 이은경 교수.

1. 한국교회의 ‘인권감수성’ 실태를 조사하다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류는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이며, 이것이 무시되었을 때 얼마나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에 대한 전 인류의 반성을 촉구하고, 모든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1948년 12월 10일 당시 58개의 유엔 가입국 중에 50개국의 찬성으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UDHR)’을 채택하였으며, 이후 70여 년이 흘렀다. 2018년 7월 현재, 우리나라는 7개의 국제인권조약4)에 비준하였으며, 1991년에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였다. 198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은 국제인권조약 중에서도 가장 빨리 발효된 조약일 뿐만 아니라, 193개의 유엔회원국보다도 많은 196개국에서 비준한 조약이기도 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동권리는 국제사회가 가장 보편적으로 합의한 인권”5)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모든 이들을 자매와 형제로 여기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는 아동의 인권을 잘 지키고 있을까? 다시 말해 교회에서 아동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까? 이런 물음을 갖고 작년(2018년) 4월부터 12월까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공동 협력 사업으로, <2018 한국교회 인권교육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가 실시되었다. 기독교교육학자, 목회자, 신학자, 인권전문가, 평화활동가들로 구성된 9명의 연구위원들과 2명의 자문위원으로 연구팀이 구성되었으며, 필자 역시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2. 분석 대상 선정

이러한 취지로 개신교회 3곳(기감, 기장, 예장 통합측)과 선교단체 2곳(파이디온선교회, 한국어린이전도협회)의 2018년도 여름성경학교 교재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대상으로 선정한 총 5개의 교회와 선교단체의 교재는 연령별, 주제별로 다양한 층위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번 <실태조사>는 교계에서 진행되는 첫 번째 작업이며, 한정된 기간 내에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서 각 교단의 교회교육의 중심이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여름성경학교 교재를 택했으며, 그중에서도 아동부에 한정하여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였다.
 

3. 한국교회 인권감수성 실태조사 결과

본 <실태조사>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교회교육 교재가 인권의 측면에서 볼 때,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에 분석대상으로 삼은 교재들은 상업성을 목적으로 한 인쇄물과 비교하여 비인권적 혹은 반인권적 내용을 그리 많이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둘째, 예장 통합과 기장 교단의 경우에는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교재를 발행하고, 청소년을 위한 교재를 별도로 집필한 것, 그리고 소속 교단의 그해 주제에 맞추어 여름성경학교 주제를 선정하고, 모든 부서에서 같은 성서 본문을 사용한 점은 작게는 한 공동체, 넓게는 교단 전체가 같은 주제의식과 목적을 가지고 같은 신앙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에 있어서 매우 유의미한 작업이라 판단되었다. 또한 예장 통합의 경우, ‘마을’이라는 공적 장소의 개념을 통해 세상을 향한 교회의 섬김, 책임성, 그리고 현재성을 담보한 부분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셋째, 대부분의 교재가 예배, 성경공부, 학습활동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집필된 점도 매우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선교단체의 경우에는 상당히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참여자와 교사 모두 이해하기 쉽고 진행하기 쉬운 수준으로 집필된 것은 큰 장점이었다. 또한 교회의 크기와 상관없이 상황에 맞게 진행할 수 있는 활동들을 많이 제시하고, 전반적으로 활동 중심으로 교재를 구성함으로써 아동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동의 발달수준을 고려한 매우 탁월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본 <실태조사>를 통해 다음과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현재 한국사회 내에서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으며, 아동기의 신앙교육이 기독교교육 전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교회의 신앙교육 교재가 보다 더 인권친화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할 한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의 교재가 성서에 나타난 본래적인 인권적 내용을 긍정적으로 담고 있었지만, 교사가 실제로 그것을 교육 활동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세부적인 인권 가이드는 부족했고, 그에 따라 교재를 활용하는 교사의 인권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교회뿐 아니라 일반 학교의 교사들도 인권에 대한 기본적 개념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교재 집필자들의 수고와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지점이다.
 

4. 학습자의 수준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내용이나 사례 제시

아동 인권에 있어서 장벽이 되는 것은 아동과 청소년이 미성숙한 존재라는 관점이다. 인권교육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은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소재를 활용하여 설명하고 나누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 영역에서는 특히 사례, 성서구절, 삽화, 용어 등이 아동이 경험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반인권적으로 부적절하게 제시된 경우들을 살펴보았다.

(1) 아동에 대한 대상화와 주체성에 대한 고려 부족

“…알려 준대요. 비밀을 알고 싶은 친구들은 꼭 여름성경학교에 참여해야겠지요”, “그래서 이번 여름성경학교에서는 여러분 모두를 다 영웅, 히어로(hero)로 만들어 주려고 해요” 등의 표현은 아동의 의지와 자발성을 존중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하나님, 지금까지는 나 스스로 내 인생을 결정하려 할 때가 많았어요”, ‘예수님이 주시는 위로와 새 힘을 기대하며 편지’를 쓰도록 한 것은 역시 은혜에 대한 적극적 응답이 아닌 수동적 행위가 될 위험이 있다.

예수님으로부터 내가 듣고 싶은 말 혹은 친구에게 힘이 되는 말을 적는 등 아동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대체할 것을 제안한다.

(2) 빈번한 외국어(영어) 사용과 어려운 한자어 사용

성경학교 주제에서부터, 교재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영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용기 level up! Heros”, “바이블 하이 탐험대, 빛으로 하이팟~”, “탐험 대원 클리어 파일” 등은 영어에 대한 사대주의적 편견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교재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을 염두에 둘 때, 영어를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아동용 교재에 추가적인 단어 설명 없이 성서에 등장하는 경건, 정결 등의 어려운 한자어가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영어나 한자어의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부득이할 때에는 그 의도와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게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영어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과 그로 인한 사교육의 왜곡 등이 문제가 되는 현실 속에서 교회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견지하고,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3) 지나친 죄책감 유발

‘말씀을 따라 새로워져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나 또는 어린이 이름’을 적도록 지시한 것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혹은 자신을 자책하게 만들면서 아동들에게 지나친 죄책감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오렌지나무가 뿌리 병에 걸린 것을 예로 들면서,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았다면 뿌리 병에 걸린 나무처럼, 여러분의 죄로 인해 하나님께 벌 받아 멸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은 아직 신앙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아동으로 하여금 자신의 신앙을 평가하도록 강요하면서, 신앙의 문제를 죄와 연결함으로써 신앙의 의미를 왜곡시키고 있다. 또한 하나님의 이미지를 벌주시는 무서운 분 혹은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이미지만을 주입할 우려가 있다.

이 시기의 아동에게는 교리적 내용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자기 자신과 신앙에 대한 주체적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개인의 잘잘못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새로워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맞춰 질문을 새롭게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4) 신체적 고통에 대한 인내

아동학대로까지 여겨질 수 있는 사례로, ‘얼음티셔츠 입기 활동’이 있었다. 조금만 잘 참고 견디면 하나님이 주시는 힘으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며, 제한 시간 동안 쟁반에 놓여 있는 꽁꽁 언 티셔츠를 빨리 펼쳐서 입는 활동이었다. 아동들에게 냉기를 참고 얼음 티셔츠를 끝까지 입어보게 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신체적 고통을 참고 인내하게 하는 활동은 아동에 대한 학대로 여겨질 수도 있다.

(5) 경쟁 위주의 활동과 평가

두 개 이상의 조로 나누어 카드를 많이 뒤집고, 시간이 짧고, 먼저 완성하고, 가장 많이 무엇인가를 하고, 심어지는 말씀을 먼저 암송한 조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상품을 지급하고, 점수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는 등의 경쟁적 활동이 거의 모든 교재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학교와 학원에서 업적 위주의 경쟁을 경험하는 아동에게 교회가 또 다른 경쟁의 장이 되는 것은,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교회 공동체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아동에게는 좌절감과 분노를 일으킬 수 있고, 더 나아가 공동체성을 파괴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경쟁과 우열에 따른 보상보다는 공동체성과 협동에 초점을 둔 평가방식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4. 마치며

교회교육, 특히 신앙교육 교재를 인권의 측면에서 들여다보는 작업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1차적으로는 성서가 쓰인 시대적 한계에서 비롯되는 어려움이 있으며, 다음으로는 성서의 번역과 그 표현들이 지금의 시대와 맞지 않음으로써 교회교육 현장에서 학습자에게 적절하게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까닭에, 성서 속 이야기와 언어를 아동의 수준에 맞게 바꾸고, 아동들이 자신이 속한 또래 집답, 교회공동체 그리고 사회에서 만나는 이들의 존엄을 인정하고, 서로가 그것을 존중하도록 이끄는 인권친화적 성서연구와 교재 집필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다.

현재 근본주의적 개신교의 차별과 혐오는 교회교육 안에서의 인권감수성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성서문자주의를 바탕으로 한 고정관념은 오랫동안 한국교회의 인권의식을 후퇴시켜왔다. 하지만 인권감수성이 충분히 반영된 교재를 통해 교육받은 신앙인은 성서의 맥락을 이해하고, 성서문자주의를 넘어 성서가 말하는 인권적이고 신앙적인 가치,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통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른 신앙의 눈으로 성서의 메시지를 읽고, 선포하는 일은 인간에 대한 존엄과 평등의 가치를 존중하고 나아가 다양한 이웃을 환대하고 포용하는 기독교 정신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때 비로소 교회교육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고, 이것을 통해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길에는 많은 수고가 필요할 것이며, 나와는 다른 관점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픔과 시련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회가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듯이, 교회의 인권감수성 교육은 이제 한국교회가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교회는 사랑과 환대, 그리고 연대의 공동체이며, 이에 따른 교육과 가치를 전달할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이 내용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가 6월 4일 가진 2019한국교회 인권정책협의회에서 발제한 내용을 축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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