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환 목사의 독서 이야기 [98] <사랑아 피를 토하라>

▲ 장석환 목사
하늘기쁨목회자
독서회대표
하늘기쁨교회 담임

사람 이야기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사람의 삶은 많은 것으로 구성되는데 어떤 것도 한 사람을 제대로 다 담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소설이 픽션이지만 역사책이나 다른 것으로도 담을 수 없는 부분을 조금 더 소화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가 소설로 다시 살아나는 것이지요. 

이번에 독서회에서 함께 읽은 책은 <사랑아 피를 토하라>(한승원 저 박하 간행)입니다. 비교적 평가가 후하게 나왔습니다. 이 책은 명창 임방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임방울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저자는 임방울의 일생을 그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조합하여 재창조했다고 말합니다. 그의 조합은 실제적 인간 임방울에 대해 조금 그릇된 정보를 줄 수는 있지만 임방울을 포함한 많은 명창과 사람의 삶에 대해서는 실존적으로 잘 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전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 모티브가 된 사람 사는 이야기에 대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판소리에 대해 임방울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소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쑥대머리 음반이 당시에 100만 장이 넘게 팔렸다는 사실은 참 놀라울뿐입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잘 알고 있으나 또 누군가는 그렇게 모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임방울 명창은 타고난 소리꾼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처음부터 소리 하나는 타고났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그가 소리를 발전시키기 위해 많이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사실 없습니다.  

임방울 시대의 모습은 참 안타까움이 많이 보였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그렇게 한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가난과 무의미의 삶을 봅니다. 임방울이 많은 아내를 두는 모습과 가정을 돌보지 않는 모습도 당시에는 일반적인 현상이었겠으나 안타깝게 여겨지는 부분입니다. 대중의 한을 말하지만 가정의 한조차 풀어주지 못하고 쌓으며 살았으니 말입니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 산호의 죽음 앞에서 즉흥적으로 부르던 ‘앞산도 첩첩하고’를 읽으면서 저절로 눈물을 훔쳤습니다. 

시대적 아픔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그리고 전쟁 후의 사상적 인권유린의 모습이 아팠습니다. 일제 시대에는 빼앗긴 나라의 아픔이 전쟁 때에는 손이 곱다고 부르주아로 몰리는 모습이 전쟁 후 인권유린 시대에는 없는 빨갱이를 만들어내는 전기고문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임방울이 가장 의지해야 할 그의 조국에서 인권유린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임방울은 훌륭한 귀명창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도 생각해 봅니다. 임방울이 서편제를 배우고 동편제를 배우게 된 계기는 남국일이라는 귀명창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귀명참 김영란은 임방울에게 말합니다. “임 명창, 나는 시를 쓸 때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바라고 쓰는 것이 아니라우. 오직 한 사람, 내 시만이 가지고 있는 진짜로 아름답고 슬픈 맛과 아릿한 향기를 알아주는 그 한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라우. 다산 정약용부터가 그랬어라우. 선비가 책을 써서 전하는 것은 오직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을 얻기 위해서라고.” 그렇게 알아주는 한 사람의 귀명창은 더욱 훌륭한 명창을 만듭니다. 한 사람의 설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를 토하며 인생을 말하는 명창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또한 소리는 못하여도 피를 토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비록 모든 사람이 탁월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어도 모든 사람의 인생은 그 자체로 탁월합니다. 피상을 넘어 피를 토하는 진지함이 있을 때 그러합니다. 진리를 따라가는 신앙인이라면 더욱더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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