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군종장교 업무 관련 판례의 헌법해석의 법리는 한동대 사태에 그대로 적용 가능

▲ 이정훈 / 울산대학교, 법학교수

+ 정교분리의 개념
우리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 된다”라고 하여 국교의 부정과 정교분리를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헌법에서부터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였는데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분리하지 않고 동일조항에서 두 기본권을 보장하는 형태를 취했다. 1962년 헌법부터 양심의 자유와 독립된 조항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형태로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1) 한국헌법의 정교분리 원칙
한국 역시 전술한 것과 같이, 정교분리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헌법질서 내에서는 국교가 인정될 수도 없고, 국가권력이 종교에 대한 간섭을 하거나 특정 종교를 우대 또는 차별하는 정책수립 내지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통설이다. 한국법원의 대표적인 판결을 분석해 보자. 서울고등법원의 군종목사의 직무와 관련한 판결은 정교분리에 관한 중요한 쟁점을 다루고 있다.

‘군대 내에서 군종장교는 참모장교로서의 신분 뿐 아니라 성직자로서의 신분을 함께 가지고 소속종단으로부터 부여된 권한에 따라 설교·강론 또는 설법을 행하거나 종교의식 및 성례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비록 군종장교가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성직자의 신분에서 주재하는 종교활동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특정한 종교를 선전하거나 비판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는 종교상의 중립의무를 기대할 수 없는 반면, 일반 민간공동체에서와 마찬가지로 종교적 선전 및 타 종교에 대한 비판할 권리를 포함하는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볼 것이고, 특히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을 돕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종교교리를 해설함과 아울러 교리해석상 잘못된 부분을 지적함으로써 그 교리를 지키거나 신앙상의 혼란을 막고 신자들의 신앙을 보호하는 일은 군종목사의 핵심적 직무사항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군종목사들인 피고들이 이 사건 책자를 발행·배포하거나 설교를 하는 등으로 원고 교회를 비판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직무상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는 없다 할 것이다.’

위의 사건은 소위 개신교 교단이 이단이라고 규정한 한 종교단체의 군내 종교활동을 군종목사들이 공군참모총장의 지시로 통제하고, 설교와 출판을 통해 이단의 내용을 적시한 것을 원고가 군종목사의 신분이 국가공무원이라는 점을 들어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을 법원이 기각한 내용이다. 또한 법원은 위의 판결을 통해 특정 종교의 이단 여부를 판단하는데 국가가 개입할 여지가 없음을 명확히 하였으나, 군이라는 조직의 특수성과 군종장교의 직역 상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위법행위가 없었다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미국의 헌법해석론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종교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을 ‘정교분리’ 원칙의 내용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군종장교 제도를 국방부가 유지하고 있는 것이 정교분리 위반이 아닌 것은 바로 이러한 측면 때문이다. 한국의 헌법해석론도 정교분리 위반은 국가가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특정 종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처럼, 한국의 헌법해석론도 공공복리와 같은 세속적 목적이 아닌 종교적 목적을 갖는 공권력과 종교의 유착 관계는 정교분리 위반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군종장교의 경우, 이들의 임무 중 일부는 명백히 종교목적을 갖는다. 군종장교의 존재가 정교분리 위반이 아닌 것은 서울고등법원의 입장처럼, 군조직의 특수성에 있다. 넓게 보면, 군종장교 제도의 목적은 종교목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위협이 상존하는 군조직의 특수성 상, 군조직의 유지와 구성원의 정신건강 내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는 군장병들의 종교의 자유 보장 등 세속적 목적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국가의 종교관련성 여부가 정교분리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무조건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5천원권에 있는 주역의 4괘와 태극무늬가 종교의 자유 및 종교적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에 대하여 각하한 바 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특정 종교인들이 국가가 발행하는 지폐 또는 동전에 유학자나 불탑 등이 인쇄되는 것이 정교분리 위반의 소지 또는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의 법적 비합리성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불교관련 문화유산 또는 유교서원이 종교적 목적 없이 정부 간행물에 소개되거나 지폐에 인쇄 되는 등의 상황은 정교분리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위의 두 가지 판례와 헌법학계의 통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국법원의 ‘정교분리’ 원칙의 내용은 ① 정교분리는 국가의 특정 종교에 대한 우대와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② 정치와 종교의 사실상의 완전한 관계차단이 ‘정교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③ 정교분리 위반의 판단 기준은 공권력과 특정 종교의 사실 상의 협력관계 또는 관련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인용한 공군 군종장교 업무 관련 판례의 헌법해석의 법리는 한동대 사태에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교목은 교원의 자격을 가진 동시에 기독교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교리를 교육할 의무를 가진다. 학문의 자유의 영역과 별개로 기독교가 인정하는 정통교리 판단에 그 설교의 내용이 기속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정통 기독교 교리에서 일탈하거나 기독교 윤리에 반하는 내용의 교목의 설교에 대해 총장과 학교 당국이 제재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립대학의 자율성의 여역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이 부여한 권한을 넘어서 직접 이러한 사학의 종교의 자유와 대학 경영의 자율성에 간섭하고 침해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교분리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정교분리 조항의 기본권적 성격
우리 헌법 제20조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 된다”라고 하여 국교의 부정과 정교분리를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기본권규범으로서의 성격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본고는 기본권규범의 개념을 실정화 유형과 실정화 방식의 형식적 기준에 구속시키는 입장을 따르고 있음을 밝힌다. 기본권 개념의 형식적 기준을 따를 때, 헌법 제10조에서 제37조에 이르는 기본권 규정에 포함된 개인적 권리를 보장하는 문장이 기본권규정이라는 잠정적 정의를 내릴 수 있다.

본고는 정교분리 조항을 국교설립으로 인한 종교적 차별을 금지하여 종교로 인한 평등권 침해를 방지하고 공권력이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차별하는 방식으로 행사되어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일종의 평등권 보장 조항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본다. 이 조항을 규칙(rule) 형태의 규범문장으로 서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국교설립은 금지 된다.

(1-1) 국교설립을 통한 비국교도에 대한 차별은 금지 된다.

(2)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차별하는 공권력 행사는 금지 된다.

정교분리 조항과 공직자의 개인적 종교의 자유와의 법리적 관계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공직자로서의 신분과 자연인으로서의 개인을 구분해서 기본권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기본권제한은 기본권의 보호법익(자유/ 상태/ 일반법률상의 지위)과 기본권 원칙에 의해 부여된 잠정적 지위에 대한 제한이다. 공직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공직자가 아닌 사람들이 잠정적으로 확보하는 지위가 일부 제한될 수 있다.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있어, 즉 공직자의 직무수행은 공권력의 행사이므로 일반인이 향유하는 타종교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종교를 선교 또는 선전할 수 있는 자유 등의 잠정적 지위가 제한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직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직무수행, 즉 공권력의 행사와 무관한 개인적인 종교실행의 자유는 제한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의 경우도, 국교설립의 정책추진이나 자신의 직무수행에 따른 특정 종교 우대나 차별이 아닌, 공권력행사와 무관한 개인적 종교 실행의 자유는 일반인과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종교집회에서의 개인적인 종교발언 등과 같은 경우에, 대통령이라는 지위의 정치적 특수성으로 인해 신앙고백 등을 다른 종교를 신앙하는 국민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자제할 것을 대통령에게 요청하는 것은 정치적·도덕적 차원에서 고려될 수는 있으나 법적 관점에서는 이를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하겠다.

+ 소결
한국 교회는 교회와 정치가 분리된다는 왜곡된 정교분리 논리를 수용하여 정치적 문제에 교회가 침묵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정교분리는 특정 종교단체와 공권력의 정책적 유착을 금지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종교의 사회적 순기능을 헌법이 배제할 수 없으며 교회는 사회와 정치의 소금 역할을 하여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무신론에 기초하여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의 사회적 순기능마저도 완전히 박멸하자거나,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종교적 영향력을 소멸시키는 것이 정교분리의 실현인양 오도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서구의 법치와 헌정의 전통은 기독교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으며 정교분리의 헌법상의 원칙 또한 미국 헌법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다. 사립대학의 종교의 자유와 정치인의 종교의 자유가 근거 없는 “종교편향주장” 등에 의해 왜곡되고 침해되는 기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민주적 헌정질서의 발전을 위해 시민사회와 법의 영역에서 요청되고 있다고 하겠다.

* 이 내용은 6월 14일 한국사회발전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발제한 내용을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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