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기 위대한 수도사들이 남긴 글을 통해 오늘의 무지가 깨어진다

“누군가가 죄를 지어 집회가 열리고 그를 향해 판결을 내리자 한 원로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사람들이 그에게 “압바, 어디 가십니까?”라고 묻자
원로는 “저는 지금 막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 <사막의 지혜>로완 윌리암스 지음/
민경찬·이민희 옮김

4~5세기 활동한 위대한 수도사들이 남긴 글 중 어느 글을 읽더라도 분명하게 발견되는 특징 하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이란 구체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 이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활동이기에 관조나 묵상 혹은 ‘영적인 삶’에 대해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본문에서 말한다.

‘우리의 생명과 죽음은 이웃과 더불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형제를 얻으면 하느님을 얻지만, 형제를 걸려 넘어지게 한다면 그리스도를 거슬러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도사가 남긴 이 짧은 글 한 대목은 설교가가 몇 시간씩 설파하는 내용보다 훨씬 깊은 무엇을 끌어올리는 것 같다. 나와 너가 별개가 아닌 ‘우리’라는 속에 함께 있는 심오함 말이다.

“하느님과 친밀함을 이루는 삶이란 함께 더불어 사는 삶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과정이자 그 결실이라고 그들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사막 수도사들의 유산을 통해 우리는 주님을 찾고, 좇으며, 닮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으로서 공동체를 기도의 삶, 함께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새롭게 거듭나게 할 원천을 발견하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무명 모음집의 한 이야기에서도 누군가가 죄를 지어 집회가 열리고 그를 향해 판결을 내리자 한 원로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사람들이 그에게 “압바, 어디 가십니까?”라고 묻자 원로는 “저는 지금 막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라고 소개하는 글에서 지혜와 대면하게 한다.

압바 베사리온(이집트 출신, 4세기 말 활동)의 다음과 같은 일화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 사느라 달려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제가 죄 지은 어떤 형제를 교회 밖으로 쫓아냈다. 베사리온은 일어나 그와 따라 나가면서 말했다. 나 역시 죄인입니다.”

“한 형제가 압바 포이멘에게 물었다. ‘제 형제가 죄를 짓는 것을 보면 그것을 감추는 것이 옳은지요?’ 원로가 말했다. ‘우리가 우리 형제의 잘못을 감추는 바로 그 순간에 하느님께서 우리 자신의 잘못을 감추어 주시고, 우리가 우리 형제의 잘못을 드러내는 순간에 하느님께서도 우리의 잘못을 드러내십니다.’”

“몇몇 원로가 압바 포이멘에게 와서 물었다.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중에 조는 형제를 보면 우리가 그를 흔들어 깨워야 합니까?’ 포이멘이 대답했다. ‘나는 자고 있는 어떤 형제를 보면 그의 머리를 내 무릎 위에 누이고 그를 쉬게 할 것입니다.’”

로완 윌리암스는 사막 수도 생활의 핵심은 인간됨, 그리스도인 됨, 교회됨에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이웃 및 하느님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었다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맥락을 제거하면 이들의 이야기와 일화들은 결코 이해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사막 수도 전통의 유산인 금언들과 일화들을 꼼꼼히 살피고 역사적인 맥락을 되짚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특징, 그리스도인, 공동체, 교회란 무엇인지를 밝혀내고 있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