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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직쿠스’를 위해
박상문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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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호] 승인 2019.06.26  15: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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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직쿠스는 출판 노동자와 출판사, 더 넓게는 출판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도서 콘텐츠의 질 하락에도 상당히 큰 영향력을 주고 있다.


2015년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가 출판 노동자 50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출판 노동자의 근속 기간은 평균 3.1년이었다. 1년 미만은 11%, 1년 이상 3년 미만은 42.5%, 3년 이상 5년 미만은 26.3%, 5년 이상은 20.2%였다. 전체 종사자 중 연령대별로는 20대가 35.3%, 30대가 58.3%, 40대 이상이 6.4%였다. 2016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하반기 조사에서도 전체 종사자 중 30대는 55.4%, 40대 이상은 18.2%였다. 대체로 출판 노동자에게 ‘근속연수 3년, 실무 정년 40세’라는 말은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1,019개 출판사를 대상으로 한 「2017 출판산업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1~2인 출판사가 56.9%, 3~4인 출판사가 17.0%였다. 매출액 1억 원 미만의 출판사는 54.2%, 10억 원 미만의 출판사는 31.9%였다. 다시 말해 출판산업은 ‘10억 원 미만의 매출액을 가진 5인 미만의 개인 사업체가 76%를 차치하는 영세성을 특징’으로 한다.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산업에서 이직이 잦은 건 불가피한 현상이다. 출판 노동자들의 직업 만족도가 타 업종에 비해 높은 반면, 연봉이나 처우는 극히 열악하다. 따라서 ‘호모 이직쿠스’의 출현은 자신의 노동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직업 만족도가 높고 자신의 일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출판 노동자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기획과 편집, 마케팅과 디자인과 제작을 하고 싶어 한다. 누구도 3년마다 한 번씩 이삿짐을 싸고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에게 적응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호모 이직쿠스는 출판 노동자와 출판사, 더 넓게는 출판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도서 콘텐츠의 질 하락에도 상당히 큰 영향력을 주고 있다. 잦은 이직은 긴 호흡의 기획은 고사하고 당장 매출에 도움이 되는 책만 기계처럼 만들어내는 ‘제조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출판이 문화산업이라면 ‘제조업’이 아닌 ‘콘텐츠’를 기획·생산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출판 노동자나 출판사는 긴 호흡으로 편집이라는 업(業)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체력과 능력을 갖출 방법을 찾는 게 좋겠다. 연차가 쌓일수록, 그동안 한 일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기획과 감각을 무기로 장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출판 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어떤 노력이나 비용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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