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 형 은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역사에서는 망각과 미화를 피할 수 없다. 중요한 일이나 사람이 잊힌다.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탑승자는 모두 세 명이었다. 그 중 달에 내린 사람이 둘이다. 맨 먼저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은 아폴로 11호를 얘기할 때마다 사람들이 언급하지만 나머지 두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착륙선 이글의 조종사며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 발을 디딘 사람이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이다. 달에 착륙하지 않고 사령선에 남아 두 우주인을 기다린 사람이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름답게 치장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성화를 들 수 있다. 예컨대 크리스마스 사건을 보라. 예수의 부모 마리아와 요셉은 가난했다. 아기 예수를 위해 예물로 드린 것이 당시 가난한 사람들이 드리는 비둘기 두 마리였다. 크리스마스의 탄생을 주제로 삼은 그림들 중에서 마리아와 요셉에게 귀인의 옷을 입힌 것은 사실의 왜곡이다. 예수를 그린 성화들에서 예수의 얼굴과 손을 곱게 그린 것은 사실의 왜곡이다. 목수로 사셨던 나사렛 사람의 손이 고왔을 리가 없고 팔레스타인의 강렬한 햇볕 아래에서 산과 들과 바닷가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셨던 분의 얼굴 피부가 고왔을 리가 없다.

역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석하여 무엇을 배우려면 망각 속에 가라앉은 역사적 사실을 끌어올려야 하고 미화된 역사에서 치장된 더께를 걷어내야 한다. 이순신의 고뇌와 갈망을 그린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는 망각의 늪에 가라앉은 역사를 끄집어내고 미화된 영웅의 모습을 처절한 현실의 묘사로써 건져낸다. 이순신이 조선을 구한 것은 구름 위가 아니고 왕을 비롯한 사대부들의 횡포와 왜적의 침략으로 신음하는 현실이었다. 이순신은 자신의 몸뚱이가 던져져 있는 현실을 처절하게 직시한다. 그 현실은 어떤 계산으로 해도 절망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조선을 살려야 했고 그래서 살아야 했다. 죽음을 각오한 것은 살아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몸부림이었다.

역사의 흐름에서 살아남으려면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을 망각하면 안 되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미화하면 안 된다. 그런데 냉엄한 현실과 더불어 꼭 필요한 것이 살려는 의지다.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역사의 시간 흐름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의지다. 이것을 희망이라 부른다. 희망은 현실 상황을 따지는 계산에서 나오지 않는다. 희망은 무조건적인 생존의 갈망에 연결돼 있다. 기독교의 가르침으로 표현하면 미래를 희망으로 전망하는 믿음이다. 히브리서 11장 1절이 그런 내용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입니다.”

한일관계가 험하다. 북한과의 협상이나 대화가 난망인데,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얽혀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까지 복잡하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기업 경영자들이나 우리 사회 각 영역의 지도자들에게도 짐이 크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현재의 상황에 무관하지 않다. 이 시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서 우리나라와 앞날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두 가지를 붙잡아야 한다. 하나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정치인, 외교관, 기업인 등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까지 저마다 있는 자리에서 무섭도록 처절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남김없이 분석하고 치밀하게 위기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무조건적인 생존 의지다. 미래에 대한 절대 희망의 믿음 말이다. 여기에는 조건이 있을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야 한다. 나라와 민족이 지금보다 좋은 쪽으로 가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절대 명제다.

당연한 것 하나를 덧붙이자. 사실은 당연해서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 현재 우리에게 자칫하면 이 때문에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점이다. 이순신의 말을 빌리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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