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환 목사의 독서 이야기 [99] <당신의 계이름>
사람은 소통이 중요합니다. 소통을 위해 말을, 글을 배웁니다. 말과 글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매우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데 말과 글을 안다고 소통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더 끔찍한 일입니다. 상황은 매우 복잡합니다. 말과 글로 소통이 다 된다는 착각에서 겸손의 자리로 내려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목회자 독서회에서 함께 읽은 책은 <당신의 계이름>(이음 글, 쌤앤파커스 간행)입니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무난했으나 무난함 중에 조금 다양했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책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많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 소통이 안 된 것입니다. 책의 소제목이 ‘말이 닿지 못한 감정에 관하여’라고 말하는 것처럼 미묘한 내용을 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설명문처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겪은 소소한 이야기들입니다. 먼 옛날 사건들을 뛰어난 기억력과 정제된 언어로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과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작은 매력입니다. 자신이 겪은 지극히 사소한 사건에서 저자는 말이 다 담지 못하고 있는 그 이면에 대해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고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참으로 미묘한 통찰력입니다. 그러나 미묘하기에 많은 사람이 놓치는 것입니다. 미묘하지만 소통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그러한 것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교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은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염려입니다. 이해만 한다면 참으로 소통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좋은 감성과 통찰력을 주는 책입니다.
저자의 이야기는 알 듯 모를 듯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고 다시 생각할 때 말이 전하지 못하는 감정을 만나게 됩니다. 저자는 그래서 오히려 더 모호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많은 소통이 그러합니다. 한 편에서 설명이 부족하여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보다는 다른 편에서의 무관심이 소통을 더 많이 막습니다. 저자는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더 많은 설명을 하기보다는 독자가 한 걸음 다가오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조금은 독자가 다가서는 읽기가 필요합니다.
“아빠 뽈 차고 올게”, “이 꽃 참 예쁘지 않니?”, “공포 영화는 혼자 볼 수 없잖아”, “제가 너무 아파요” 등 저자가 들었던 말은 참으로 평범한 말입니다. 그러나 그 말에 상황이 더해졌을 때 참 가슴 아픈 말이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하며, 가슴이 먹먹한 말이고, 너무 자명한 말 같지만 전혀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말을 흘려들으면 안 되는데 흘려듣고, 그 말에 숨겨진 의미를 몰라 가슴을 아프게 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속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사랑하기 위해 얼마나 말하고 듣기에 더 신중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수학적 말 듣기에는 익숙하나 문학적 말 듣기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더욱더 그랬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한 가지 힌트를 주고 싶습니다. 한 단락을 읽고 나면 ‘이 내용이 말의 어떤 부분을 전달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였던 ‘말이 닿지 못한 감정에 관하여’ 하나씩 번뜩이는 통찰력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을 갖지 않으면 내용이 아니라 그냥 이야기만 읽다 끝날 것입니다. 인생에서 사건을 겪으면서 소통은 하지 못하고 일만 경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소통이 안 되면 사랑하려고 한 행동이 미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랑하려는 마음에 소통을 더해야 합니다. 난 소통의 해결은 어떤 면에서는 ‘더 깊은 사랑’, ‘신중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인내하는 더 깊은 사랑으로 소통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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