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성 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

한국의 기독교는 일본의 조선침략과 깊은 관련이 있다. 기독교가 들어오던 1885년 조선은 이미 열국들의 각축장이 되어 있었다. 특히 일찍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를 이룬 일본은 서양의 제국주의를 따라하며 먼저 조선을 먹으려 했다. 그 첫 시도가 1876년 윤요호 사건을 계기로 이루어진 강화도 조약이다. 강화도 조약은 쉽게 이야기해서 일본에 치외법권의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역사적 배경까지는 모르겠지만 이때 이미 조선의 운명은 깊이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894년 동학혁명에 일본군과 청군을 불러들인 것, 결국 1894-1895년에 청일전쟁을 조선 땅에서 치르게 된 것은 조선이 이미 무주공산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종황제는 조선의 살 길이 서양인들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선교사들을 가까이 두어서 그들을 의지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알렌, 언더우드, 헐버트, 에비슨 같은 선교사들이 고종의 정치적 고문이요 친구였고, 그의 어의이며 정치적 동지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들이 조선에 들어왔을 때가 모두 20대 였다는 것이다. 단지 에비슨만 30대를 넘어선 33살에 들어왔다. 벽안의 서양인들이 아무 연고도 없이 왔다가 20대에 조선의 운명을 책임지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20대의 청년들이 자신의 나라도 아니고 언어도 잘 통하지 아니하는 나라에서 이렇게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복음은 어쩌면 이렇게 뜻하지 않게 역사하게 된다.

유럽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을 보면 보통 복음은 함포와 함께 들어왔다. 즉 제국주의의 앞장을 서거나, 제국주의의 비호 아래 들어오게 된다. 유럽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복음을 경험하게 된다. 놀라운 것은 개신교 국가가 정복했던 나라들은 거의 다른 종교로 개종하게 된다. 전에 인도네시아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현지인이 설명하기를 그 나라는 네덜란드의 식민지를 450년을 했다는 것이다. 36년을 했다는 우리도 일제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450년을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다니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좀 이상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를 통해서 복음에 450년간 노출되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전 국민의 90% 정도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현지인에게 물었다. 네덜란드인들이 식민지배를 하면서 너무 혹독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방이 되고는 다 버렸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우리 가까운 인도, 필리핀 등지에서 벌어진다. 결국 총칼로는 복음을 전할 수 없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복음은 제국주의와 한 편이 아니라 제국주의에 반하는 세력이 되었다. 그래서 조선에는 서양의 힘이 필요했고 선교사들은 이런 조선의 요구에 응답하여 애국애족의 종교가 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그 시작부터 일제강점기가 지나기까지 이어졌다. 교회는 끊임없이 민족지도자들을 배출해 냈다. 교회에서 민족의식을 일깨우고 민족지도자들이 힘을 얻고 배양되었다.
우리가 알다시피 3.1운동은 결코 우연 가운데 생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천도교와 기독교의 연합으로, 특히 기독교의 조직과 열정이 이루어낸 민족과 세계의 사건이었다. 이것은 바로 그 동안 축적되어진 기독교의 역량이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으로 대표되는 민족복음화의 놀라운 사건은 바로 이러한 역량의 토대가 되었다. 즉 신앙이 바로 애국이라는 도식이 기독교 가운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 것이다.

이러한 고난의 역사가 있었기에 기독교는 이 땅에서 민족종교로 받아들여졌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를 위해 고난 받으셨다면, 한국교회는 민족을 위해 고난 받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이게 바로 한국교회가 이 땅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이다. 오늘날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혹자는 제2의 독립운동이라고 하기도 한다. 실은 기술독립, 경제독립을 요구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으로 볼 때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너무도 선명히 보인다. 이럴 때 십자가를 지는 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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