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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김조년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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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호] 승인 2019.08.14  1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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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조 년
한남대 명예교수

사실, 이 해방이란 말처럼 가슴 떨리고 기분이 좋으며 흥분되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특히 해방됐다는 말을 들을 때는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는 기분에 들뜨고 마냥 좋기만 하던 것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이리 해방되어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사실 해방되어 자유롭게 독립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지독하고 철저한 훈련 없이는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4년이 되지만 아직까지도 민족과 나라의 해방을 생각하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구약 성경의 출애굽기를 읽을 때, 왜 하나님은 해방되어 자유의 세계로 가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40년 동안이나 광야에서 온갖 고난을 다 겪게 하였을까? 그 때 그 글을 읽는 나도 하나님을 원망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하나님을 야속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더욱 긴 세월, 이스라엘 사람들의 광야 생활의 근 두 배에 가까운 세월을 엉거주춤 남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왜 이렇게 긴 세월을 허비했어야 하는가?

자기 자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의연하게 힘 있게 살아갈 힘이 없어서 남의 식민지로 전락한 역사를 가진 우리가, 왜 그 굴레로부터 벗어난 74년이 된 오늘까지도 남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이 되었는가? 군사동맹이란 이름 아래 스스로 국방을 책일 질 수 없는 나라, 세계의 경제대국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하면서 주요한 자원을 스스로 만들어 쓰는 것이 아니라 이웃 일본에 의존하거나 종속되어 있다는 나라, 한 민족끼리 평화롭게 살자고 하면서도 이웃의 눈치를 보거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라는 미국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를 받아야 하는 나라, 이러한 나라의 삶이 곧 해방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북미간의 관계와 일본이 우리를 향한 수출규제 조치로 들어난 온갖 종속체계를 보면서 새롭게 해방이란 것을 깊이 따지고 살피게 한다. 물론 현대는 유기적 사회요,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세계다. 이런 세계체계에서는 결코 어느 세력도 고립된 상태로 살 수는 없다. 긴밀한 유기관계와 소통관계를 살아간다. 이때는 세계분업체계로서 상당히 높은 차원의 상호관계 속에서 살게 된다. 이것은 일방종속과는 다른 상호종속이다. 자기 주체를 살리면서 상대를 최대한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한 것이 버그러지면 다른 것에도 같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이번 일본이 한국에 대하여 내린 수출 규제 조치는 상당한 부분 일방종속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우리 경제에 주는 파장이 매우 클 것이다. 물론 일본이나 주변 다른 나라에 주는 파장 역시 그만큼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조치를 한 것일까? 장기로 보아서 매우 어리석은 조치임이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지만, 짧게 보면 지나친 국가중심주의의 산물이라고 본다.

그러나 또 한 편 다르게 보면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제까지 쉬운 방법으로 남에게 의존하여 살아도 된다는 안이한 생각과 생활에 대한 강력한 경종이면서 깨우침을 주는 일이다. 군사, 문화, 경제, 정치면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상당한 수준의 독자노선과 독립노선을 확보할 기회를 가진 매우 귀한 사건이다. 일본을 미워할 것이 아니다. 긴 세월 스스로 자신을 세우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을 넘어, 이제 당당하게 내 발로 서겠다는 각오로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쟁을 잘 수행하기 위하여 강력한 군사무기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득만을 확보하기 위하여 보호무역주의로 퇴행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체계와 평화경제를 앞세운 자유무역체계로 나가야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스스로 설 수 있는 독립세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정치 군사 외교면에서 지나친 미국의존성을 극복하고, 경제면에서 일본과 중국과 미국에 의존하는 것을 줄이면서 당당하게 서서 공존, 공영할 수 있는 자력갱생의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미국을 위시하여 주변 나라들은 우리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자신들이 가지는 각종 이득을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우리는 남북한간의 새로운 관계를 가능한 한 독자노선으로 확보해 나갈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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