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승 진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사무국장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출판계에서 오래도록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사용되었는데, 이 말은 책을 읽음으로써 문화인이 되고, 지식인이 되고, 세계인이 된다는 뜻을 함의한다. 즉, 책을 통해 세계, 경제, 정치, 역사, 교육, 종교 등 세상의 지식을 만날 수 있고, 이 지식을 통해 우리는 진보를 이루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그렇게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고, 지금도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장 정확하고 가장 확실한 지식 전달의 수단이다. 그런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정작 ‘바보가 되라’고 가르치는 책이 있다. 다름 아닌 ‘성경(聖經)’이다.

우리는 성경을 배우고 묵상하고 그 말씀대로 살기로 서원하는 사람들, 곧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르고, 그들 중 특별히 성경을 가르치는 권위를 가진 사람들을 ‘목사’라고 부른다. 즉, 목사는 스스로 성경을 배우고 실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말씀을 깨닫고 또 성화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우며, 그리스도인의 표상(表象)이 되도록 애써야 할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오늘날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일부 목사들을 보면 성경의 가르침과는 완전히 배치된 모습이다. 성경을 연구하고 묵상하는 데도 부족함을 드러내기 일쑤이면서 정작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모르는 것이 없는 듯 간섭이다. 더 나아가 그런 오지랖이 특별한 성령님의 계시에 따른 것인 듯 망령된 언사를 쏟아놓기도 한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복이 세상에서 ‘만사형통(萬事亨通)’하거나 ‘무불통지(無不通知)’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 아닌데 그것을 과장하여 가르치더니, 심지어 정치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사탄의 자식이라고 규정하는 신성모독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목사들을 보며 그리스도인은 물론이고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조차 이렇게 묻는다. ‘네가 하나님이냐?’

최근 한국 사회는 극도로 양극화 된 모양새다. 정치, 사회, 문화를 가리지 않고 ‘진보’대 ‘보수’로 나뉘어서 상대를 향한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를 쏟아놓기 일쑤다. 그리고 그렇게 혐오를 내보이는 사람들마다, 그들이 디디고 선 땅이 어딘지와 상관없이, 모두 전지전능(全知全能)한 모습이다. 자신들이 모든 것을 다 아는데 거리낄 것이 무엇인가? 상대가 아는 것은 죄다 ‘가짜뉴스’인데 도대체 대화가 통할 리 없다. 아니 대화는커녕 사람으로 보이기는 할까? 그런데 그런 다툼의 현장에 언제나 십자가가 보인다. 예수의 이름으로 상대를 저주하고, 예수의 이름으로 세상의 권력을 쟁취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기복(祈福)을 축복(祝福)으로 바꾸어 놓은 한국교회의 잘못된 신앙 풍토에서 비롯되었다.

예수님은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라”고 하셨고, 또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 가지게 하라”고 하셨다(마 5:39~40). 심지어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44절)고까지 말씀하셨다. 마태복음에는 온통 ‘바보가 되는 길’에 대한 가르침으로 가득 차 있다. 예수님은 정말 우리가 바보가 되길 원하셨을까? 나는 예수님이 진실로 우리가 ‘바보가 되길 바라셨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수님이 우리가 세상이 바라는 권력자, 지식인, 부자 등이 되길 결코 원하지 않으신다고 믿는다. 오히려 하나님의 권세 앞에 두려워하고, 하나님의 지식 앞에 겸손하고, 하나님의 부요하심에 감사하는 ‘자녀’가 되길 바라셨다고 믿는다. 즉, 세상에서는 별 볼 일 없는 ‘바보’여도, 하나님께서 귀하게 여기는 ‘자녀’가 되라는 요청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교회의 강단에서 온전히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면 좋겠다. 한국 교회가 세상을 향해 다른 무엇이 아닌 복음을 선포하면 좋겠다. 미움과 다툼과 시기와 질투의 말이 아니라 사랑과 포용과 나눔과 희생의 복음이 선포되면 좋겠다. 그게 예수님이 성경을 통해 제시하신 ‘바보가 되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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