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승 준 작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의 가족 문제로 한 달 넘게 온 나라가 시끄럽다. 대학가에서 그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 학생들은 상복 차림으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죽었다”고 외치며 국화를 헌화한 뒤 장례식까지 치렀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의 말과 삶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과 현 정부의 구호와 나라를 운영하는 방식이 한없이 표리부동하다는 데 있으나 오직 당사자들만 이를 모르는 듯하다.

<맹자(孟子)> ‘공손추편(公孫丑篇)’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짊의 극치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절의 극치이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혜의 극치이다.”

가난한 사람, 고통 받는 사람, 힘없는 사람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들어 눈물이 나오는 것, 이것이 정의의 출발점이다. 정의란 이론과 추상의 세계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고통 받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며, 힘없는 사람과 함께 울어주는 것이 정의다. 나의 정의와 남의 정의가 다르고, 내 편의 정의와 네 편의 정의가 다르다면 그건 정의가 아니다. 

아모스는 유다 웃시야 왕 때에 활동하던 선지자다. 양떼를 몰고 이리저리 떠돌면서 꼴을 먹이며 지내던 그에게 어느 날 하나님께서 막중한 사명을 주셨다. 그는 하나님께 순종해서 무거운 짐을 진 채 혈혈단신 북이스라엘로 건너가 당당하게 하나님의 공의를 선포했다. 당시 북이스라엘은 솔로몬 왕 이후 최고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로보암 2세는 이 모든 공을 자신에게 돌리며 사치와 향락과 우상 숭배에 취해 버렸고, 권력을 쥔 자들과 부자들과 종교 지도자들 또한 심각한 도덕적 타락으로 빠져들었다. 아모스는 사마리아의 무절제한 생활과 외식적인 종교 의식과 부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들을 격렬하게 꾸짖었다.

“나는, 너희가 벌이는 절기 행사들이 싫다. 역겹다. 너희가 성회로 모여도 도무지 기쁘지 않다. 너희가 나에게 번제물이나 곡식제물을 바친다 해도, 내가 그 제물을 받지 않겠다. 너희가 화목제로 바치는 살진 짐승도 거들떠보지 않겠다. 시끄러운 너의 노랫소리를 나의 앞에서 집어치워라! 너의 거문고 소리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아모스 5장 21절~24절)

하나님의 공의는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일까? 공의(公義, right)란 히브리어 ‘체다카’로 선과 악을 정확하게 분별하고 공평하게 제재하는 하나님의 거룩한 성품을 의미한다. 즉 하나님의 완전하고 의로운 법을 기준으로 잘못된 것이나 잘된 것을 가감 없이 판단하고 심판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하나님께서 자신이 선택한 백성들이 마땅히 따르며 살도록 규정한 의로운 법은 공법(公法, justice)이다. 정의(正義, righteousness)란 히브리어 ‘미슈파트’로 하나님 앞에서 사람이 도덕적, 윤리적 기준에 따라 응당 지켜야 할 도리를 가리킨다. 성경에서는 오직 하나님만이 정의의 유일한 기준이다. 정의는 하나님의 성품이며 속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거창한 행사나 집회, 요란한 선전이나 구호가 아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은 자신의 공의가 바로 세워지고, 사람들 사이에 정의가 공기처럼 살아 있는 세상이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는 말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뼈를 깎는 자기 성찰과 욕망을 억누르는 실천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은 뜨거운 가슴과 진정한 눈물을 수반한다. 끝내 장관 자리에 오르고 만 조국 씨와 그를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의 장막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족한 건 말과 법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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