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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길에 허락하신 동행자들
유명애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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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호] 승인 2019.09.30  14: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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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명 애
화가, 예예동산 섬김이

최근 들어 쉼과 기도의 집 예예동산에 말기 암환자들이 몇 분 머물다 가셨다. 병원에서 퇴원 후, 서울의 아파트에서 지내기 어려운 분들이, 맑은 공기와 산책할 수 있는 숲 그리고 기도의 분위기가 있고, 비교적 무공해 재료로 준비되는 식탁으로 인해 이곳에 와서 머물게 되는 것이다. 환자들의 까다로운 식사와 병간호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으므로, 그런 경우 한 방에서 머물 수 있는 보호자가 함께 오셔야 한다. 중환자들과 한 집에서 지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삶을 살게 된 것은 마태복음 25장에서 말씀하신, 믿는 자가 가야할 길이라고 하심에 순종하여 이 길로 들어선 것이기에, 기도하며 그들의 어려움과 얼마 동안 동행하게 되는 것이다. 

암 환우들의 고통은 옆에서 보기에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불쌍하고 안타깝다. 안타깝게도 이곳에 다녀간 말기 암 환우들이 치유되고 완전해진 일은 아직 없다. 몇 년 전, 중국에서 2천만이 넘는 농인들을 품고 사역하고 있는 존경할 만한 믿음의 여인이 암 수술 후, 이곳에서 1년 2개월을 요양하며 지낸 일이 있었다. 일 년 만에 검진 결과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여 완치되었다고 우리 모두 환성을 지르며 기뻐하였다. 그러나 얼마 전 암이 다시 재발되어 심각한 고통을 또 겪고 있다. 혈루 병 앓던 여인이 주님의 옷자락에 손을 대어서 치유 받은 일을 붙잡고 그는 쇠약해진 몸인데도 금식기도를 하며 매달리고 있다. 결혼하지 않은 그에 게는 80 노모가 계시다. 그 어머니가 딸 곁에서 물로 기도하며 간호하고 계시다. 그가 보낸 글에는 어머니의 눈물을 보시고 치유해 주실 것을 믿는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광야같은 나그네 인생길–가난, 병마, 외로움, 좌절…. 그 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 길. 나 같은 모태 교인은 태어나면서부터 교회의 보호막(?) 속에서 평안하게 살아 온 셈이지만 이것이 결코 자랑할 것이 아님은 이 괴로운 인생길을 걷는 슬픈 동행자들의 아픔에 무감각하게 귀 막고 못 본 척하는 일이 적지 않다. 교회와 신앙인들의 참된 사명 중 하나는 인생들이 어려울 때 기댈 만한 동행자가 되어 주는 것이 아닐까!

올 추석 명절에도 예예동산에는 따뜻한 식탁과 가족이 필요한 분들이 오셔서 연휴를 함께 했다. 그분들 중에 오십대 중반인 후배 화가가 있었다. 그녀는 혼인하지 않았고, 미술학원을 운영하다가 이즈음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칠 필요가 없어진 문교정책 때문에 학원을 정리할 수밖에 없어 극빈자가 되어버린 여인이다. 영양실조로 병이 들어 죽을 것 같은 상태로 우리집에 왔는데, 2주일쯤 지나니 얼굴에 화색이 돌고 삶에 희망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기독교인인 그녀에게, “이 지경이 되도록 교회에서는 아무 도움도 못 받았느냐?” 물었다. 그러나 그녀가 다니고 있는 서초동의 그 우람한 대형교회에서는 이런 성도가 자기의 처지를 알리고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안식의 자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마태복음의 예수님의 마지막 천국에 대한 설교 중 결론이라고 볼 수 있는 마태복음 25장 31절 부터는,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으리니” 라고 시작된다. 최후 심판의 그 날, 교회 설교 중 흔히 “믿기만 하면”이라고 강조되던 천국행하고는 조금 다른 내용이 있어서 심각해진다. 이 나그네 길에서 주께 하지 않은 일로 인해 “저주를 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 된 영원한 불에 들어가라”라고 적혀 있다. “주께 하지 않은 일”, 이것이 인생의 결론을 좌우하는 것이다.

인생은 어떤 모양으로도 끝나게 되어 있다. 암에 걸렸든 사고가 났든, 또는 늙어서 수명이 다했든 끝이 있는 것이다. 끝을 향해 걸어가는 이 인생의 방대한 여정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사랑이 깃든, 기댈 수 있는 동행자”가 되어 주는 것이 아닐까! 가족이어도 좋고, 친구라도 좋고 부부라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이 아름다운 사랑의 숲 속에서 매 시간마다 정성 어린 애찬을 받았습니다. 제 선교사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추석 명절인 것 같습니다.” 이번 명절에 머물다 가신 한 손님이 방명록에 남기신 글이다. 이 가을 예예동산이 미약하지만, 외로운 이들의 동행자가 될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기쁘다. 여유가 있는 모든 기독교인들과 교회들이 이런 일을 함께 하여,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따뜻한 사랑의 안식처들이 각 처에 마련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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