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병인 가족상담연구소 소장

핵가족의 경우에는 아내의 직업 유무와 관계없이 남편이 어느 정도 육아를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남편이 부성을 몸에 익히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에게 어머니 이외의 어른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아버지와 자녀 양쪽 모두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 출산육아를 위해 남성들에게 출산 및 육아휴가의 혜택을 주는 회사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데 고무적인 현실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과제를 잘 해결해 나가지 못하면 불만이 생긴다. 또한 부부의 대화나 친밀함, 부부관계 등의 감소로 인한 불만도 적지 않다. 부부 어느 한쪽 또는 양쪽이 침체되어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하며, 아내의 경우에는 산후우울증과 같은 우울상태가 나타기도 한다. 이 시기에 가족을 둘러싼 과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 자녀의 자립성과 가족에 대한 소속감, 충성심과의 균형을 지닐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자녀를 가족에게 구속하거나 배제해서는 안 된다. 둘째, 부모와 자녀 사이의 경계나 부모 자신을 둘러싼 경계가 확실하게 변화함에 따라 부모와 자녀의 경계가 이전보다도 확고해지는 것이다. 동시에 자녀는 친구나 학교 등의 가정 밖의 체계에 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체계 사이의 경계가 명료하고 유연하다면 자녀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가정에 두 명 이상의 자녀가 생기면 형제 하위체계가 생겨난다. 자녀가 성장하게 되면 가족 내에는 남성 하위체계와 여성 하위체계가 첨가되기도 한다. 이러한 발달에 따라 부부간의 경계, 부모의 체계, 조부모체계들과의 경계와 체계도 변하게 된다. 자녀들이 부모 어느 한쪽이나 양쪽 모두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부모끼리만 지내는 시간은 감소된다. 어머니가 자녀와의 관계를 지나치게 중시하여 부부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간의 경계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부간의 의무와 부모로서의 의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업주부는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얼마 되지 않아 불안, 우울 고독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역할 상실감이 그러한 반응을 초래하게 되는데, 가족치료가들은 가족체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표현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자녀가 역기능적인 가족체계의 병리를 문제행동으로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는 등교거부의 자녀는 이에 대한 전형적인 예이다. 자녀가 글자 그대로 학교를 두려워하면서 등교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자녀의 부모에 대한 책임이나 충성심이 있는 경우도 많다. 자녀의 불안과 부모의 불안이 서로 미묘하게 어우러져 자녀의 사회 참여에 방해가 되고 그들은 가정 안에 머무르게 된다. 어떤 자녀의 경우에는 퇴행하여 야뇨증이나 천식과 같은 신체화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 내담자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아내로 아버지로부터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남편으로부터 채워보고 싶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잃은 남편은 아버지의 역할을 모르고 자라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이 서툴다. 남편은 출장이 많아 보통 1개월 정도 현장에 머무는 경우가 1년에 서너 차례 된다. 아내는 남편의 사랑이 채워지지 않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우울증을 앓아오다가 최근에는 병세가 악화되어 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과 약에 의존하고 있다. 초등학교 2년 사내아이는 아버지 부재증후군으로 엄마에게 밀착되어 엄마의 대리배우자 역할을 한다. 아이는 배변을 혼자 처리 못한다. 엄마가 닦아주어야만 한다. 집밖에서는 배변을 못하고 참고 집에 와서 해결한다. 엄마 부재 시 배변하는 경우 울면서 엄마가 와서 밑을 닦아달라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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