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철학과 인문학적인 지식으로 구약성서의 역사·정신 말하는 탁월한 책

우주발생으로부터 역사에서 드러나는 모든 일을, 하나님이 홀로 수행하는 구원행동이라고 믿는 히브리 신앙의 틀 안에서만 이해하고 고백한 신학에서 나온 유쾌한 해석과 눈물 머금은 기쁨의 시

 

▲ <뜻으로 본 구약성서 1> 이범선 지음/KMC

비슷한 제목이 떠오르는 책이다.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때문에 더 익숙해 보이는데, 저자 이범선 목사(삼성감리교회) 역시 ‘뜻’으로 구약성서를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얼’이라는 단어도 많이 나오고 민족의 미래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는 범상치 않다. 인류의 고전인 <구약성서>를 저자의 현대적 혜안으로 독자들에게 해석, 오늘을 사는 이들과 민족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일깨워준다.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1, 2권으로 담았는데, 1권은 아브라함(창 12장)을 기준으로 이스라엘의 원 역사와 이스라엘 공동체 조상들의 이야기로, 2권은 왕정시대와 예언자들, 그리고 바벨론 포로기와 지혜문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이스라엘 민족사는 기원 전 2천년 경 최초의 히브리인이며 실질적 조상인 ‘아브라함’이 메소포타미아의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들어온 때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때 이스라엘은 역사 내내 국토, 인구, 군대,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작고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소수민족이었음을 언급한다. 그런데 바로 그들로부터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나왔고, 철학, 사상, 문학, 인문학, 근대 서구문명과 현대 과학문명을 이룩하는 데 크게 기여한 종교인, 사상가, 과학자, 정치가, 경제인, 예술가들이 쏟아져 나왔음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 아는 대로 유대인들의 오랜 고난의 세월 속에서도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고, 민족 고유의 얼, 종교, 사상, 문화를 지켜낸 힘, 어디에 살더라도 뛰어난 적응능력과 고등교육과 지식과 재주를 가지고 그 사회의 핵심으로 지식과 재주를 가지고 그 사회의 핵심으로 진입해 활동한 원동력, 빛나는 사상과 과학과 예술과 문화로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근원적인 힘이 나온 것은 민족 정체성을 잘 지켜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뜻으로 본 구약성서 2> 이범선 지음/KMC

저자는 창조 이야기에 대해 더 이상 과학적 우주론이나 추상적 종교문학이 아닌 신앙고백문서임을 말한다. 또한 ‘세계와 우주 창조에 관한 신앙을 야훼 하나님의 역사적 구원행동들에 관한 여러 가지 전승과 신학적으로 올바르게 관련시켜서 발견한 것이며, 여기에서 창조와 구원은 거의 일치되고, 창조는 야훼 하나님의 극적인 구원행동의 한 부분이다’라고 말한 게르하르트 본 라트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또 우주발생으로부터 역사에서 드러나는 모든 일을, 하나님이 홀로 수행하는 구원행동이라고 믿는 히브리 신앙의 틀 안에서만 이해하고 고백한 신학에서 나온 유쾌한 해석과 눈물 머금은 기쁨의 시라고 표현했다.

생명나무와 선악과나무에 대해 히브리세계관에서 펼쳐내는 이야기는 새롭다. 히브리 세계관에서 생명나무는 신앙과 사랑의 상징이며, 그것으로 부르는 초대장(겔 47:7~12)이라고 말한다. 또 히브리 세계관에서 선악과나무는 하나님을 삶의 최고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하나님 아닌 것을 하나님 위치에 올려놓고 추구하는 모든 사고체계와 이데올로기와 행위를 상징한다고 설명하면서, 이 두 나무는 우리 내면과 세상에 각기 존재하는 두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구약성서의 모든 이야기, 더 나아가 인류의 역사는 창세기 1~3장 이야기의 변주요 반복이며, 이것은 하나님, 진리와 올바른 관계를 맺는 데 실패하는 것은 모든 실패의 근원이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그러면서도 인간은 인간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조금씩 향상되어 보다 높은 차원으로 천천히 올라간다고 풀어낸다.

많은 이들이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가인의 예배를 받지 않은 것’은 그가 예배를 드리기 전에 올바르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며, 종교와 윤리는 어머니와 자식같이 긴밀한 상관관계 속에 있으며, 종교는 윤리를 지향하고, 윤리는 종교를 통해 풍부해지는데 윤리 없는 종교는 불필요한 것으로서 하나님으로부터 거부당하는데 이것이 가인의 예배라고 설명한다.

구약성서는 언제나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의 반대편 세계에 관해서 말하는데, 이것은 성공과 부, 풍요와 번영에 대해 결사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내려주는 은총과 복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이 가져올 위험성과 위기에 대해 분명히 경고하는 것이고 이것에 사로잡히면 필연적으로 정신이 부패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구약성서가 개인과 나라, 민족의 좁은 틀을 넘어서 오늘 현대 인류 전체에 들려주고자 하는 말이 있다. 이것은 인류 전체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건설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궁극적인 비전이다.”

이것이 고대 히브리인들이 고난 속에서 캐낸 진주와 같은 사상이고, 그들이 인류에게 전해준 아름다운 꿈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고대 이스라엘 민족사는 사실 패배의 역사라고 말하는 저자는 “성공만이 모범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패배가 진정한 사표(師表)이다. 이스라엘의 패배와 고난을 통하여 ‘사람의 길, 나라의 길’을 보여주는 구약성서는 신앙의 유무를 떠나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는 인류의 고전이다. 여기에 나타난 개인과 민족공동체의 복된 원리는 인류가 존속하는 한 변하지도 않고 변할 수도 없는 삶과 역사의 진실이요, 법칙”이라고 말한다.

방대한 분량일 수도 있지만, 구약의 여러 궁금하고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탁월한 동서양의 철학과 인문학적인 지식으로 구약성서의 역사와 정신을 말하며 시종일관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예리한 통찰력으로 시대를 읽어주고 있어 단숨에 읽어지는 책이다.

그런 데는 그의 ‘공부’가 넓고 깊은 곳을 향해 있어서이지 않을까싶다. 그는 감리교신학대학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하고, 공군 군목을 지냈고, 동대문교회에서 부교역자로 목회했고, 평생 공부하는 사람으로 서양철학과 종교학, 동서 및 한국 역사학과 문학을 탐구했고, 함석헌 선생과 김흥호 목사에게 노자와 장자를 비롯한 동양철학을 배운 이력이 있다. 클래식 마니아로 교회와 센터에서 ‘문학과 클래식’ 강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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