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 > 시사논단
깨달음, 변혁, 행동
지형은  |  dsr123@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709호] 승인 2019.10.28  18:10:1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지 형 은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비록 내가 수도사로서 흠잡을 데 없는 삶을 살아 왔지만, 나는 하나님 앞에서 불안한 양심을 가진 죄인이라고 느꼈다. 또한 나의 행위로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렸다는 것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죄인을 처벌하는 의로우신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증오했다. ……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하나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불쌍한 죄인들을 원죄를 통해 영원히 저주하고, 구약성서의 율법으로 모든 종류의 불행을 부과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아서 하나님은 복음을 통해 그의 진노와 의까지 짊어지도록 요구하시는가!’ 나는 절망적으로 혼란스러운 양심을 가지고 괴로워하였다.”(알리스터 맥르레스, ‘루터의 십자가 신학’, 컨콜디아사, 105-106).

루터의 글이다. 루터가 세상을 떠난 것이 1546년인데 전 해에 루터의 글이 모아져 출간된다. 그 책에 루터가 쓴 서문에 있는 내용이다. 루터는 이런 극심한 마음의 고통과 고뇌 속에서 출구를 발견한다. 성경,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출구는 성경인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저 유명한 깨달음이다. 기독교 신앙의 역사에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점을 이루는 각성이다. 이 깨달음이 루터에게 열린 시기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이견이 많다. 그저 넓게 잡는다면 1513년부터 1519년 사이라고 보면 된다.

마음의 깨달음이 깊고 강할수록 생각의 변화가 분명해진다. 생각이 변혁이라고 표현할 만큼 바뀌면 행동이 발생하면서 삶이 바뀐다. 죄를 벌하시는 하나님의 의, 그 어떤 죄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심판이 중세의 인간 정신을 누르고 있었다. 하나님의 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루터는 중세적 인간 정신의 대표적 단면이었다. 수도사가 된 것도, 수도사로서 가장 모범적으로 고행과 수행을 한 것도 하나님의 의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었다.

이런 루터에게 하나님의 의로우심에 대한 큰 변혁이 일어났다. 탑 속의 체험이라고 불리는 사건에서 루터는 시편 22편 1-2절을 깊이 깨달았다.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 하여 돕지 아니하시오며 내 신음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 내 하나님이여 내가 낮에도 부르짖고 밤에도 잠잠하지 아니하오나 응답하지 아니하시나이다!”

의로우신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 죽음과 영원한 형벌의 고통을 두려워하며 몸부림하는 루터, 그러나 하나님은 그 루터에게 응답하지 않으셨다. 숨어계셨다. 루터는 이 구절이 자신의 비참한 영혼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루터에게 깨달음이 왔다. 이 시편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예언한 말씀이라는 것이 떠올랐고, 이 구절이 십자가에서 루터의 죄를 짊어지고 고통을 당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언한 것임을 깨달았다. 루터의 깨달음은 로마서 연구에서 더 분명해졌다. 1장 17절이 새롭게 열렸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한국 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 후 만 두 해를 지나고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루터가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 15세기 내내 그리고 16세기로 넘어와서도 계속해서 교회가 개혁돼야 한다는 수많은 외침이 있었지만 1517년에 터져서 강력하게 진행된 종교개혁은 그 누가 계획하여 일사분란하게 진행한 것이 아니었다. 거대한 폭발이었고 그에 이어진 세찬 흐름이었다. 이 힘이 유럽 전체의 교회와 사회를 덮었다. 하나님의 섭리였다. 하나님은 루터 한 사람을 부르셔서 마음의 깨달음, 생각의 변혁, 삶을 건 행동을 일으키셨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개혁과 이로 말미암은 사회 전체의 변혁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섭리에 달려있다. 다만 우리는 아리고 깊은 마음으로 기도하며 절절하게 각성한 영혼으로 기다린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 말씀을 붙잡고 몸부림하면서 걸어간다. 하나님의 때를 겸허하게 기다리며 자신을 정직하게 성찰하면서 한 십 년은 성경 속으로 깊이 걸어들어야 하리라. 그제야 터지리라. 언젠가는 깨달음과 변혁과 행동이 솟구치리라.

지형은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10-460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6길 73-6(연건동)  |  대표전화 : 02-3676-3082~5  |  팩스 : 02-3676-3087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483  |  등록일 : 1988.5.31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조효근  |  이메일 : dsr123@daum.net
Copyright © 2013 들소리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