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광 섭
창현교회 원로목사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몇 번 간 음식점이 있다. 서울 종로 이화동 골목에 있는 설렁탕집이다. 간판부터가 허름하다. 들어서면 분위기가 오래된 음식점임을 느끼게 한다. 그날도 지인이 수술 받은 뒤에 그 집 설렁탕이 먹고 싶다 해서 가게 되었다. 자리를 정하고 앉았는데 맞은 편 벽에 걸린 액자가 눈에 들어 왔다. 가로세로 60센티 쯤 되는 액자 한 가운데 글자 한자가 액자 중앙에 자리했다. 誠(성)자다. 말씀언 변에 이룰 성을 붙인 誠이다. 말을 이루는 삶, 말대로 사는 사람, 말은 바로 그 사람이라는 뜻이다. 보기에 편한 글자꼴은 아니었으나 획의 떨림과 붙임을 보니 연세가 드신 분이 쓰신 듯싶었다. 글체에서 깊은 내공이 보였다. 

그 글자를 보면서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을 학자, 지식인, 불쏘시개라고 말하면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 나라의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지 66일, 임명받은 지 35일 만에 사표를 낸 그가 관직에서 떠나며 한 말이다. 학자! 맞다. 한국 제일의 대학 교수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지식인은 아니다. 어느 분야에서 많이, 깊이 안다는 것만으로 지식인이라니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은 지식을 가진 바른 사람은 아닌 듯싶다. 지식을 가진 그런 재간꾼들이 각 분야에 많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스스로를 한국의 지식인으로 자처하고 있어서 많은 지식인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한국의 참된 지식인이라면 그렇게 처신해서는 안 된다. 또한 그를 지원하거나 반대하는 모임들을 보자. 그 사람의 능력을 인정 한다고 그의 잘못 된 처신까지 용납한다면 한국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어떤 일이든 찬반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바름은 거래가 아니며 흥정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현실의 사건에 대한 의견들이 바름을 그르치게 하는 무리한 모습은 우리시대의 모습이구나 싶어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하다. 모인 숫자가 많으면 많은 것만큼 더 위험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모두의 약속이며 결단이기 때문이다.

검찰개혁! 해야 한다. 언제부터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라고 불렸던 그의 삶의 자취가 어디까지가 진실하고 어디까지 잘못된 부분인지, 그 끝은 어떨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그와 온 가족을 조사하는 검찰의 모습은 그동안 보았던 검찰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다. 저럴 수 있구나! 저러는구나! 너무 낯설다. 그래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법원청사가 화면에 나올 때면 안정감이 있는 풍만한 여인이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앉아있는 동상이 나온다. 내민 한 손에는 수평을 이룬 저울이 들려 있다. 왜 여인일까? 아마도 어머니의 심정으로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생명사랑을 상징한 것이리라. 눈을 가린 것은 보이는 것이 판결을 그르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동안의 법 적용은 분명히 달랐다. 그래서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도 있지 않았나.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선언이 실천되기 바란다. 이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지금 시대 속에서 말하기에 더 조심했으면 싶다. 말은 소통을 위한 것이다. 잘된 말은 복잡하고 어렵지 않다. 누구에게나 바름과 유익함을 준다. 때로는 침묵도 말이 되고 가르침이 된다. 그런 말은 참 아름답다. 말의 변하는 그 모습이 다양하다. 활자를 넘어 영상으로, 이제는 전파를 타고 순식간에 온 세계 저 뒤까지 듣고 보고 읽혀지고 있다. 말은 실천보다 앞선다고 했던가! 자신이 한 그 말이 신뢰를 받으려면 삶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말하기가 어렵다고들 하는 것 같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땅에서 사시는 분 앞에서 너와 나, 교회의 모습을 돌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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