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영 제
선교중앙교회 담임

오래 전 중앙아시아 선교사 시절에 느꼈던 생각이 있다. 그 나라는 80여 민족이 섞여 살면서도 민족 간의 분쟁이나 싸움이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인데도 갈등과 분열이 심하고 조용할 날이 없을까, 그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중앙아시아에는 우리 고려인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들의 애환을 보면서 마음 아파 울 때가 많았다. 스탈린 시절에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까지 끌려와 황량한 벌판에 버려진 그곳에서 움막을 치고 농사를 지으며 잡초처럼 살아남았다. 나라를 잃어버린 힘없는 백성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호시탐탐 우리를 삼키려고 하는데, 조정과 대신들은 당파 싸움을 하면서 서로 못 잡아먹어 으르렁거렸다. 자기 정치 패거리의 승리와 자신의 부귀영화가 그들의 목적이었다. 그 결과 한국은 일본의 밥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내부의 갈등을 보면 참으로 걱정스럽다. 사람 사는 곳이 어찌 갈등과 분열이 없겠는가만, 지금 상황은 심각하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지금 나라의 모습은 북한 정권이나 일본 아베 정권과 싸우기 전에 우리끼리 싸우다가 스스로 망하게 될 징조다. 일본에서 해방되었을 당시에도 좌우의 이념 갈등이 나라를 두 동강 나게 하였다. 6.25 전쟁과 때나 그 이후 혼란기에도 북한군에 의해 직접 죽은 사람 못지않게, 우리끼리의 분쟁으로 죽은 사람이 많았다. 좌우익의 이념 갈등과 증오심으로 서로 보복하며 죽이는 경우가 많았다. 제주 4.3 사건, 여순반란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좌우의 이념 갈등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살육과 보복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미 정치인들과 국민들 속에는 이념과 사상 갈등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감과 증오심이 증폭되고 있다. 친일, 좌파, 우파, 빨갱이,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이런 용어들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면서 서로 정죄하고 매도하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언어 살인, 인격 살인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독교인들이 이런 이념 갈등과 분열의 선봉에 서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신과 조금 다른 생각이나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용납할만한 여유와 이해심이 없는 그리스도인들이 많다. 근래에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과 그들이 동원하는 성도들과 태극기 부대, 그리고 그들을 통해서 유익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이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철야 집회를 하고 있다. 독재정권 시대에는 침묵하던 목사와 성도들이 청와대 앞 집회까지 허락된 민주 시대에 선지자 행세를 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한 욕설과 비방과 위험 수위의 폭언은 듣고 보기에도 민망하다. 그리고 마치 자신들이 기독교를 대표하고 자신들의 사상과 하는 일이 기독교 전체의 모습인 양 홍보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도 좌우 갈등으로 분열을 겪고 성도들이 떠나는 교회도 생기고 있다. 필자는 이 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목사나 교회도 정권의 잘못과 부패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인격적이고 상식적이고 윤리적이라야 한다. 목사의 품격과 기독교인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 포악하고 거만한 기독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기본 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어느 나라든지 자기들끼리 나뉘어 싸우면 망할 것이다. 어느 도시나 가정도 나뉘면 제대로 서지 못할 것이다”(마 12:25, 쉬운 번역)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힘과 무력, 숫자 놀음으로 싸우는 것은 세상 논리요, 사탄의 방법이다. 예수님은 권세를 부리는 것은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하는 짓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스도의 사람들은 섬기는 자가 되고, 종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주님은 섬기러 오셨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대신 죽으려고 오셨다고 하셨다(막 10:42~45). 기독교는 십자가로 승리하는 종교이다. 낮아짐으로 높아지는 것, 짐으로서 이기는 것, 죽음으로서 승리하는 것이 기독교 정신이요, 방법이다. 한국 교회가 본래로 돌아가야 한다. 십자가로 돌아가야 한다. 힘을 빼야 한다. 죽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사는 날이 온다. 시간이 걸리고 더딜지라도 인내와 사랑을 실천하며 십자가의 길을 가야 한다. 세상과 빛과 소금 된 삶으로 민족 복음화, 세계 복음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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