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병인
고병인가족상담연구소 소장

그리고 흔히, 자기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람들을Significant Persons 동일시 하는데부모, 선생님, 때로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 예술가, 교수, 탐험가 등, 개인의 정체감에는 여러 가지 동일시가 포함된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회득한 동일시들의 단순한 집적이 자아정체감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분적인 동일시들을 개인의 고유한 전체성으로 통합해 나갈 때 비로소 일관된 자아정체감을 이룰 수 있다.

이 때 개인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효과적인 아동기 이전의 잔여물과, 예상되는 성인기의 희망으로부터 추출되는 중심적인 통일체를, 즉 어떤 중심적인 관점과 방향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여기서 통일성과 방향을 상실하면 정체감의 혼미를 모면할 수 없게 된다.

또 한편에서는, 개인이 획득하는 성취들이 정체감 발달에 기여한다. 예컨대 일어서고, 걷고, 달리고 하는 극히 초보적인 유아기의 여러 성취들로부터 아동기의 학교에서의 성취들, 그리고 청소년기에 새로 이루는 성취들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가 자아정체감 발달에 기여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러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취는 그것이 그 문화에서 중요성을 가질 때,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정체감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성취가 이루어지지 않던가. 성취를 위한 지속적인 참여를 할 수 없을 때 청소년들은 자신의 능력을 종종 고통스럽게 느낀다. 그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결정하고 성취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고, 이 모든 결정이 어쩌면 미래의 다른 가능성을 줄인다는 생각도 한다. 때로는 참여와 성취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를 찾기 위한 일종의 ‘타임아웃’ 기간으로써 심리·사회적 유예기간psychological moratorium을 갖는다. 예를 들어 어떤 청년들은 참여의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휴학을 하기도 하고, 게임에 몰두하여 방콕이 되기도 하고, 여행이나 선교단체나 산사에 틀어박히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과 자기 생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정리가 되기까지는 흔히 고립감, 무력감, 생의 무의미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진정한 자신의 것을 찾지 못한 채 어떤 주어진 제한된 사회적 역할을 조급하게 받아들이는 ‘정체감 유실’을 피하려는 내적 요구 때문에 어떻게든지 해서 결정적인 참여를 연기하려 든다.

사실 오랜 동안의 정체감 탐색은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결국 보다 높은 차원의 개인의 인격적 통합과 사회적 발전을 가능케 해준다. 그러므로 모든 문화는 이러한 시실을 암암리에 인정하고, 불문율로써 이 시기의 모든 청소년들에게 성인으로서의 결정이나 책임을 지우지 않고, 가능한 모든 실험적 시도를 허용하는 유예기간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 유예기간 동안, 관여의 대상이 너무 많고 실험적 시도의 변화가 너무 빈번할 때, 청년들은 ‘역할확산’의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만일 끝내 자신의 존재와 자기가 추구해 나갈 가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또한 심각한 ‘정체감 혼미’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므로 이 단계의 갈등은 ‘정체감 성취’ 대 ‘정체감 혼미’ 이다. 이러한 갈등을 긍정적으로 극복하지 못할 때, 청년들의 고뇌는 점점 심화되어가는 불행한 상황이 초래되므로, 이 시기를 가리켜 에릭슨은 ‘정체감의 위기’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정체감 위기에 처해서, 청소년들은 자기 탐색과정에서 정착할 바를 못 찾고 표류할 때 밀어닥치는 무실체감non-identity이 청소년기에만 한정된다는 뜻은 아니다. 영·유아기, 아동기 단계들에 있어서의 여러 성취가 모두 이 시기의 정체감 정립에 기여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고, 청소년기 이 후 시기에 예상되는 성취들도 벌써 예기적인 형태로 이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성인기의 희망과 설계, 그것들로부터 기대되는 성취들과의 연관 속에서 정체감의 정립 방향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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