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호 / 홍성사 편집팀

현장성 있는 이야기가 담긴 텍스트를 다룰 때면, 그 현장이 궁금해서 좀처럼 견디지 못하고 어떻게든 짬을 내서 훌쩍 떠난다. 편집자 초기부터 계속되어 온, 고질병(!)에 가까운 습관이다.

2017년부터 한 교계 신문에 연재 중인 글을 선별하여 책으로 엮기로 하면서, 이번에도 기회를 엿보다 카메라와 원고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장 답사를 핑계로 주중에 자리를 비울 수는 없으므로, 늘 주말의 짧은 시간을 쪼개어 서둘렀다. 경상-전라-충청-강원도 지역은 토요일 새벽 일찍 출발하여 당일치기로 돌아오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는 주일예배를 드리고 나서 낮이나 이른 오후를 활용했다.(제주도 두 곳과 뒤늦게 추가된 글의 배경인 ‘경북 영양군 석보면 지경리’는 아쉽게도 미지의 장소로 남겨진 채 책이 나오게 되었다.)

즐겨 찾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지와 달리 이런 기행에는 날씨의 도움이 필요하다. 너무 추울 때는 물론 피하지만, 무엇보다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 사진 때문이다. 피사체를 제대로 담기에는 빛의 방향이 적합지 않아, ‘좀 더 일찍/늦게 올걸’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요즘은 편집자인 내가 찍은 사진을 책에 넣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오래전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진을 교체하거나 내용상 필요한 사진을 추가하기 위해 사진 찍기에도 꽤 공을 들였다. 이번 책에서는 사진 캡션이나 본문에서 사실 확인을 통한 보완에 참고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무엇보다, 연재 당시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라 변동 사항이 생긴 경우를 놓치지 않아야 했다. 가령, ‘공사 중’이던 곳이 어느새 완공되어 있는 것이다. 기념관, 박물관 같은 곳이 그렇다. 멀쩡히 있던 조형물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위치가 옮겨지거나 없어지기도 하고, 주변 환경이 달라진 경우도 있다. 

이런 가시적인 요소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느껴지는 아우라 같은 것이다. 글에서 다룬 인물의 삶의 자취가 어려 있는 곳에 깃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주는 힘은, 텍스트를 대하는 느낌부터 확 달라지게 한다. 글 속의 모든 요소가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머리에서 가슴으로 전해오는 진한 울림이 여운을 남긴다. 그 여운을 따라 글과 사진이 어우러지게 하는 레이아웃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름은 물론이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누군가에게 여쭙는데, 사전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독자’에게 다들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어디어디에 실린 기사를 보고 왔다”고 하면 대개 반색하시며 행간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시고, 때로는 생각지 않은 귀한 자료까지 챙겨주셨다. 출간될 책 이야기가 미리 화제가 되는 것을 꺼려 소속도, 하는 일도 밝히지 않는 익명의 과객(過客)을 환대해 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 운전을 할 줄 모르는 나를 위해 바쁜 시간 짬을 내어 픽업해 주며 귀한 시간 함께한 친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이번 책에는 지금까지 연재한 글의 반도 안 되는 원고를 실었는데, 수록되지 않은 꼭지의 인물들―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분들이다―의 삶과 신앙을 다룬 이야기들로 후속편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출간 일정과 관계없이 (연재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틈틈이 주말 답사를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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