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승 진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 사무국장

다니엘서는 유다 왕 여호야김의 이름으로 시작한다.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을 에워쌌고, 유다는 예루살렘 성전의 그릇들과 많은 포로를 바벨론에 넘기고 만다. 여호야김에 대한 이야기는 열왕기하 24장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데, “그의 아들 여호야긴이 아버지 여호야김의 모든 행위를 따라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다”(열왕기하 24장 19절)라는 말로 요약된다. 즉, 여호야김은 하나님 보시기에 악을 행하는 왕이었고, 그 결과 그의 아들도 하나님 보시기에 악한 일들을 행했다. 그리고 유다는 멸망하고 말았다.

그런데 정작 다니엘서는 바벨론에 끌려간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멸망한 유다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역사적 기록이다. 즉, 다니엘, 하나냐, 미사엘, 아사랴 등은 외견상 나라를 잃은 포로로서 정복자인 이민족 느부갓네살 왕에게 부역하였지만, 그들은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잃지 않았다. 그로인해 몇 번씩이나 죽을 뻔했고 심지어 민족 전체가 말살당할 위기도 겪었지만, 결국 그들의 올곧은 신앙은 모든 고난을 이기는 원동력이 되었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이스라엘 민족이 다시 고향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근원이 되었다.

얼마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회장이라는 전광훈 씨가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말을 광화문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바람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세상에, 목회자가 감히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인가? 너무 놀라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십계명 중 제3계명을 어긴 것은 물론이고, 하나님보다 자신을 더 대단하게 여긴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의 실수가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는 몇 번이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찍지 않으면, 혹은 자신이 주도하는 집회에 나오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이름을 지워버리겠다”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그는 배교자나 이단보다 더 심각한 ‘죄’를 짓고 있다. 여호야김과 그의 아들 여호야긴이 과연 전광훈보다 더 심한 악을 행했을까?

그런데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그런 그를 두고 ‘친함에서 비롯된 단순 실수’라고 두둔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광화문에 모인 지지자들이 어떻게든 그를 보호하려고 억지로 우기는 것이라면 그나마 이해라도 하겠지만, 수십 년 목회했다는 원로들이 ‘단순 실수’, 혹은 ‘평소 과격한 언사는 문제지만 맥락을 봐야한다’라는 말로 두둔한 것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의 참상일 뿐이다.

물론, 오늘 우리 한국 사회가 또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을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천지, 하나님의 교회 등 이단세력은 물론이고 이슬람, 파룬궁 등 갖가지 이교도들이 난립하여 종교적 혼란을 넘어 사회적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동성연애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논쟁은 한국교회와 일반 시민단체 간 다툼으로 비화되곤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은 한국 사회를 반으로 쪼개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국애족’을 명분으로 반정부투쟁을 선도하는 일부 극우 기독교인들이 생겨났다. 나는 그들의 정치적 자유를 존중한다. 비록 그들의 주장과 행동에는 반대하는 바가 더 많지만,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에 그들의 주장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애국애족의 방법은 숙고해야 할 문제다. 나는 정치인은 정치로, 경제인은 경제로, 종교인은 신앙의 삶으로 애국애족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정치, 사회, 문화, 종교가 모두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정치적 주장과 종교적 판단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정치인들이 애국애족을 위해 정책을 개발하고 당을 결성하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뜻대로 살면서 그 신앙의 삶이 이웃과 우리 사회에 번져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편만해지도록 애써야 한다고 믿는다. 증오와 혐오의 폭력적 언행을 버리고 예수님이 하셨던 대로 기도와 말씀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얻었지만 하나님을 잃은 여호야김 부자에겐 멸망이 찾아왔지만, 나라를 잃고도 하나님을 얻은 다니엘과 친구들은 부흥했고, 다시 나라를 되찾는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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