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광 섭
창현교회 원로목사

100세를 얼마 안 남기신 어른을 뵈었다. 이제는 연세가 많으셔서 상대방의 말을 들으시기에 귀가 어두우시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자원봉사 단체에 처음부터 관여하신 어른이시다. 2020년 시무식에 참석하셔서 돌아가며 개인 인사하는 시간에 마이크가 그 어른 앞에 도착했다. “이 한마디는 하고 싶어”  하시며 입을 여셨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세계대전을 마치고 대한민국이 해방을 맞이할 때 희망을 가졌다. 그런데 그 이후 동족끼리 싸우는 무서운 전쟁이 있었다. 백성이 너무 고생했다. 이어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정치와 지도자들의 독단이 나라를 걱정하게 했다. 그래도 이만큼 경제력을 올려놓았다. 그런데 요즘은 잠을 자기에는 너무도 걱정돼서 불편하다. 언제쯤 이 민족이 평안할까? 이제쯤인가 기다리고 있는데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남과 북의 싸움이 있어 백성들이 더 많이 고생했다. 또 보수·진보의 갈등이 사회를 불안하게 하더니 이제는 사상싸움을 하고 있다. 이 사상싸움이 두렵다. 아니 무섭다. 나의 사상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적으로 삼고 있다. 결국은 서로를 죽이는 그것까지 정당화하고 있다. 요즘 나라꼴을 보기가 서글프다.’

눈물까지 글썽이시는 그 어르신은 일본에 유학 가셔서 공부하신 학구파이시고 진보적 포용력을 가지신 어른이신데도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보면 걱정이 많으신가보다. 어른의 그 말씀에 나도 공감한다.
시국을 보는 기독교의 시각을 대변하는 듯한 시국선언문이 나왔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라는 단체가 1월 10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종교교회에 모였다, 1월 월례 조찬기도회 및 월례회에서 시국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 일부를 소개하려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심각하게 분열되어 한반도 남쪽에 마치 두 나라가 존재하는 것처럼 대립하고 있다… 이것은 해방 직후 남북 분열에 이어 심각한 남남 분열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을 염려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일부 운동권들은 독재 정권과 투쟁한다고 하면서 북한 독재 정권의 학정에는 눈을 감고 더 나아가 종북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하는 오류를 범했다… 통일지상주의적인 빠른 통일보다 개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이 진정으로 보장되는 바른 통일을 지향한다.” 한번 쯤 음미해 볼만하다.

이 시대의 종교들이 건강한 종교가 돼 주기를 바란다. 이 시대의 마음들이 신뢰가 가는 정치인들이 돼 주기를 바란다. 나아가 이 시대를 읽고 해석하고 미래의 자손들 앞에서 부모이며 선조들의 책임을 다하는 백성들이 되자고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부끄럽고 불안하다. 백성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시절이 그리도 멀고 이루기가 힘든 것인가?

어떻게 보면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문제없이 살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유명하지 않아도 어쩌면 보통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 하루를 앞뒤 다르지 않게, 주어진 책임과 자리를 바로 지켜 일했다면 그는 이 민족을 위한 민주주의 일꾼이요, 통일을 일구는 큰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은 참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제대로 잘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백성이 웃을 날을 상상하며 하루를 살았다면 그는 이 민족에 소중한 사람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위하여 기도하며 하루를 살았다면 당신은 하늘 사람이다. 신앙의 이름으로 많음과 크기보다 지금을 바르게 살았다면 말이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