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상 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함에 따라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의 동선을 전 국민이 알게 하여 지역사회 확산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머지않아 민관의 노력으로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19의 위세가 꺾이고 국민들의 불안과 두려움도 점차 해소될 것이다.

필자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대처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다른 바이러스 하나가 떠올랐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퍼진 자살 바이러스다.

생명의전화에는 자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도움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한강 교량에 설치된 74대의 SOS생명의전화에는 2011년 설치된 이후 지금까지 자살위기 상담만 7,500여건, 투신 직전에 걸려온 전화도 1,300여건에 이른다. 사이버상담에는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죽음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사회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커진다.

실제로 통계청 발표 자료(2019)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8년 한 해 동안 13,67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평균 37.5명이 자살하고,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자살자의 10~20배에 달하며 자살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 자살 유가족은 자살자의 6배가 된다고 한다. OECD 국가들 중 자살률 1위를 무려 15년간 유지하게 만든 우리나라의 자살 바이러스를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자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첫 번째 백신은 ‘생명사랑’이란 백신이다. 자살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생명경시 풍토를 생명존중 문화로 바꾸어 나가면 된다. 두 번째 백신은 ‘희망’이다. 자살 바이러스는 우울과 절망 속에서 자라나 전염된다. 우리 사회에 희망의 씨앗을 뿌려나가야 한다. 세 번째 백신은 ‘의미’이다. 자살 바이러스는 공허와 무력감 속에서 기승을 부린다. 니체는 ‘살아갈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갈 수가 있다’고 했다.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미와 목적을 갖고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백신을 잘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를 발족, 종교계, 언론계, 의학계, 기업, 사회단체 등 총34개의 기관이 협력체계를 만들어 생명존중문화 확산과 자살예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자살은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부 교회에서는 자발적으로 예배 중단 결정을 내렸다.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다. 자살 예방도 마찬가지로 한국교회가 발 벗고 나서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대처만큼 자살 바이러스 퇴치에 민관 그리고 한국교회가 협력하여 총력을 기울인다면 우리나라는 생명사랑의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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