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복지회 대표
샘물교회 담임

정 집사님을 처음 뵌 것이 30년 전에 일이다. 계동에 장애인 아파트를 분양 받아 오셨는데 집사님은 구순에 가까운 어머니와 살고 계셨다. 그동안 지하 셋방에서 살다가 장애인에게만 분양하는 아파트가 생겨 누이의 도움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고 했다.

정 집사님의 몸은 사고로 인하여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었는데 오랫동안 누워 있는 관계로 욕창이 깊어져 있었고 그런 아들을 돌보고 있는 정 집사님의 어머니는 아들의 간병으로 인하여 힘들어 하셨다.
구순이 가까우시면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데 아들을 위해 아파도 힘들어도 참고 일을 한다고 하셨다. 식사부터 배설의 문제와 씻는 것을 어머니가 다 해주신다. 밥하고 빨래하고 대 소변 처리해 주고 청소 하는 일로 어머니는 버거워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아들이라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매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사신다고 하신다. 그 때는 지금처럼 복지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시절이라 모든 것이 더 어려웠었다.

다행이 자원봉사자들이 가끔 어머니가 하시던 목욕시키는 일과 관장하는 일, 청소 등을 감당해 주었고 자원봉사자인 어느 봉사자는 어머니가 손으로 빨래하는 모습에 가슴 아프다며 세탁기를 사 주기도 했었다. 어느 목사님은 욕창 치료를 위해 자주 오시곤 했다.

그때는 리프트 차량이 없었던 시절이라 자주 병원에 가야 하는데 휠체어에 올려 누이고 차에 태우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봉사자들은 최선을 다하여 그를 섬겼다.

한 번은 정 집사님을 방문 하였는데 집에 도착하니 어느 분이 오셔서 관장을 시키고 있었다.

그는 장이 기능을 할 수 없어 손가락으로 변을 파내야 하는 상황인데 5일에 한번 어머니가 하셨던 일을 이 분이 봉사자로 오셔서 아픈 어머니 대신 하신다고 했다.

진지하게 작업을 하신다. 한손으론 배를 쓸어내리고 한손으로는 작업을 하시는데 얼마나 진지하신지 인사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 관경을 지켜보고만 있다가 그 일을 다 마치고 통성명을 하였는데 그는 성공회의 수사라 했다. 그런데 얼굴을 보니 그의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감사해서요.”

그의 설명은 이어졌다. 일을 부탁 받고 왔는데 막상 누워있는 그 분을 보니 그 분이 예수님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오늘 예수님을 섬길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의 몸짓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그 후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봉사를 하리라 생각하며 실천 하려고 애쓰면서 살아왔다. 그가 외출하고 수련회를 다녀오는 길에 동행할 기회가 많았는데 늘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곤 했다.

후에 정 집사님의 작은 방을 빌려 처음 장애인 선교회를 시작한 관계로 그와 더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정 집사님은 어머니가 힘들어 할 때마다 걱정이라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시설로 가야 한다면서 결혼하기를 갈망한다고 했다. 기도제목으로 삼고 열심히 기도를 했는데 드디어 짝을 만났다. 신혼여행을 같이 갔는데 어찌나 행복해 하던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20년을 아내의 보살핌을 받다가 이제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동안 장애를 가지고 얼마나 힘들게 사셨는지 알기에 이제 주님의 품에 안겨 장애 없는 천국에서 주님과 영원히 살 것을 생각하니 감사하다.

정 집사님, 천국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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