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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속의 100년 전 조선, 그 1년
송승호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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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7호] 승인 2020.03.25  2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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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집마다 서두에서 텍스트와 사진을 따라 오간
고종의 장례식은 세세한 장면까지 눈앞에 그려진다.

 

   
▲ 송승호 / 홍성사 편집팀

<성서조선> 영인본과 색인 작업의 오랜 긴장에서 벗어날 즈음인 작년 이맘때, <성서조선>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 시기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1919년 3월부터 이듬해 3월, 이 무렵 조선과 일본을 상상 속에서 오가며 어느새 한 해가 지나갔다.

“양화진 사료 총서”로 간행되는 <3·1운동 일본 언론 매체 사료집>(전6권).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작년 3월에 첫 권이 나왔는데, 이제야 마무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1919년 당시 <도쿄아사히신문>, <오사카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의 8개 주요 신문과 <중앙공론>, <교육시론>, <헌정(憲政)>을 비롯한 5개 잡지에 실린 3200여 편, 원고지 6천 매가 넘는 엄청난 분량의 기사와 사진에 3·1운동 당시의 이모저모, 조선총독부의 통치, 조선의 실상 등을 보여주는 여러 사건과 인물이 담겨 있다.

한 세기라는 시간의 자취가 스민 신문 원본 파일들을 열어보면서, 심하게 빛이 바랜 종이 위의 온전치 않은 활자들과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는데, 보물찾기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이 작업은 최근까지도 계속되었다. 흐릿해지거나 뭉개져서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든 그 많은 글자들을 편저자 분들은 어떻게 파악하여 한글 파일로 옮겼을까? 엄청난 공력이 놀라울 따름이다(인명, 지명 등에서 어쩌다 보이는 ‘원문의 오자’들은 논의 끝에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

활자보다 더 나를 괴롭힌 것은 100년 전 일어였다. 익숙지 않은 고어투 때문에 기사의 의미가 파악되어도 뭔가 미진하게 남는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는데, 사전으로 해결되기 힘든 이 부분에 대해 도쿄에 사는 친구의 고등학생 아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다. 뒤늦게 구입한 일어 고문법 책을 참고하며 작업에 임했지만, 요즘 쓰지 않는 어투와 한자들은 여전히 껄끄럽다.

사료집 편찬의 첫 단추가 끼워진 후 약 3년 반. 방대한 기사의 텍스트화 이전에 자료 조사와 수집 과정도 녹록치 않았다. 작업 초반, 편저자 가운데 한 분은 소장처를 파악한 뒤 여러 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하루 종일 서고에서 자료를 찾다가 귀국 후 끝내 몸이 상하여 여러 날을 고생하기도 했다. 위에 언급한 신문 외에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문들을 통해 “100년 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운동이었던 3·1운동에 대한 한일 양국의 입장을 생생하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사료집마다 서두에서 텍스트와 사진을 따라 오간 고종의 장례식은 세세한 장면까지 눈앞에 그려진다. ‘소요’와 ‘폭동’으로 부각된 3·1운동 이후 일본의 대응과 많은 논의는 교묘하게 식민 지배의 그물을 펴가려 했던 저들의 속내를 엿보게 한다, 사이토 총독 일행에 폭탄을 투척한 강우규 의사, 도쿄에서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여운형, 어렵사리 탈주했지만 붙잡히고 만 의친왕 이강(李堈) 공 등, 익히 알려진 숨 가쁜 이야기의 주인공은 물론, 그보다 훨씬 많은 생소한 인물들이 활자와 사진으로 당시를 증언한다.

각권 ‘해제’에서 충분히 언급되긴 했지만, 걸어온 자취와 성격이 다른 이들 신문과 잡지 및 이 매체들의 중심과 주변을 이룬 인물들에 나는 좀 더 깊이 다가가지 못했다. 종이 신문을 읽지 않으면 여전히 뭔가 허전한 나에게 남겨진 이 숙제에, 늦었지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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