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승 진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
사무국장

코로나19 사태로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처음 중국 후베이성 지역에서 시작되었을 때만해도 낙후된 지역의 보건상태를 지적하며 간과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신천지’사태로 급속히 번져가더니, 이탈라이와 프랑스 등 유럽을 휩쓸고, 지금은 미국에서 무슨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백이십만 명 이상이 감염되었고, 죽은 사람도 수만에 달한다. 곤혹스러운 건 처음의 예상과 달리 정치, 사회, 경제, 의료, 문화 등에서 선진국이라고 자부했던 나라들이 도리어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이 사태를 두고 세속적 부와 향락으로 세운, 마치 성경의 소돔 같은 도시문화의 결과라고 평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런 비극적인 역병의 시대가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지만, 당장 코로나19가 극복된다 해도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하고 있다. 오히려 그게 문제다. 즉, 앞으로 우리 사회는 이러한 두려움에 기초한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적 거리’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감염병의 특징상 일정한 거리를 두면 안전하다는 인식 탓이다. 그 덕분에 1m 이상 떨어져서 말하고 생활하는 것은 이제 필수가 될 모양이다. 또한 마스크를 착용한다. 외부로부터 감염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나로부터 비롯되는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답답하지만, 밀폐된 공간뿐만 아니라 확 트인 공원에서도 다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말을 할 땐 고개를 돌리는데, 마스크 없이 기침이라도 하면 금세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책’과 ‘독서’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솔직히 당장 매출감소로 출판사와 서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가뜩이나 온라인 서점을 통해 시장이 확대되기는커녕 축소되었던 지난 15년인데, 이제는 질병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독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불황이 아닌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평까지 나온다. 더불어 책을 읽는 아이들보다 유튜브에 빠져 사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봐도 다양성과 재미로 뭉친 영상콘텐츠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초등학교의 기초 수업부터 심오한 대학원 수준의 전문 자료까지 수만 가지 자료가 넘쳐난다. 영화, 음악, 음식, 게임 등 장르도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마냥 유익한 정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중 상당수의 콘텐츠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데다 심지어 정제되지 않은 가짜뉴스들이 판을 친다. 당장 n번방 사태처럼 끔찍한 범죄가 등장하는 곳 역시 SNS다. 더 무서운 것은 와이파이(WIFI)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든 아이들이 아무런 규제 없이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정보의 양이 막대하지만 규제도 또 정제도 어려운 곳에서 아이들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아 보인다. 즉, 나는 코로나19와 같은 질병보다 사이버세계에서 무분별하게 흡수되는 가짜 문화가 더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내 아이들을 사이버세계에 던져두고 하나님께서 처음 만드신 아름다운 인성을 갖춘 인간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

물론, ‘책’이라고 해서 모두 건전하고, 또 정확한 지식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선정적인 잡지도 많고, ‘이견(異見)’이 아닌 ‘왜곡(歪曲)’ 수준의 거짓 정보를 담은 책들도 있다. 그리고 독서를 한다고 모든 사람이 다 수용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주 쉽게 수동적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영상매체에 비해 책이라는 매체가 주는 ‘생각의 시간’은 성장하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이성과 지성, 그리고 인간성을 함양하는 데 탁월하다. 즉, 정보의 양보다 생각의 양이 더 중요하다. 때문에 나는 사이버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라도 첫걸음은 ‘책’으로 시작해야 하며, 양서를 읽음으로써 바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 달 넘게 아이들과 영상예배와 가정예배를 병행하면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각자의 묵상들을 나누고 직접 기도하는 것이 영상 속 예배를 ‘관전’하는 것보다 더 깊이 주님을 만나고 기뻐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다시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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