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가정_6

“능력이 있지만, 앞서가고, 서두르고, 경솔하고, 교만하고,
말실수하는 아버지를 보면서도 반듯하게 자랐다.
그는 자신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지키고, 아버지의 서원을 지키는
성숙한 신앙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 담임

성경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아픈 구절 중의 하나이다. 사사 입다가 전쟁에 나가게 되었고, 전쟁에서 승리하면 무엇이든지 집 앞에 나와 영접하는 것을 번제물로 바치겠다고 서원했다. 이방인들의 악습인 인신제사를 배워 그렇게 서원한 것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자기 집에서 기르던 짐승이나 다른 종이 나온 것이 아니라 무남독녀 외동딸이 소고를 잡고 춤추며 나온 것이다. 그는 딸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에 놀라 옷을 찢으며 통곡하지만, 오히려 딸은 서원대로 행해야 한다고 담대하게 나선다.

입다는 경솔한 아버지였다. 사실 ‘아버지'라는 단어는 매우 무겁고 중요한 직책을 담고 있는 용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가볍게 말하며 행동하는 아버지들도 많다. 흔히 듣는 말처럼 본래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 실수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잘하는 사람이 실수한다”고 한다. 입다는 장로들의 요청에 따라 암몬 왕이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 왔을 때 그 앞에서 유명한 연설을 하고, 담판을 지은 사람이다.

그러나 협상은 결렬되었고 전쟁이 벌어진다. 전쟁터에 나가면서 하지 말아야 할 서원을 말해 버렸다. “누구든지 내 집 문에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31절)한 것이다. 그는 ‘누구든지’에 자기 외동딸이 해당되는지를 미처 생각 못하고 경솔한 서원을 드린 것이다. 이것은 입다의 경솔함과 하나님이 가장 미워하시는 이방인의 행위, 인신제사를 약속하는 그에게 주신 심판이요 형벌이다. 다른 가족 구성원보다 가장인 아버지의 경솔함은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아버지는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상처를 받았던 입다의 과거 때문이다. 심리분석을 하면 입다의 경솔한 언행은 과거 그가 받은 상처 때문일지 모른다. 11장 1절에 보면, “길르앗 사람 입다는 큰 용사였으나 기생이 길르앗에게 나은 아들”이라고 그를 소개하고 있다. 본처가 아니라 첩의 아들, 그것도 기생 출신 어머니의 아들이었으니 그의 마음에 상처가 컷을 것이라 상상이 간다. 본처의 아들들은 기생의 아들, 입다를 내쫓아 버렸다(2절). 이에 입다는 그 이복형제들을 피해 돕 땅에 거주하면서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다. 입다는 가족에 대한 배신감과 복수심으로 상처가 있던 사람이다.

신실한 믿음의 딸을 본다. 입다는 경솔하고 과거부터 상처 많은 사람이었지만, 딸은 정반대로 밝지만 진지하고 의식이 또렷했다. 그는 도리어 아버지를 다독거린다.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여셨으니 아버지의 입에서 한 약속대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36절). 더구나 하나님께 대해 영광을 돌린다.

“여호와께서 아버지를 위하여 아버지의 대적 암몬 자손에게 원수를 갚으셨나이다.” 이것은 놀라운 고백이요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성경은 어머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아마도 외동딸로 혼자 자랐다는 것을 상상하게 된다. 자기 아버지의 모습을 어려서부터 지켜 봐 왔을 것이다. 능력이 있지만, 앞서가고, 서두르고, 경솔하고, 교만하고, 말실수하는 아버지를 보면서도 반듯하게 자랐다. 그는 자신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지키고, 아버지의 서원을 지키는 성숙한 신앙의 모습을 보여준다.

입다의 가정에 대해서는 아버지와 딸 외에는 다른 가족들을 소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름을 밝히지 않는 입다의 딸은 무남독녀 외동딸이었고(삿 11:34). 아직 결혼 전의 미혼이었음을 밝히면서(삿 11:39) 아쉬움을 더욱 남긴다. 입다의 가정처럼 이 사회에는 비극을 경험하는 가정들이 많다. 그런 가정들은 모두 주께 나와 상처를 치유 받고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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