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라는 한 종교 전체를 대상으로 이렇게 섣부르고 지나친 조치를 결정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 지 형 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심히 유감이다. 지난 7월 8일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발표한 중대본 조치와 관련하여 정부 방역 당국과 한국 교회 사이의 소통 부재 및 협력 파행 말이다. 방역 당국의 전문성과 각고의 노력을 존중한다. 깊이 감사한다. 교회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코로나19와 관련된 공적 조치에 최선을 다해 협력하고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교회는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여러 모로 생각할 때 ‘중대본의 7·8조치’는 섣부르다. 온 국민이 동참해야 하는 코로나19 극복의 국가적 과제에서 교회를 동반자가 아니라 방해자로 인식하게 했다. 발표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독교(개신교)의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기독교를 방역에 방해되는 존재로 인식하는 구조에서 나왔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번 조치가 섣부른 까닭이 두 가지다.

먼저, 기독교의 신앙적 구조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서다. 기독교는 가톨릭처럼 중앙 통제적 조직이 아니다. 이 점이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16세기 종교개혁의 소중한 유산이다. 신앙의 자유와 인격적 결단을 존중하는 프로테스탄트 신앙 구조의 본질이다. 역사, 문화, 정신적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하되 근본적인 신앙고백에서 일치를 추구하며 늘 자신이 도상(途上)의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이 점이 훼손되면 ‘프로테스트’가 일어난다. 그래서 기독교의 본질적 이름이 프로테스탄트다.

다음으로,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과 연관성을 무시한 조치여서다. 한국 사회의 종교 인구에서 기독교가 가장 많다. 정부의 통계다. 기독교는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 깊이 연결돼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 및 각종 정치 활동에서 기독교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현상은 그 통속적인 방증이며 단면이다. 근대 이후 우리 역사와 문화, 경제와 교육, 정치와 시민단체 활동, 특히 사회봉사와 복지 등에 기독교가 연관되지 않은 영역이 없다. 근래에 교회를 보는 사회의 시각이 비판적이지만 기독교의 사회적 활동과 영향은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중대본의 7·8조치’는 섣부를 뿐 아니라 지나치다. 중대본의 모든 판단과 결정에서 전염병 관련 요소가 중심이겠지만 오로지 그것만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회적 형평성, 경제에 미칠 파장, 정치적 관점,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의 수용성 등을 참작할 테다. 이번 조치가 지나친 까닭이 두 가지다.

먼저, 감염이 발생한 개별 교회들의 소재 지역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 땅 전체의 기독교 교회를 대상으로 한 점이다. 그동안 여러 직종에서 꽤 우려할 만한 감염 사례들이 있었다. 그러나 한 직종을 대상으로 국가 전체 영역에서 조치를 내리는 데는 극히 신중했다. 법적 조치의 형평성이 부족하면 공공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군구마다 교회와 시군구 지자체의 연결 조직체가 구성돼 있다. 교시협의회, 교구협의회 식이다. 이런 단위로 조치했다면 지자체 단위의 방역 당국은 물론이고 교회와 시군구의 연결 조직에서 자체적으로 충분히 조치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교회뿐 아니라 교인들에게까지 구체적인 처벌 조치를 명시한 점과 신앙 행위의 구체적인 사항들까지 적시한 점이다. ‘교회 이름의 행사’는 교회 밖 장소에서도 금지된 것으로 공지되고 있다. 특정 사회 집단의 소모임이 우리나라의 모든 장소에서 금지된다는 것이 무슨 논리인가? 허용되는 ‘정규 예배’를 몇 가지로 규정하긴 했지만 기독교의 각 교단과 교회마다 신앙적 형태가 상당히 다른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통성 기도의 금지나 성가대 연습 금지는 무슨 말인가? 국가가 특정 종교의 수많은 신앙 행위 중에서 어떤 것은 금지하고 어떤 것은 허용한다고 명령할 수 있는가? 성찬식이나 안수기도는 왜 금지하지 않았는가?

안산의 어느 교회가 7·8조치 직후 중대본에 여러 가지를 문의했더니, 구체적인 사항들은 지역 방역 당국이 조치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좀 더 충분히 논의해서 중대본은 포괄적으로 조치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지자체 방역 당국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중요 사안을 결정하면서 집단의 내부 논리에 매몰돼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못하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위험은 어느 집단에나 존재한다. 국가적 조직이나 대기업 또는 작은 회의체 등이 다 마찬가지다. 중대본의 7·8조치가 나온 논의 과정이 그랬으리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독교라는 한 종교 전체를 대상으로 이렇게 섣부르고 지나친 조치를 결정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물은 엎질러졌다. 정부 당국이 내린 공적 조치를 놓고 ‘즉각 철회하라’는 것은 강력한 항의의 표시라면 몰라도 문구대로 그렇게 하라는 것이면 무리가 있다. 7·8조치 후 한 주간이 지난다. 코로나19 특성상 통상 두 주간이 기본 단위다. 그 안에 정부 방역 당국과 한국 교회가 서로를 존중하며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이번 일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 교회 간의 소통과 협력 구조가 성숙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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