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나무심는사람 펴냄  “백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약속을 했다. 그러나 지킨 것은 단 하나다. 우리 땅을 먹는다고 약속했고, 우리의 땅을 먹었다”(오글라라 수우족 붉은구름의 말). 이 책은 1971년 첫 출간된 이래 지금껏 전세계 17개 언어로 번역되어 5백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간 스테디셀러. 저자가 여러 해에 걸쳐 회의와 재판기록, 자서전 등을 바탕으로 희생자인 인디언들의 말을 직접 인용하면서 서부 인디언의 멸망사를 가장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책으로 손꼽힌다.  곡식을 심어 추수 때를 기다리고, 사냥해서 고기를 얻고, 부족간에는 서로 화친을 맹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정해진 바에 따라 엄격히 다스린다. 광활한 서부. 그렇게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땅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때에 따라 열매를 생산해주고, 살아있는 생명들에게 쉴 곳을 허락하는 땅은 어머니의 품과도 같았다. 또한 모든 만물이 신의 돌봄을 힘입어 살아간다는 것을 믿기에 소중한 생명의 가치도 알고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땅에 침범해 온 백인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서부 땅은 금과 보석이 가득한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로 여겨졌다. 인디언은 그저 넓은 땅과 그 속에 가득한 보물을 더 편안히 가로채기 위해 치워버려야 할 걸림돌에 지나지 않았다.  백인들은 검은 속내를 감추고 인디언과 우호조약을 맺었다. 인디언들은 처음에는 한없이 약하게만 보이던 백인들을 돌봐주고 곡식을 심고 자라게 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는 점점 더해갔고, 서부에 상당량의 보물이 묻혀있다는 소식을 들은 백인들은 물밀 듯 몰려왔다. 백인들이 서부에 들어오면서 평화는 깨졌고 백인과 인디언들 간에 이미 뻔한 결과를 예상하게 되는 전쟁이 시작됐다. 백인들의 무기는 월등했다.  쫓고 쫓기는 접전, 대부분의 부족이 이즈러져갔고 살아남은 인디언들은 산 속에서 도망 다니며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항복하고 지정 주거지역에 들어가면 자유를 보장하겠다던 약속도 거짓이었다. 나무란 나무는 다 베어버리고 나무뿌리를 캐다 땔감으로 써야 할 형편인데다가 농사를 짓기 위해 씨를 뿌려도 홍수와 가뭄으로 여의치 않고 좁은 곳에 모여 살다 보니 전염병도 들끓었다. 지정 주거지역에 들어갔다가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인디언들이 속출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조약이 있었지만 그것은 백인들의 술책이었거나 일방적으로 파기되었다. 그런데도 백인들은 심지어 인디언의 머리 가죽 당 25달러의 포상금을 내걸어 인디언 사냥꾼이 있기도 했을 정도. 인디언 추장의 머리 가죽과 두개골은 공개적으로 전시하기도 했다.  그래도 인디언 전사들은 아녀자들과 어린아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 천년 간 살아온 땅을 지켜내기 위해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해서 시도했고 싸움터에서 백인들의 신식 총과 탄약에 힘을 잃었다. 저자는 이 용맹스러운 전사들의 활약을 열거하면서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영웅이 없는 시대에 그들은 아마 모든 미국인들 중에서 가장 영웅적인 인물들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미국 서부 개척사를 뒤집으면 인디언 멸망사가 된다”는 역자의 말처럼 이 책은 미국이 얼마만큼 잔인하고 야비한 방법으로 한 인종을 말살시키면서까지 땅을 넓혀 갔는지, 자신들의 욕심을 채웠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쟁은 1860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1890년 운디드니에서 막을 내렸다. 운디드니의 광란의 학살이 끝났을 때 집계한 것에 따르면 인디언 350명 중 3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반면 미군은 25명이 죽었다. 물론 싸움은 지금 땅의 주인으로 행세하고 있는 백인들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진정한 승리자가 누구인지를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정찬양 기자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