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않은 음악·신앙 열정 80년 한국서 순교한 첫 선교사 `토마스 순교 이야기' 오페라로 만들고파 `어서 돌아오오', `산마다 불이 탄다', `눈을 들어 하늘 보라', `지금까지 지내온 것' 등을 작곡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교회음악가 박재훈 목사(사진)의 여든의 삶을 기념해 그를 아끼는 이들이 찬양감사예배를 지난 23일 숭실대학교내 한경직기념관에서 마련했다. 이번 찬양감사예배를 위해 캐나다에서 귀국한 박 목사를 만나 그가 80평생 걸어온 음악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1922년 강원도 김화군 김성면(이북)에서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박 목사의 가정은 이미 기독교를 받아 들인지 오래, 믿음의 가정으로 나날이 터를 굳혀가고 있었다. 박 목사가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미국 감리교회의 선교사 문요한(John Z. Moore: 1874∼1963)이 세운 평양의 `요한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졸업 후 2차세계대전으로 일본유학의 꿈을 접고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자력으로 음악 공부를 계속했다. 당시 일본의 압제 하에서는 일본 군가를 가르칠 수밖에 없던 상황. 갑자기 해방이 되자 막상 아이들이 부를 수 있는 동요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급히 동요 50곡을 만들어 냈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송이송이 눈꽃송이',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세요', `산 높고 물 맑은 우리 마을에' 등이 모두 그때 만들어진 것들이니 50년이 더 됐는데도 아직까지도 아이들의 정서와 잘 어울리며 사랑 받고 있다. 박 목사가 처음으로 찬송가를 만든 것도 이맘때다. 전영택 선생이 시를 쓴 `어서 돌아오오'가 그것. 그는 지금까지 60여 년을 찬송가 작곡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까지 만든 찬송곡만도 500여 곡이나 된다고 하는데 그 중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개편찬송가에 한국인으로서는 가장 많은 4편이 실려있다. 그 후에도 영락교회 성가대 지휘자로 21년을 봉사했으며, 장수철 선생의 뒤를 이어 선명회 합창단의 지휘를 맡았고,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작곡과 합창지휘를 가르쳤다. “복음이 한국 땅에 들어온 이후의 역사를 곡으로 만들 것이다.” 이것이 60년 동안 꾸준히 찬송곡을 만드는 데 매진해 온 박재훈 목사의 신조다. 복음이 이 땅에 들어온 후 교회가 생기고, 학교와 병원이 세워지고 했던 감동의 역사를 작품으로 남겨 후세에 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이같은 신조에 의해 탄생된 대작이 오페라 `에스더'(1971)와 `유관순'(2000)이다. 에스더서의 이야기는 유대 민족이 민족 몰살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합심해 하나님께 회개하며 부르짖었고, 하나님께서는 이들의 간구를 들으신 내용이다. 박 목사는 6·25 동란시 최남단까지 밀린 극한의 상황에서 성경의 에스더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때 작품을 착상해 20년 후에 김희보 목사가 가사를 쓰면서 완성됐다. `유관순'은 3·1운동 때 분연히 일어난 33인의 민족지도자들 중 16명이 기독교 지도자였으며 이는 단연 기독교가 빚어낸 역사임을 강조한다. 독립선언문에서도 나타나지만 칼 앞에 맨 주먹으로 만세를 부르며 맞섰던 그들의 모습은 하나님의 구속의 역사를 믿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그는 알고 있다. 세계의 역사가 하나님에 의해 전개되는 것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고 말하는 박 목사는 이 감동의 역사를 오페라로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 캐나다 행을 택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한국에서의 분주함을 피하기 위해 택한 캐나다에서도 그리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62세 되던 해인 1984년에 큰빛장로교회를 개척, 처음 5가정에서 시작해 6년 동안에 성도 수가 150명으로 늘었고 현재는 아이들까지 모두 합해 2500명에 달한다고 한다. 1990년에 조기은퇴를 선언하고도 본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얼마간 봉사했다. 조기은퇴를 선언한 것도 오페라 `유관순'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유관순'은 `99년 11월, 4명의 작가를 거치고야 완성됐는데 2000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려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박 목사는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불려지는 CCM곡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복음적인 메시지는 간데 없고 찬양의 대상이 불분명한 곡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신앙 고백인 찬양을 드림에 있어서 겸허한 마음, 경배의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또 반드시 복음의 핵심인 `그리스도'가 나타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혼돈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찬송가위원회에서 진행중인 `새찬송가' 만드는 작업에도 감수위원으로 관계하고 있다. 총 600여장 중 한국인의 찬송곡이 130곡 정도 들어가게 되는 것은 반가운 일. 그것도 박 목사의 주장이 크게 작용됐다고 한다. 그러나 예전에 전통적인 찬송곡과는 사뭇 질적인 면에서 떨어지는 곡들을 많이 발견하게 돼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현재 찬송가 발행의 시일이 자꾸만 늦춰지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찬송가공회의 제도적인 면에 있음을 박 목사는 지적한다. 매년 임원이 새롭게 선출되니 다들 자기 임기에 만들겠다는 욕심만 있을 뿐 주인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개편찬송가를 만드는 작업에도 함께 했던 그는 당시에는 64년에 시작해 완성된 67년까지 같은 임원이 충분한 검토와 조율을 거쳐 일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성경에 레위 족속에게 주어진 임무가 제사장, 찬양대, 성전지기 3가지인데 생전에 이 3가지 모두를 다 해봤다며 맑은 웃음을 짓는 박 목사는 요즘 건강이 악화돼 이번 음악회에서는 지휘를 하지 못하고 인사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했다. 그래도 죽기 전에 꼭 이루고픈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들어오다가 군인들에게 발각되자 둘러선 군인들에게 성경책을 나눠주고는 순교한 한국 최초의 선교사 로버트 토마스 목사의 순교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드는 것.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순교에서 시작된 역사임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올해로 탄신 100주년을 맞는 한국기독교의 핵심인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오페라로 만드는 것, 어느 것이라도 하나가 완성되면 숨 다하지 않겠느냐며 웃는 그의 말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하나님의 순리에 순복하는 겸허한 자세를 같이 느낄 수 있었다.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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