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수천여명이 중국에 있는 각 국 외국대사관으로 진입, 망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문이 타전되자 마자 남한정부는 월드컵 승리의 축제를 누릴 새도 없이 그들을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까지 뚜렷한 대책이 없던 남한정부는 허둥지둥대다 수천명의 탈북자들을 중국정부에 넘겨주고 만다. 남한기독교계도 마찬가지여서 평소 탈북자들을 선교의 대상으로만 생각했지 그들에 대한 대책이 없기는 남한정부와 다를바 없었다…. 위의 이야기는 물론 허구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허구라면? 이미 많은 북한주민들이 북한을 탈출하고 있으며 올해 4월까지 탈북자들의 입국수는 지난해 절반수준인 214명이 입국을 했다. 80년대와 90년대 초 주로 군인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귀순을 했다면 90년대 중·후반부터는 평범한 인민들이 주로 탈북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군인들은 북한사회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문화도 보고 들을 기회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귀순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일반인민들이 탈북을 시도한다는 것은 `굶어죽으나 탈출하다 잡혀 죽으나' 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라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북문제에 대해 남한 정부는 북한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눈치를 보며 쉬쉬하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탈북문제는 이제 가만히 있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남한정부와 국민들 특히 기독교계가 나서야 할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북한교회 재건운동과 공산권선교에만 힘을 썼을 뿐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에게는 관심을 못 쏟았다는 지적이 높다. `북한귀순자선교회' 허성업 목사는 “한국교회는 그 동안 하드웨어 (북한교회재건운동)적인 면에만 투자를 하고 소프트웨어(자유이주민 돕기)적인 면에서는 많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허 목사가 이들 자유이주민들에게 관심을 쏟게 된 계기는 지극히 평범했다. 90년초 기성교단의 선교사로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선교사역을 하고 있던 중 시베리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던 두명의 북한주민들이 자신들을 남한으로 보내달라며 허 목사를 찾아왔다. 허 목사는 어렵게 그들을 남한으로 보내고 난 뒤 선교사역에 열심을 내다 그만 풍토병과 악성괴질 등의 질병을 얻고 귀국하게 된다. 남한으로 돌아와 몸을 추스리던 중 자신이 러시아에 있을 때 남한으로 보냈던 두명의 젊은이들이 생각나 안기부(현 국가정보원)를 통해 두명 중 한명을 찾게 됐지만 이미 그는 술과 친구가 된지 오래였다. 허탈했던 허 목사는 그 사건을 계기로 남한으로 와있던 자유이주민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주님께로 인도하기 위해 일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남한 정부는 탈북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탈북자들이 중국에 있는 남한 대사관을 찾아가면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임영선 조사국장은 “김영삼 정부 당시부터 탈북자들에 대한 선별 입국이 탈북자 문제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임 국장의 말은 정보가치가 있는 그러니까 군인이나 고위급 노동당원 등은 입국을 허용했지만 그 외에 일반 인민들은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한 외국 의사에 의해 주중대사관 진입이라는 기획망명이 터지고 그 사건을 계기로 남한정부가 탈북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6.25 전쟁 이후 북한은 남한사회에 간첩들을 많이 침투시켰다고 주장하며 간첩들이 가장 침투하기 좋은 곳이 종교 특히 기독교와 교육계라는 충격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임 국장은 “지금 남한사회가 갈등으로 혼란스러운 것은 간첩들이 꾸미는 짓”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배고픈 북한인민들을 돕는 것은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 그들은 불쌍한 한 영혼이기 때문이다”라며 “지금 정부나 기업들이 북한에 돈을 갖다주는 것은 인민들을 돕는 일이 아니고 김정일노동당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허 목사의 생각을 약간 달랐다. “물론 그럴수도 있다”고 입을뗀 허 목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북한주민들이 남한에 입국을 하면 간단한 정착교육을 받고 남한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그때 정착지원금으로 받는 돈이 약 3600여 만원. 하지만 이 돈도 6개월이면 없어진다. 500만원의 영구임대주택 아파트 보증금과 500만원 상당의 가전제품, 생활필수품 등을 사고나면 수중에 남는돈은 2000여만원…. 하지만 자유이주민들에게 갑자기 주어진 자유는 이들을 밤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매일되는 술과 방탕한 생활들로 인해 6개월이면 돈이 없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가족들을 데려다 주겠다는 사기꾼에게 걸려 돈을 날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허 목사는 남한 사회가 이들을 위해 돈만 주고 끝낼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유이주민들은 70년대 살다가 하루아침에 2000년대로 넘어온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에게 남한 사람들과 같이 살아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입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처음에는 그들이 불쌍해서 도와주기도 하고 취업도 시켜주기도 하지만 어쩌다가 자유이주민들이 실수라도 저지르게 되면 무서울 정도로 차갑게 변한다고 말한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쏟다가도 그들이 한번 사고라도 치게되면 교회는 그들을 배척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기독교계는 자유이주민들을 향해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허 목사는 자유이주민들을 돕는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나눈다고 생각하라며 자유이주민들이 남한에 온지 1년밖에 안됐으면 그는 한 살이라고 말했다. 또한 체계적인 직업프로그램 역시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자유이주민들이 북한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단순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에서 공학을 배웠으면 남한에서도 공학을 배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술이 익는 마음으로 자유이주민들을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자유이주민들의 경우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남한사회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유이주민들의 `구세주'는 술과 담배입니다. 아픈 가슴을 술로 달래고 교회의 목사님께 하소연이라도 하려고 찾아오면 목사님들은 어디 교회에 술을 먹고 오냐며 호통을 치곤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목사님이나 교회 성도들이 달래주지 않으면 누가 달래 주겠습니까?” 라며 안타까워 했다. 허 목사는 “기독교가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지체해서는 안된다”며 “한교회가 한가정씩 도와주자”고 제안했다. 교회에서 그들을 위해 끊임없이 찾아가고 기도하고 아끼면 그들도 남한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 기독교계는 모든 공명심을 버리고 진정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들을 도와야 할때가 온 것이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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