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을 내고 `2002 한일 월드컵'은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 기간 중 한국은 당초 목표였던 첫 승과 16강이라는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은 `세계4강'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지난해 언론에 의해 `오대영' 이라고까지 불렸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제 영웅이 됐으며 코치 및 선수들 또한 부와 명예를 동시에 안게됐다. 각 기업과 사회전반에서 히딩크의 리더쉽을 배우자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으며 붉은악마 응원단 때문에 한국축구는 16강에 못 들어간다고 외쳤던 한국교회는 16강뿐만 아니라 4강에까지 진출하자 `하나님이 한국을 특별히 사랑하셔서 주신 축복'이라고 선전해대기에 바빴다. 거스 히딩크 감독 및 선수들 그리고 모든 코칭스텝들이 이번 월드컵 신화의 주인공들이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숨은 주인공들이 있다. 12번째 선수들이라 불리우는 `붉은악마'가 그들이다. 준결승 경기인 독일전에는 사상최대인 650만의 인파가 전국을 붉게 물들였다. 그 누구도 붉은악마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어떤 누구도 붉은 옷을 입으라고 눈치를 주지도 않았지만 한국이 1승을 거둘 때마다 붉은 옷의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갔다. 잠정적 집계만 국민의 절반이 넘는 2500만 명이 붉은악마 티셔츠인 `비더레즈(be the reds)'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사회학자 및 지식인들은 이 예상치 못한 현상에 대해 분석에 들어갔고 `한의 문화', `억압된 민족성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폭발했다', `레드컴플렉스를 없애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라는 말로 이 현상을 풀이해냈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거리에서 붉은 옷을 입고 응원하는 모습을 북한의 김정일이 본다면 아마 무서워서 전쟁 일으킬 생각을 못할 것”이라는 분석 아닌 분석도 내놓았다. 과연 무엇이 우리국민들을 붉은악마로 만들었는지 또 우리 한국기독교는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난 전 국민적 에너지에서 무엇을 배워야하며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전 한세대 신방과 교수 박영근 박사는 “연인원 2000만 명이 모인 곳에는 100% 긍정적인 면도, 그렇다고 100% 부정적인 면도 없다”고 전제한 뒤 “드디어 한국에도 `광장'이 생겼다는 데서 이번 거리응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동안 한국은 밀실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며 “유달리 방문화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김동춘 교수는 “그동안 우리사회는 탈출구가 전혀 없었다”며 “특히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리 20대에게는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지만 이번 거리응원이 그걸 해소해주었다”고 말했다.  한남대 사회과학대학 학장 김조년 교수는 “스스로 거리로 나갔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단순히 자발적인 행동을 하도록 성숙되어진 것은 아닐 것”이라며 “상당히 무서운 일상적 파시즘이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면서도 “응원을 통하여 한 가지로 기뻐할 것에 대한 강력한 갈망을 표시한 것이며, 해방을 만끽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IMF를 맞으면서 자신감을 상실한 우리국민들은 지지부진한 경제와 진흙탕 정치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 왔던 것도 사실이다. 박영근 박사는 “우리민족은 일제시대 천황의 그늘 아래서 `신민'의 삶을 살다 민족 스스로가 아닌 타의에 의해 `시민'의 자격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시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이 우리국민의 `시민'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여기서 보여준 에너지는 어떻게 활용해 나가야 하며 한국교회는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인가? 박영근 박사는 “이번 거리응원전에서 한국교회는 그들의 문화적인 욕구와 참여욕구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이어 “현재의 한국교회는 목회자들의 원맨쇼인 경우가 많다”며 “평신도들에게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교회의 상황에서는 담임목사와 의견이 다르면 왕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지금처럼 목사들에 대한 피드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평신도들마저 교회의 일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는 동맥경화증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조년 교수는 “사람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미 그들은 인터넷이나 정보기술산업의 도움으로, 그리고 세계화 흐름의 도움으로 교회라는 울타리를 훨씬 넘고 있다. 인간을 위한 해방의 진정한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고 정리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교회가 `붉은악마' 명칭변경운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도 박영근 박사는 “과연 한국교회가 우리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가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사회의 큰 줄기를 보고 나가야 하는데 우리 한국교회는 그 동안 너무 잔가지들에 힘을 소진했다”며 “붉은악마 중에는 기독교인들도 많이 있을텐데 그들에게 붉은악마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70년대 C.C.C.(한국대학생선교회)는 굉장히 긍정적인 비전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교회에서는 비전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모두가 거리응원에 찬사만을 내놓는 건 아니다. 러시아 출신 귀화 한국인 박노자 교수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거리응원에 나선 사람들을 보며 집단적 광기, 히스테리를 느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이 축구에서 이겼다고 노동자들에게 잘될 것도 없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될리도 없다”고 말해 다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역시 소식지인 `인권하루소식'을 통해 `붉은악마 현상을 부추기지 말라'라는 논평을 내고 “`붉은 악마' 현상은 결코 `자발적'인 것이 아니다. 어떤 지배세력이든 자신의 정통성을 과시하고 대중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기 위한 대중동원은 필수적이다. 군사독재 시절에 그 동원은 민주인사, 언론, 국민에 대한 강제와 공포로써 이루어졌다”라며 “그러나 모든 통치가 비판세력의 대규모 체제내화를 통해 진행되는 지금, 대중동원은 탄탄한 기득권 세력으로 성장한 거대 매스컴을 통해 이루어진다. 거대 매체가 국민에게 국가주의를 부추기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현상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위에서 보듯 이번 월드컵은 한국국민에게 있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월드컵과 거리응원을 통해 보여준 국민적 에너지의 활용은 이제 고스란히 우리 손으로 넘어왔다. 특히 한국교회는 국민적 에너지를 모으는 매개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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