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에 걸친 긴 전쟁으로 온 국토는 황폐화되었다. 남한과 북한 승자는 없고 패자만 생긴 6.25 전쟁은 그렇게 끝이났다. 6.25 휴전 후 정권을 잡은 윤보선 대통령과 장면 국무총리 역시 친일파 청산에는 큰 힘을 쏟지 못했다. 특히 장면 국무총리 정권하에서는 친일파가 각료의 60%를 차지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정희가 정권을 잡은 이후로는 친일파 청산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바로 박정희 대통령 자신이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면서 `다카키' 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까지 한 장본이었기 때문이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의문의 죽음을 당한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리켜 “일제가 망하지 않았다면 평생동안 일본관리를 하였을 기회주의자”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 시절 친일파 청산을 말하는 사람들은 빨갱이로 몰리며 친일파 청산 문제는 더욱 요원해지기 시작했다. 이 후 최규하 대통령 역시 박정희 집권 시절 정치권에 친일 만주인맥을 구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지지부진을 거듭하던 친일파 청산 문제는 지난 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김영삼 정부는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을 전개하며 조선총독부의 구청사와 청와대내 총독관저를 철거했다. 또한 각종 기념 학술행사에 이어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일제잔재-건물, 쇠말뚝, 지명, 관직명, 언어, ‘국민학교’명칭 등-청산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같은 논의 결과 일부 지방에서는 고유지명을 되찾은 사례도 있고 정부에서는 ‘국민학교’명칭을 ‘초등학교’로 고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물적 자원만을 약간 청산하는데 그쳤을 뿐 정작 중요한 인적 자원을 청산하는데는 실패에 그치고 말았다.  지지부진을 거듭하던 친일파 청산 문제는 지난 3월1일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는 모임' (위원장 민주당 김희선 의원) 소속 국회의원들이 708명의 `친일파 1차 명단'을 발표함으로써 다시 논의의 불씨를 살렸다. 이들이 발표한 친일파 명단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사주들도 포함돼 있어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 뜨거운 논쟁이 일기도 했다. 또한 지난 14일에는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작가회의'등의 단체들이 `친일문학인 42인'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친일파 청산문제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친일파 청산문제에 대해 찬성을 하는 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광복회 회장인 장철(80) 광복회장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친일파 청산을 중단'하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3월1일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는 모임'과 함께 친일파 명단을 작성하는데 힘을 합친 광복회는 이번 `친일문학인 42인' 명단 선정작업에는 참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철 광복회장은 인터뷰에서 “당시 친일을 했던 사람들은 다 죽었고 이제는 그 후손들만 남았으니 국민화합을 위해서 그들을 용서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지난 13일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학술단체협의회 정책토론회(한국 근현대사속의 친일의 의미와 친일파 청산운동의 필요성)에서 “과거를 잊자는 `망각론', 모두가 친일을 했다는 `공범론', 한때의 친일로 한 사람을 매도하지 말자는 `공과론', 친일파를 오히려 수난을 감내한 사람으로 떠받드는 `순교자론' 등 친일파 청산을 반대하는 10대 궤변이 있다”고 발표했다. 박 연구원은 “이중 친일파 청산을 주장하는 사람을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색깔론이 가장 과거 친일파의 논리를 그대로 받은 논리”라고 공격했다. 또한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야당 정치인 음해론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으로 친일파 청산을 이용해도 안되지만 그 음해론 때문에 친일파 청산의 의의마저 부정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친일파를 청산하는데 힘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은 “사회 각 분야의 깊숙히 친일파의 후손들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이 사회 각 분야에 요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친일파 청산문제를 꺼내기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과거 정부 역시 친일파 청산에 있어서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조 사무총장은 “정부는 아직도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일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친일파 청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위의 박한용 민족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의 발표대로 친일파 청산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친일파 청산을 빨갱이로 몰거나 과거에 얽매여 국론을 분열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조 사무총장은 “이 문제는 역사정의에 관한 문제로 우리는 그(친일파)들을 형사처벌이나 단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단지 역사적으로 청산하자는 것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친일을 한 사람들이 민족 앞에 반성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반성을 받아들여 진정한 화해를 하자는 것입니다. 이른바 `반성과 화해' 라는 기조위에서 새로운 제대로 된 역사정의를 세우자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어 “친일파 청산은 앞으로 맞이할 통일 이전에 잘못된 과거사를 깨끗이 정리하자는 의미도 있다”며 “친일파 청산은 북한과 공동의 역사의식을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5일은 우리에겐 광복절이었지만 일본에게는 종전기념일이었다. 이날 일본의 몇 명 극우 국회의원들은 신사참배를 하며 일본은 아시아를 침략한 것이 아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의로 많은 사람들이 친일문제에 대해 지나간 일이니 잊어버리자고 말하기도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의 말처럼 잘못된 것은 반드시 비판하고 반성하고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한국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거듭나는 길이며 우리 후손들에게도 떳떳한 역사를 물려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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