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루미(방글라데시)씨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소장 박천응 목사)에 도움을 청하기 의해 찾아왔다. 모 중소기업에서 혼자 4개의 기계를 맡아 관리해오던 루미씨는 오른쪽 어깨와 허리에 통증이 심해지자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던 중 사장의 계속되는 구타와 욕설에 못 이겨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오히려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 추방되는 위기를 접하게 됐다.  이러한 억울함에 놓이게 되는 것은 이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온 힘이 없는 사람들이고 신분적으로는 불법체류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뜻있는 이들이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앞장서고 있지만 몇 몇 소수의 사람들에 불과하다. 지난 7월 27일 최의팔 목사를 비롯, 30여 명의 성직자들이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사무실(KNCC)에서 단식기도회에 돌입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원불교, 천주교 등의 성직자들은 7월 18일 정부의 국무조종실이 발표한 `외국인력제도 개선대책'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 단식기도회에 돌입했던 것이다. 이들은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력제도 개선대책'이 “그 동안 수없이 제기돼왔던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장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조치”임을 지적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성직자들로서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역사적 죄를 범할 수 없다는 참회의 자세로 단식기도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각 교단들의 총회가 거의 끝났다. 주요 안건의 헌의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에만 신경을 썼을 뿐 소위 말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대한 교회의 역할을 구체적이고 심도있게 논의한 교단은 없는 실정이다. 물론 교단들 나름대로 사회복지를 위해 또는 구제사업을 위해 헌의안들을 내놓긴 했지만 대부분 거대담론만 풍성할 뿐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은 없다고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최의팔 목사는 “한국교회가 자본주의 속성에 물들어 교회를 성장시키고 교인들 숫자 늘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우리 이웃들의 삶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하다”고 말한다.  최 목사는 얼마전까지 외국인노동자들과 함께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했음을 상기하면서 “70년대에는 KNCC가 지금의 명동성당 역할을 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KNCC는 사회적인 약자들을 홀대하기 시작했다”며 아쉬운 듯 말을 했다.  최 목사는 이어 “명동성당은 종교적으로만 볼게 아니라 민주화의 성지라는 인식이 더 강하기 때문에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한 것이다”라면서도 “교회에서 우리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당연히 교회에서 해야지”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최의팔 목사는 정부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정부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쫓아낼 대상으로 보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을 쫓아낼 수는 없다”며 “실질적으로 쫓아낼 수 없으면 그들을 위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건 외국인노동자들이 산재 등 의료사고를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의료공제조합을 만들고 전국에 서울대 병원, 이대 병원 등 300여 개 협력병원이 있지만 많은 병원들이 외국인노동자들을 받는 것에 대해 껄끄러워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지가 안 맞기 때문… 실제로 연세대 병원 같은 경우는 협력병원에 들어가 있지 않다.  최 목사는 “일본의 경우 외국인노동자들이라도 일단 병원에 입원을 하면 퇴원을 못 시킵니다. 그리고 그 손실액은 국가에서 다 보전을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병원들이 꺼려하는 편이죠”라고 말한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의료혜택조차도 받기 힘든 `사회적 약자'임과 동시에 교회가 끌어안아야 할 사람들임에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4월부터 외국인노동자협의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지명 씨(31) 또한 최 목사와 비슷한 말을 했다. 김 씨는 “외국인들을 동정 차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관점에서 바라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외노협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는 띠뚜(27. 방글라데시) 씨 또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 온 지 벌써 6년째라는 띠뚜 씨는 한국에 온 지 3년만에 예수를 믿고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띠뚜 씨는 “내가 사는 방글라데시는 이슬람을 믿는데 예수를 믿는다고 하니까 고향사람들이 매우 싫어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와서 일하던 중 한 집사님이 자신한테 100번 정도를 전도했지만 자신은 성경말씀을 읽고 깨달아 예수를 믿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띠뚜씨는 그나마 행복한 편에 속한다. “저의 경우는 섬유기술이라는 전문적인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아마 10년에서 15년 후면 우리를 대하는 인식도 많이 바뀔 것”이라며 희망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소장은 지난달 26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 9월 월례학술발표회에서 “오늘의 사회는 사람보다 돈을 중요시 여기는 사회로서 미래의 대안적인 사회를 열어갈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사회에서의 소외된 사람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타국의 땅에서 차별적 인권침해를 당하며 살아가는 오늘의 모습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차별을 정당화 시키는 사회가 아니라 `인권존중의 원리'가 적용되는 사회,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나눔의 원리'가 적용되는 사회, 인간 개인을 이윤을 위한 이용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사회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원리'가 적용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양의 사람들은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물들어왔다. 그래서 백인들은 무조건 위대하고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은 우리보다 미개할 것 이라는 사고방식에 알게 모르게 젖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세계가 지구촌화 되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폐기용도해야 할 사고방식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천응 목사의 말대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원리'가 적용되는 사회가 되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그들은 우리의 정다운 이웃이다.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그들을 우리의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일때 빛과 소금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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