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교회를 다니고 있는 이정훈씨(24세)는 다니는 회사가 외국계 기업이라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일날 주일학교 봉사에 드럼을 치는 그로서는 주5일 근무제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토요일날 하루 재충전을 하고 나서 주일날 교회에 나오면 아이들과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봉사 또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사실 토요일날 쉬니까 주일날이 부담없이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토요일과 주일을 걸쳐 어디 놀러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은행권의 주5일 근무제를 시작으로 사회전반에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됐다. 노동계는 근로조건의 후퇴없는 주5일 근무제를, 재계는 현행 연·월차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실시하는 주5일 근무는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입장이다.  종교계 중에서 주5일 근무제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는 곳이 바로 기독교계다. 서울지역의 한 목사는 어느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주5일 근무제가 확정되면 한국교회는 일대 위기를 맞을 것이고, 주일 프로그램을 소홀히 한 교회들은 많은 신자들을 야외로 빼앗길 것”이라며 한탄 어린 걱정을 하고 있다. 또한 한기총 주최로 지난해 열린 주5일 근무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종윤 목사(서울교회)는 “주5일 근무제는 성경에 위배되는 일”이라며 “한국교회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교회의 민감한 대응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타 종교의 경우 불교계는 주5일 근무제를 대비해 겉으로는 여유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템플 스테이(Temple Stay)’-사찰의 방을 외국인에게 숙박시설로 개방하는 것- 등을 통해 불교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천주교 역시 주일 미사는 신자가 지켜야 할 의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부터 주일 저녁까지 주어진 주말 시간에 교회가 주체가 되어 아동, 청소년을 위한 건전한 문화 프로그램을 서비스하고, 가족이 함께하는 축제의 기회로 만들고자 기획하고 있는 등의 대비를 하고 있다.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소장 송길원 목사)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경우 주말에 여행을 간다 해도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박2일의 일정을 택하겠다는 응답자가 59%, 토요일 하루만 가겠다는 응답자가 34%로 나타나 주5일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93%가 주일(안식일)을 지키겠다고 응답했다는 설문에서도 보듯이 주5일 근무제는 교회의 악영향을 끼치기는커녕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교계 원로는 “교회는 주5일 근무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할 필요가 없다”며 “교회 스스로가 미숙하기 때문에 괜히 그러는 것”이라며 신랄히 비판했다. 이 교계원로는 “다만 우리 국민이 아직 정신적인 요건을 갖추지 않아 일부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금요철야가 끝난 후 토요일 하루를 쉬고 주일날 더 열심히 주님을 섬길 수 있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하고 “교계가 이 문제에 반대하는 것은 창피하고 유치한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주5일 근무제를 대비해 금요예배를 실시한 갈릴리교회 인명진 목사는 “금요예배를 실시한 이후 오히려 신자들이 더 늘었다”고 밝혔다. “직장 사정상 주일날 교회에 못 나오는 사람들이 금요예배에 참석해 성도가 더 늘었다”며 “크게 변화된 점은 없고 오히려 성도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 목사는 주일날 참석하는 성도들 역시 변화는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교계가 내세우는 주5일 근무제도 반대 논리 또한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종윤 목사는 지난해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주5일 근무제는 6일을 일하라는 명령에 위배되며 향락과 소비문화를 부추겨 주일성수를 어렵게 만들어 유럽처럼 교회의 쇠퇴를 가져올 것이고, 국민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은 “진정한 애국심을 갖고 엿새 동안 힘써 일하여 부강한 나라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이억주 목사는 “출20:8∼11 말씀은 주 6일을 모두 일해야된다는 데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매 주마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자녀문제 등으로 인해서 어려울 것”이라며 “유럽에서도 주 5일 근무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므로 교회의 쇠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반론을 전개했다.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김승욱 교수는 기독교학문연구소 소식지에 기고한 글에서 “교회의 주5일 근무제 논쟁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존재한다”며 “이 중에서 어느쪽이 효과가 큰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일부 사용자의 입장에 있는 교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헌신적인 교인들은 토요일에 쉬는 것을 매우 환영하고 있으며, 이는 긍정적인 영향도 상당히 있다”며 “물론 그들도 경제적 여건에 앞선 토요휴무제 도입으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주일 교회 봉사도 쉼이라고 한다면 주5일 근무제를 가장 먼저 실시한 직종은 교역자일 것”이라며 “헌신적인 신자들 가운데서 교회 일에 지쳐서 대형교회에 가서 쉬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요휴무제는 직장 생활에 지친 헌신적인 교인들에게 쉼을 주어 교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간접적으로 주5일 근무제가 교회의 발전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결론적으로 주5일근무제는 한국교회의 특수한 상황에서는 건강한 교회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소극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쉼은 육신이 피곤할 정도로 집을 떠나 놀러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일에서 떠나 영혼이 쉼을 얻는 것임을 강조하는 기독교적 여가관을 확산시키고, 교회가 올바른 여가와 놀이문화를 창조하는데 앞장서면서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라며 글을 끝맺고 있다. 위에서 보듯 교회가 주5일 근무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성경말씀에 위배되기 때문' 또는 `아직 경제가 그런 위치에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런 이유를 표면적으로 내세우면서도 대형교회들은 주5일 근무제를 대비해 자체적으로 수양관을 짓는 등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내 교회 성도 다른 교회에 빼앗기기 싫어서' 주5일 근무제를 반대한다고 볼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물론 목회자들도 거듭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면 한국사회의 삶의 질은 물론 성도들의 의식수준도 매우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처럼 목회자란 권위로 성도들을 억누르려 한다면 분명 교회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를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교회가 앞장 서 삶에 지쳐있는 성도들을 풀어주는 열쇠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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