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처럼 한국이라는 단어보다 대한민국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져 보인적은 없었다. 국민경선과 노풍(盧風), 정풍(鄭風) 등의 바람을 만들어 낸 국민들의 힘과 그 여세를 몰아 한·일 월드컵에서의 4강 신화 그리고 붉은악마로 대표되는 당당한 한국, 그것을 일궈 낸 수십만명의 길거리 응원, 또한 여중생 효순이와 미선이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수 만명이 모여 주최측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이고 비폭력적인 시위문화를 만들어 낸 한국민의 저력은 세계가 놀랄 정도였다. 2002년, 개혁의 바람은 연초부터 불었다.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국민을 짓눌러 온 군사문화와 의사소통의 세련화는 월드컵 당시 광화문에서의 길거리 응원을 계기로 폭발했다. 이런 변화의 요구는 당초 2%의 가능성을 가지고 당 내 대통령 경선에 출마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9일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면서 마침내 절정에 다다랐다.  문대골 목사(생명교회 담임)는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바람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라며 “하지만 일부 보수언론과 기득권 세력들이 국민들의 이런 개혁열망을 왜곡하고 귀를 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 목사는 “하지만 이제는 정치·경제 분야에서 변화의 기운을 느끼고 말로만 개혁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작업을 몸소 실천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앞으로 개혁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서민적인 이미지, `바보'라는 별명처럼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철학, 이인제와 정몽준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힘으로 만든 `바보'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사회가 상식이 흐르는 사회, 공의가 하수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염원이기도 하다.  문대골 목사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발자취를 보면 원칙을 위해 살아왔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하나님의 정의가 이 땅에 구현될 수 있는 원칙이 (사회전반에) 지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노 대통령 당선자가 상당한 자주적 위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목사는 개혁을 외치는 세력에게도 충고를 잊지 않았다. “김대중 정권 당시 같이 고생했던 이들이 기득권 세력으로 편입되어 가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물론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면 당연히 참여를 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기득권 세력에 편입이 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을 외치는 세력들은 여전히 예언자적인 자세와 발언이 필요하다”며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이런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다면 교계 역시 개혁의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높았던 한 해였다. 사회와 교계가 약간 다른점이 있다면 일반사회의 수구기득권 세력은(원하던 원하지 않던) 조금씩이나마 변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는데 반해 한국교회의 교권주의자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동굴에 앉아 변화의 낌새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계는 올해도 역시 CBS 사태가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해를 넘기고 있다. 표용은 목사는 CBS에 이어 YMCA에서까지 퇴진 요구를 받고 있어 어느해보다도 힘든 한해였을 것이다. 하지만 CBS이사회나 YMCA이사회 역시 문제해결의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남의 일 바라보듯 구경만 하고 있다는 평이다. 또한 지난 9월에 개최된 각 교단들의 총회에서는 총회장 선거에 돈이 오가는 등 사회를 이끌어야 할 교계가 오히려 사회의 악습을 흉내내고 있다는 비아냥도 들었다. 예장통합 총회의 경우 최 모 목사가 총회장소에서 양심선언까지 했으나 결국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유야무야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사회에서는 개혁의 성과가 조금씩 보이고 있지만 교계에서는 개혁의 목소리만 높았지 사실 그 성과는 미미하다. 박득훈 목사(교회개혁 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교권의 벽이 너무 높다”고 단정한다. 박 목사는 교권의 벽이 예상외로 높아 “교권에 저항하게 되면 저항하는 세력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마음으로는 개혁을 원하고 있지만 돌아올 불이익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소리다.  박 목사는 교회의 개혁이 힘든 이유에 대해 “목회자나 교계 지도자들을 비판하면 벌을 받는 다는 두려움과 (교계지도자들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정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 까지도 매도해 버리는 상황”이라며 매우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교계 역시 미세하나마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박득훈 목사는 “교계 역시 한국정치의 흐름과 비슷하게 개혁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져 가고 있다”며 “기득권 세력에 눌려있던 평신도들의 교회개혁을 향한 열망이 조직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박 목사는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개혁의 힘을 한군데로 결집시켜 분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교회가 소수의 사람들로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의 목소리도 한껏 높아졌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박 목사는 교회개혁을 원하는 세력에게도 “단순한 비판은 안된다”며 “정말 눈물이 깔려있는 교회개혁을 위해 눈물 흘리며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교회가 이대로 안된다는 절박감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개혁을 요구하는 신자들에게 `사탄의 세력', `교회를 훼파하는 무리들'이라는 극언까지 써가며 교권주의자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입지를 굳건히 지켜왔다.  모 교회를 다니는 한 성도는 “오히려 교회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는 일이 더 많다”며 “과연 우리 한국교회가 이대로 괜찮은지를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식이 통하는 한국교계를 보고 싶다”며 “정말 뼈를 깎는다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교계 역시 개혁의 목소리는 높아져 가고 있다.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민초들의 개혁요구는 그 어떤 방패로도 못 막는다는 것이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이 되었다. 지도자들이 이런 민초들의 요구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실패의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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