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난 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인수위원회를 구성했다. 구성된 인수위원회에는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많이 들어갔지만 그 중 눈에 띠는 것은 시민단체 출신들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혹자들은 `역대 최약체 정권'인 노무현 정부가 개혁의 색깔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해서 시민단체 인사들을 중용했다는 이야기들이 있는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순수하게 운동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지난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운동을 계기로 조명을 받은 시민사회단체가 최근 또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정부기구(NGO)인 시민사회단체는 현재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불어온 개혁의 바람은 이제 시대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가장 먼저 개혁을 요구받은 곳은 정치계. 한나라당 개혁의원 모임인 `국민속으로'는 지난 20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치, 이젠 확 바뀌어야 한다'는 주제의 공청회를 가지고 정치와 정당의 개혁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 공청회에서 서상섭 의원은 “지금은 한나라당내 정치개혁특위에서 우리의 요구가 수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래도 안되면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입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를 정치개혁의 파트너로 삼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정치개혁시민연대를 발족하고 정치개혁을 위해 온 힘을 쏟을 전망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녹색연합, 문화개혁시민연대 등 13개 시민단체들이 지난 달 17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이하 정치개혁연대)를 발족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이 날 정치개혁연대가 제시한 정치개혁과제는 모두 26개로 `상향식 후보추천절차, 저비용. 고효율의 당대 경선제도 확립, 여성할당제, 1인2표 정당명부제, 선거공영제,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 정치자금 수입지출 투명성 확보, 청문대상 확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정치개혁연대는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들어, 입법에 반영하기 위해 `정치개혁 추진 범국민협의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에 이런 활발한 활동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그룹이 있다. 자민련은 지난 달 8일 “노무현 당선자가 국정운영에 시민단체를 참여시켜 정치세력화 하려는 의도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민련은 “시민단체는 말 그대로 NGO로서 정체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정부를 감시, 비판, 견제함으로써 국가방전을 위한 대안제시를 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사설을 통해 시민단체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나섰다. 조선은 지난달 8일 `시민운동 본연의 자세 지켜야'라는 사설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의 영향력이 검찰 개혁 등 국정전반으로 번지는 추세”라며 “그 나름의 긍정적 측면이 있겠지만 시민단체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 우려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사설은 이어 “시민단체의 국정 참여가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반드시 짚어야 하며 시민단체들도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또한 `노-민(盧-民)연대'라는 표현을 쓰면서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조대엽 교수(고려대 사회학)는 동아일보의 시론을 통해 “시민단체 대표들과 노 당선자가 맞잡은 손은 어쩌면 ‘아름다운 동반’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노-민(盧-民) 연대’는 시민단체가 권력의 핵심에 성큼 들어선 것으로 비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도 ‘노-민(盧-民) 연대’는 새로운 정부의 핵심적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국민통합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부디 손쉬운 세력화와 여론몰이가 아니라 ‘공존의 질서를 구축하는 개혁’을 위해 설득과 관용, 경쟁과 견제라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일부 주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윤환철 공의정치포럼 사무국장은 “NGO에서 GO로 들어가는 상황 자체가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과거 시민단체에서 정부단체로 들어간 전례를 볼 때 이런 우려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사무국장은 “결국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단지정부기관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기관에 들어가서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힘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갈 수 있다”며 “그들에 대한 비판을 잠시 참았다가 훗날에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비판을 해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식씨는 인터넷 신문 하니리포터의 `그럼 시민단체는 뭐 하라는 겐가' 라는 글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시민단체를 거론하는 것은 일정한 자리는 나누어주고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감시적인 역할과 제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이러한 비판적 감시적 기능을 확대, 반영하는 것을 정치세력화라고 운운한다면 시민단체가 할 일이 어떤 게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개혁에 시민단체를 참여시키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정부 관료들로서는 고역이다. 공무원들이 바라지 않는 것이다”라며 “정부개혁을 하는데 시민단체를 참여시킬수록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반영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교육 개혁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그럴수록 더 참여시키는 것이 비판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또한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방과)는 한 월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시민단체의 문제 역시 다양성을 살리는 것이 해답”이라며 “시민단체는 일률적으로 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획일성을 강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이어 “시민단체의 대량 수혈이 없는 한 한국정치가 기존의 틀에서 빠져 나올 길이 전무하다고 보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의 정치 참여가 없으면 늘 썩었거나 탐욕스럽거나 기회주의적인 사람들만이 정치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개혁은 대통령이 하는 것도 높은 자리에 올라앉은 사람들이 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순수한 국민들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순수한 국민들이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하는 행동을 정치참여나 홍위병 이라는 식으로 매도한다면 과연 우리 국민은 뭘하고 살아야 할 지 걱정이다. 이승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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