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터키는 또 한번 좌절을 겪어야 했다. 유럽의 일원이 되겠다는 터키의 희망은 유럽연합(EU) 가입 권고국가에서 제외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테러전쟁 이후 터키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은 터키를 EU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라고 EU에 촉구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터키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19개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이슬람국가로 1963년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처음으로 협정을 맺은 이래 서방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터키는 최근 사형제를 폐지하고 쿠르드어를 합법화 하는 등 인권문제와 관련한 EU 가입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그러나 EU는 여전히 터키가 EU가입을 위한 최소한의 정치·경제적 조건에도 모자란다는 입장이다. EU는 표현의 자유제한, 고문, 강력한 군에 비해 빈약한 문민통치 등을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다음달 3일로 예정된 터키의 총선에서도 영향을 미쳐 강경 민족주의·이슬람주의자들이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U 역시 이번 총선을 주목하고 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최근 의회를 통과한 정치 인권 부문 개혁이 차질없이 진행되는지를 예의주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가입 권고 국가에 포함된 헝가리, 키프로스, 폴란드, 슬로바키아, 몰타 등 가입 희망 10개국 역시 가입까지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가입대상 10개국이 2003년 말까지 EU가입을 위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각 나라들은 EU가 제시한 10개 조건 중 2∼3개씩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적인 문제는 부패와 경제범죄, 독립적이지 못한 사법체계, 인권문제 등이다. EU는 가입 희망국들이 약속을 잘 지키는지 엄격하게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980년대에 가입한 스페인, 그리스 등도 아직까지 부패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들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아일랜드가 오는 19일 치를 국민투표에서 EU회원국 확대를 명시한 니스협약을 통과시킬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아일랜드는 지난해에도 이를 부결시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U 역시 신규회원을 받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예를 들어 농산물 생산량에 연계해 농업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현행 공동농업정책(CAP)은 개혁이 요구되고 있지만 프랑스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이번에 가입을 권고받은 폴란드의 경우 농촌 지역의 실업률이 40%에 이르러 농업부문 개혁이 절실한 형편이다. 기존 회원국 가운데 부자나라들은 값싼 노동력의 유입을 우려하는 반면 스페인, 그리스 같은 나라는 EU의 재정지원이 신규회원국으로 돌려질까 걱정하고 있다.  기존 회원국들은 과거 공산주의, 권위주의 체제하에 있던 나라들을 초대하면서 엄격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으나 선물보따리로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미미한 형편이다.  이렇게 유럽통합의 꿈을 이루려는 한구석에는 피렌체 로베르 쉬망 고등연구소가 있다. 지난 1976년 유럽공동체(EC)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럽 대학원의 연구기관이다.  유럽대학원은 유럽통합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박사과정 대학원으로 약 600명의 학생들이 각국 정부의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설립 및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며 명실상부하게 유럽통합을 위한 유럽인들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난 1992년 출범한 로베르 쉬망 고등연구소는 법률, 정치.사회, 경제, 역사, 문명 등 4개 학과의 학제적 연구를 촉진하고 이론과 현실을 연결시키는 담당을 하고 있다. 연구소의 이름은 유럽통합의 출발점이 된 `쉬망선언'을 발표했던 전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 쉬망에서 따왔다. 쉬망은 1950년 5월 지난 100년동안 세 차례의 전면전을 치뤘던 프랑스와 독일의 경제적 이해를 하나로 묶는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양국은 물론 이탈리아, 베네룩스 3국이 동의함으로써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출범했다. 로베르 쉬망 고등연구소는 유럽 대학원 본관에서 약 1km 쯤 떨어져 있다.  로베르 쉬망 고등연구소의 연구활동은 크게 핵심연구주제와 특별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핵심 연구 주제는 유럽통합 과정에서 제기되는 쟁점들을 다루는 것으로 현재 `유럽 기관들과 운영' `경쟁과 규제' `고용과 실업' `금융통합' `유럽연합의 확대' `유럽의 국제관계'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연구는 대부분 유럽통합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며 곧바로 현실에 반영된다. 로베르 쉬망 고등연구소는 지난 2000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유럽연합 기본 협정 연구' `어떤 정체를 위한 어떤 헌법' 보고서를 제출했다. 또 올해와 내년에는 유럽연합 이사회에서 격론을 벌였던 유럽연합의 장기전망에 대한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특별 프로그램은 유럽통합에 대한 장기적인 문제의식과 관점을 반영하는 것들로 대부분 외부의 특별지원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중해 프로그램'은 이탈리아 기업들이 후원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을 비교 연구하는 `대서양 프로그램'은 지난 2000년부터 영국석유의 지원 아래 진행되고 있다. 또 `과학과 기술' `성(Gender)연구' 등 새로운 특별프로그램이 내년 초 출범할 예정이다. 로베르 쉬망 고등연구소의 활력은 무엇보다 이곳의 활동이 국경을 넘어서 이루어지며 치열한 현실 감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지난해 부임한 헬렌 월러스 소장이 영국 세섹스 대학 유럽연구소장 출신인 것처럼 이곳의 교수들은 유럽 전역의 명문 대학에서 초청된다.  폴란드 출신으로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다 지난 '96년 로베르 쉬망 고등연구소에 합류한 얀 질롱카 교수는 “각 분야의 최고 학자들이 유럽통합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보다 설득력 있는 연구결과를 내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에 연구소는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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