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때보다도 힘든 한 해 였습니다.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군 제2사령관을 통해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최종목표는 불평등한 SOFA개정입니다.” 미선이의 아버지 심수보씨(47)는 이렇게 말했다. 효순이의 아버지 신현수씨(46)는 “우리 딸의 죽음은 정말 가슴이 아프지만 이것을 계기로 불평등한 SOFA 협정을 개정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여중생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매우 무거웠다. 이제 조금씩 아픔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다시 한번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효순이, 미선이의 아버지는 담담한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미군들이 얼마나 신의가 없고 한국사람을 우습게 생각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번 재판은 미군 병사들에게 무죄 판결을 주기 위한 요식행위 였다”며 “미군이 우리나라에서 저지른 범죄를 미군들이 재판하는 경우가 어딨느냐”며 말도 안된다고 성토했다. 사고 당시 효순이와 미선이가 다니던 학교 친구들이 몇 번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두 아버지가 학교를 직접 찾아가 선생님들을 만나 자제를 부탁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우리 딸들을 위해서 해주는 것은 정말 고맙지만 공부도 중요하지 않느냐”며 “더 이상 우리딸들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자식 가진 부모입장에서 가슴이 아파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전에는 솔직히 시민운동하는 사람들을 경계의 눈빛으로 봤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생각이 틀려졌다”며 “그들이 진정한 애국자 아니겠느냐”며 “많은 시민들과 단체들이 도와준것에 대해 정말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두 딸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생각 같아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화기도 꺼놓고 그냥 죽은 듯이 살려고 했지만 억울하게 죽은 우리 딸들을 통해 우리나라가 당당한 나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미선이 아버지…. 두 아버지는 정부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했다. “사람을 두 명이나 죽여놓고 죽인 사람은 없다는데 정부에서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그렇게 나오니까 미국이 우리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사고당시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었을 때를 상기하며 언론이 사고 초창기 월드컵 열기에 묻혀 소홀하게 다루어서 섭섭했다는 감정도 털어놓았다. 진상규명에 대해서도 “운전자나 관제병만 문책할 것이 아니라 작전지휘관을 직접 문책해야 한다”며 “도로보다도 큰 차를 교차로 지나가게 하는 지휘관이 가장 큰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효순이와 미선이 아버지는 미국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불평등조약인 SOFA개정에 더 중점을 두고 싸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딸들이 죽은 것은 억울하지만 제2의 효순이 미선이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SOFA개정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에 미군병사사들에 대한 무죄판결은 애들을 두 번 죽인 결과라며 눈시울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며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미선이 어머니인 이옥자씨(44)는 “사는게 사는 것 같지 않다”며 “집안 분위기가 초상집 분위기”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씨는 또한 “미군부대에 들어간 대학생들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대학생들이 무슨죄가 있냐”며 “하루빨리 석방을 시켜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억울하게 죽은 효순이와 미선이의 부모님은 자식을 가슴뿐 아니라 집안 곳곳에 묻어 둔 듯 했다.  그러면서도 자식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SOFA개정을 꼭 이루어야 한다는 말에는 사뭇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아무말도 못하는 정부가 너무 원망스럽다”며 “이런 국가를 믿고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말하는 효순이 아버지의 말은 우리의 가슴을 더욱 눈물짓게 만들었다.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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