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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사랑에는 색깔이 있다
지형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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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06.07.03  09: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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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은/성락교회 담임목사

내가 아는 어느 팔순 어르신이 계시다. 육이오전쟁 때 월남하시면서 자원입대하여 전쟁에 참여하셨다. 간성 탈환 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 무공훈장도 받으셨다. 전쟁 때 사선을 넘나들며 맺어진 동지들 가운데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살아 계신 분보다 많다. 이 어르신에게는 나라 사랑이 공산당을 쳐부수는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이 분이 하시는 말씀이다.
“전쟁 나면 지금이라도 내가 총 들고 나가 싸워. 요즘 젊은이들이 싸울 줄을 아나.”
 이 분의 나라 사랑은 말만이 아니다. 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가 온 몸에 불타오르는데 어찌 거짓이겠는가. 고전적인 나라 사랑이다.
요즈음 나라 사랑이라면 월드컵 축구의 응원단을 얼른 떠올릴 수 있다. 연세 많은 분들의 고전적인 나라 사랑과 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그 응원의 헌신과 열정을 보면 같은 겨레와 나라에 대한 소속감이 온 몸을 뜨겁게 한다. 한 골을 먹을 때는 아쉬움이 땅을 꺼지게 하는 듯, 동점골을 넣을 땐 한반도 상공의 대기가 펄펄 끓는 듯, 역전골을 터뜨릴 땐 모두가 한 몸이 된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역학 구조 아래 움직이는 현대 스포츠의 상업성이 빚어내는 거대한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열정이 나라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골과 더불어 한숨짓고 열광하는 이들의 심정은 참으로 겨레와 나라의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나라 사랑에는 다양한 색깔이 존재한다. 보수와 진보를 자기 이익의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진실한 마음을 갖고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 중에 보수적인 사람도 있고 진보적인 사람도 있다.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사고와 행동의 차이가 크지만 어느 세대에든 방식이 다를 뿐이지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근대 역사가 워낙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의 연속이어서 ‘죽느냐 사느냐’를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간 입장이 있을 수 없다. 반일 아니면 친일이었고, 반공 아니면 친공이었다. 반정부 아니면 친정부였다. 양자를 다 감싸 안는 휴머니즘이나 신앙적 사랑 또는 합리적 설득 같은 것은 설 자리가 없었다.
육이오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훌쩍 넘었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양자택일 방식의 나라 사랑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정치인들을 보면 안다. 정치인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의 모습에서 국민들의 일반적 사고방식을 읽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정치인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그런 방법이 먹혀 들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정치인은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하는 것을 동물적 감각으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국민에게 효과가 없으면 지금까지 갖고 있던 태도를 완전히 바꾸는 사람이 또 그들이다.
나라가 성숙하려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획일성보다 다양성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은 존재하는 모든 피조 세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본적 원리며 창조의 법칙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는 나라 사랑이 자기 방식으로 얼마나 강렬한가 하는 것보다 진정한 여러 입장을 얼마나 어우러지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각기 다른 방식의 에너지를 통합적으로 연결하여 다음 세대가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에너지 통합의 나라 사랑’이다.
바로 이 점에서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회 공동체의 나라 사랑론은 서로 충돌하는 다양한 나라 사랑론 가운데 존재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 모든 입장을 어우러지게 하여 크고도 거룩한 힘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인격에 그 모델이 있다. 추종자와 적대자 양쪽을 감화시키고 감싸 안아 모두를 하나님의 자녀 되게 한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아닌가. 이 주제는 한국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 현실적 의미에 대한 중심 의제 가운데 하나다.
 ※ 이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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