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안과 연관하여 비리가 드러날 때 언론 보도에서 이런 표현이 쓰일 때가 종종 있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면 상식에 속하는 일, 공공연한 비밀, 비밀 아닌 비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최근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대한민국 미술대전의 경우도 그렇다. 미술대전이 아니라 뇌물대전이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에 드러난 것을 두고 미술계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놀란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공공연한 비밀이었나보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가는 법에 어긋난 일이 얼마나 빨리 인지되고 또 고쳐지느냐를 보면 안다.
 우리 사회의 각종 비리들은 한편으로 생각하면 드러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건강한 쪽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도 있다. 옛날 같으면 언론에서 다루지도 못할 것들이 지금은 자유롭게 비평의 대상에 오른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비슷한 종류의 비리들이 반복되는 현상은 사회의 부조리한 면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사회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뻔히 아는 불법이나 심증이 가는 비리 중에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는 그냥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 적지 않다. 언론에서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 그 사안은 언론 시장 구조에서 좋은 상품이 된다. 논객들이 글을 써대기 시작하고, 관련 연구소나 학자들이 분석을 내놓고 대안을 제시한다. 정부나 공직자들은 소나기는 피하고 본다는 식으로 사과도 하고 해결책을 찾겠다고 약속도 한다. 그러나 지나가면 그뿐이다.
 국민 대다수의 집단 의식 속에 상식과 법과 도덕에 대한 건강한 생각이 없으면 제아무리 끔찍하고 비열한 비리가 드러나도 한때 떠들썩한 사건으로 지나가고 만다. 그러나 국민 의식의 저변에 건강한 공통분모가 든든하면 큰 비리가 터질 경우 공분(公憤)이 발생한다. 그리고 비리 구조를 뿌리부터 캐내고 바로잡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시작된다.
 비리 구조를 가장 확실하게 인지하고 고치고, 더 나아가서 제도적인 장치까지 만드는 방법이 있다. 비리를 생산하는 그 집단의 내부자들이 비리를 용납하지 않는 정신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내부자들이 자기 집단의 비리를 폭로하는 것이 이른바 양심선언이나 내부고발인데, 우리가 아는 대로 이런 일이 보통 용기 가지고는 안 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물어보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특별한 사람은 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비리가 해결되는 것이 좋은 일이고 옳은 일이라면 손해를 보면서라도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 가운데 그리스도인처럼 적격자가 어디 있을까. 미술대전 관계자들 가운데 그리스도인이 어떤 사람이었을까. 뇌물이 오가는 현실에 눈감고 거기에서 생기는 부정한 돈을 주머니에 넣으며 자연스럽게 매 주일 예배를 드린 사람들이 있었을까.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시는 것 몇 가지 가운데 하나가 정직하지 못한 것이다. 뇌물도 그 중 하나다.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기도하며 애쓴다면 공공연한 비밀에 속하는 비리들이 일시에 해결되지는 않을지라도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하긴, 교계 안에도 공공연한 비밀이 있으니 얼른 머리에 떠오르는 것으로 각 교단의 중요 임원 선거에서 돈 봉투 주는 것 말이다. 그 뇌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다 그리스도인이다.
성락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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