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조금 있으면 본격적으로 추워질게다. 이런 때 필요한 게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월동준비다. 겨울은 즐긴다기보다 나는 것이다. 생존하는 것이다. 겨울은 잘 지내고 견디기만 하면, 말하자면 본전을 지키기만 해도 버는 것이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겨울에 대한 기본적인 느낌이 이렇다. 사람만이 아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마찬가지다.
 우리네 삶에서 월동준비라고 하면 얼른 떠오르는 게 김장이다. 김장은 좀 더 포괄적으로 먹거리 준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먹어야 겨울을 나니까. 또 하나 필요한 준비가 연탄이다. 지금도 연탄을 때는 집이 꽤 있다. 연탄 몇 백 장 들여놓으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아주 옛날에는 땔 나무였고 그러다가 연탄과 기름보일러로 바뀌었고 지금은 대부분이 중앙난방을 기본으로 각 가구에서 실내 온도를 조절하게 돼 있다. 연탄, 그러니까 `구공탄'은 따뜻하게 겨울을 보낸다는 상징적 단어다.
 김장과 연탄으로 상징되는 월동준비는 우리말의 관용적 표현으로 하면 `등 따습고 배부르게' 지낼 수 있는 준비다. 생존 또는 생존에서 조금 더 풍성하게 살려면 필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이것이 겨울나기의 필요조건이기는 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사람답게 살려면 하나 더 필요한 게 있다. 옆구리가 시리지 말아야 한다. 옆구리가 시리다는 것은 짝이 없다는 걸 뜻한다. 그러나 조금 확대해서 뜻을 담는다면 사람 관계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추운 겨울에 따뜻하게 불 땐 방에서 금방 해낸 밥에 마당 김장독에서 꺼내온 김치를 같이 먹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랑하고 존경하며 안아주고 안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겨울에 행복할 수 있다. 추운 겨울에 서로 오갈 수 있는 정겨운 이웃이 있다면 겨울나기에서 생존이 아니라 행복을 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계절로서 겨울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겨울이 닥쳐왔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불황이 전 세계를 덮고 있다. 경제의 추위가 한동안 갈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 겨울을 나야 하나. 어느 논객이 이 경제 한파를 견디는 방법으로 지출 줄이기와 건강 관리를 들었다. 지출 줄이기는 당연한 얘긴데, 건강 관리를 언급한 것을 보며 무릎을 쳤다. 참 지혜로운 얘기다. 몸이 건강하도록 산책도 하고 뛰기도 하고, 부부가 같이 또는 가족끼리 자전거를 타도 좋을 것이다. 정신이 건강하도록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 좋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대개 별 돈이 들지 않는다. 아무튼, 건강해야 쓸 데 없이 돈이 나가지 않는다. 스트레스도 덜 받고 또 어려운 현실을 좀 더 넓고 긴 시야를 갖고 바라볼 수 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로서는 하나가 더 있어야 한다. 하나님과 깊이 사귀는 것이다. 어려울 때는 조언자가 있어야 한다. 조언자가 전문가면 더 좋다. 전문가일 뿐 아니라 인격자면 훨씬 더 좋다. 전문가요 인격자만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다. 하나님은 그런 분이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께 말씀을 드리면 영혼이 건강해진다. 영혼의 건강이 정신과 몸의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가장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삶의 현장에 아버지이신 그분이 찾아오신다.
 겨울이 긴 것 같아도 봄은 온다. 겨울이 추울수록 잘만 견디면 봄이 더 행복할 것이다. 시냇가 돌 틈 사이에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걸어놓고 겨울을 나자. 잘만 하면 겨울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며칠 전에 아는 젊은이 하나를 만났다. 다음 달 중순에 제대란다. 군에 간지가 엊그제 같은데. 그렇다. 세월은 흐른다. 겨울도 잠깐이다.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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