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 현장에서 성직에 봉사한 지 38년이 되었다. 졸업을 하니 단독 목회를 하겠는가 하고 이미 목회를 하고 계신 집안의 어른이 물으셨다. 나는 신학교를 졸업 했지만 제가 아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목회 현장도 알지 못하니 하실 수 있으시다면 앞으로 목회를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배울 수 있는 분 밑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드렸다. 그 후 추천서를 들고 섬길 교회에서 가서 설교를 하고 당회의 결정으로 목사 안수를 받기까지 전도사로 일하기 시작한 것이 1971년도였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4번이나 바뀔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나에게는 의문이 있다. “목회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 나에게 던진 질문 앞에 비겁한 도피일는지 모르겠다. 목회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지만 바르게 하자고 다짐하고 지나온 시간과 시간 안에 담아있는 자국들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목회를 해 온 세월 속에 만난 영혼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여전히 미숙한 나를 성직자로 대접해 주었으니 목회 속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더 성숙했다고 고백하고 싶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목회기간 동안도 교회의 배려 속에 살아 갈 것이라 본다.

올해도 모르기는 하지만 만 명 정도가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 현장으로 나아갈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목회 현장에 나가 성직을 수행하기에 얼마나 준비가 되었을까 하는 원론적인 질문보다 그 많은 신학교 졸업자들이 일할 터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교회도 시대적 상황 속에 있기에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개척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것보다 더 큰 원인이 있다.

교회를 보는 눈들 앞에 교회가 더 이상 맑거나 쉼이 있거나 삶의 모형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이 교회로부터 위로를 받을 필요를 느끼지 않을 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스로 살 만큼 모든 면에서 여유를 가지게 되었거나 선한 의미에서든지 악한 의미에서든지 가책을 가지기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구별과 차이를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변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두려운 것이 있다. 좋든지 나쁘던지 간에 시대의 요구 앞에 변해야 한다는 것은 교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에 있어야 하고 세상이 지금도 필요를 느끼고 있으며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하는 하늘로부터 받은 지상 명령에 벗어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문제다.

이것은 외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 내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일의 책임은 먼저 성직자에게 있다. 근간 세속의 입에 오르내리는 소위 성공했고 영향력이 있다는 성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목회를 많이 부러워하는 다른 목회자들이 있다. 그러기에 더 책임이 크다. 많은 목회자들이 닮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저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의 모습이 나타나면 서로가 서로를 보고 있는 교회 안에서 뿐만이 아니라 세상도 안다. 밖에서 교회 안을 들여다보고 벌써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각되는 이들은 더 철저한 자기 관리, 책임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신학교 숫자와 교수진의 자질과 실력, 목회현장의 상황과 신학생 숫자와 소양, 혹은 현실 교회수와 수급에 맞는 인물 양성이어야 한다는 소리들이 있다. 그른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교회가 해야 할 일 앞에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다만 하늘로부터 부름 받고 세상으로부터 요구되는, 아니 목회자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인정할 수 있도록 하자. 나는 이것은 바르게 하는 목회라고 하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교회의 다음 세대를 위하여 신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서는 후배들을 환영하고 싶다. 동시에 걱정과 염려를 떨쳐버릴 수 없기도 하다. 그러나 `함께' 해볼 것을 말하고 싶다. 처음이라는 순수함으로 선배를 깨우쳐 주고 이미 겪은 선배들의 목회경험을 배우기에 부지런하기를 바란다. 그 어떤 유혹과 힘이 가로 막아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부단히 가기를 바란다.

선배와 후배의 차이야 있다지만 세상을 향하여 신의 명령을 수행하는 성직수행에서는 동역자이기에 우리는 `함께' 가는 자들이다. `내가 너희와 함께 하겠다'는 예수님의 약속을 믿고 출발하는 예비목회자들을 축복하고 싶다.
 
허광섭 목사(창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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