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제자가 왔었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는 기독교인이 아니었다. 학교를 졸업한 뒤 직장에 잠시 다니다가 결혼한 뒤 아이를 낳고 남편과 함께 일을 한다.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기독교인이 되었다. 새벽기도회도 나간다. 매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 그런데 그는 요사이 매우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나가는 교회의 목사가 하는 설교가 너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MB장로 대통령 찬가를 내쏟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간단히 `그러면 그 교회를 떠나야지' 했다. 안 나가려니 그렇지 않아도 작은 교회인데 걱정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다시 `이런 갸륵한 맘을 가진 신도를 헤아리지 못하는 목회자는 망해야지'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한국기독교가 예수를 이미 떠난 지 오래다. 거기에는 복음이 없고, 성령이 없고, 사랑이 없고, 분별된 거룩한 삶이 없다. 오직 있다면 조직과 권력욕과 명예욕과 사교와 물욕이 가득할 뿐이다. 성전 꼭대기에 끌려 올라가 예수가 받은 유혹을 하나도 거절하지 않고 고스란히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니 그런 교회를 떠나는 것이 좋아. 그 목사에게 네가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명히 말하고 떠나. 그래야 너도 살고 그도 살고 교회도 살 것이야. 지금 한국기독교가 살아나는 길은 뜻있는 제대로 신앙이 박힌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 참 신앙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야. 기독교가 너무 화려해졌어. 너무 커졌어. 너무 많이 가졌어. 그냥 사업이 됐잖냐?

성경은 교회와 교인들에게 `세상을 본받지 말라'고 가르친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맘몬의 세상이다. 맘몬은 권력과 돈으로 상징되는 세상이다. 이것을 한국의 기독교회의 큰 흐름은 그대로 따른다. 목회와 교회의 성공을 그것으로 가늠한다.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을 하나의 맘몬으로 본다. 그 속에 있는 하나님의 전체성, 그 잃어버린 양 속에 들어 있는 온전한 하나님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숫자로 본단 말이다.

그리고 큰 교회들은 한결같이 세상 깊이 뿌리를 내리고 관여한다. 온갖 권력에 손을 댄다. 그러한 교회들의 목회자들은 이른바 세상의 `실세'들과 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을 자랑한다. 교회를 위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권력과 권세 잡은 자들과 짝하지 말라'는 설교를 한다. 종교의 정치중립을 주장하는 발언은 매우 교활한 정치발언에 불과하다. 잘못된 권력, 잘못된 자본, 잘못된 조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없는 종교는 세상과 야합한 것에 불과하다.

기독교계의 신문을 보면 때때로 구역질이 난다. 특정한 교단 내의 감투싸움이 너무 치열하고 더럽기 때문이다. 연합회장이니 총회장이니 감독회장이니 하는 것 따위를 따먹기 위하여 부리는 온갖 추태는 참으로 보아주기 힘들다. 성경이나 찬송가를 발행하는 것 때문에 또 싸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교단 내 법정으로 번지고, 나중에는 사회의 법에 호소하여 판가름하게 한다. 교회법에 따라 한다고 하면서 결국 해결은 `세상'이라고 질타하던 사회의 법정에서 옳고 그름을 따진다. 이것은 망조다.

그렇게 하여 해결은 되지 않고 적대관계만 만들어지고 남는다. `사랑해야 할 원수'만 늘어난다. 그것은 교회도 아니고 신앙도 아니며 성령의 작용도 아니다. 그냥 맘몬의 노예로 전락한 놀음에 불과하다.

이제 한국의 기독교회는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세상의 권력과 철저히 싸우라. 권력과 자본과 조직과 싸우고 그것의 유혹과 싸우라. 그리고 정신을 살리고 영의 활발한 활동공간을 마련하기 위하여 철저히 자기 자신을 비우라. 교회당이 텅 비어질 때까지 철저하게 말씀으로 살기를 힘쓰라. 사람으로 꽉 찬 교회당에서는 더러운 사람의 냄새가 날 뿐이지만, 사람이 텅 비고 성령의 바람이 가득한 교회에는 거룩한 기운과 향기가 날 것이다.

그날까지 정말로 회개하면서 살자. 그렇지 않는다면 한국교회는 머지않아 돌팔매질을 심하게 당하지 않을까. 밖에서 오는 압박 때문이 아니라 성령의 운동으로 스스로 벌이는 기독교의 회개운동을 기대한다.
 
김조년 교수(한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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