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난 며칠 후, 그러니까 세상이 아직도 반정부주의자들의 함성으로 소란할 때 90의 나이를 바라보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출신의 강희남 목사가 모두의 힘을 합쳐 이명박 독재정권을 내리치라는 유언을 남긴 채 스스로 목을 매 삶을 마감했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소위 우파정권이라는 이명박 정권이 그렇게까지 싫었던가.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약간은 이해가 된다. 알려진 것처럼 김 목사는 문익환 목사를 추종해서 통일운동을 시작했던 사람이지만 문 목사가 통일운동가로 알려짐에 반하여 강 목사는 그 수감이력이 밝혀주듯 북쪽 주체사상으로 뼛속까지 무장한 철두철미의 친북반미투사. 해서 핵무장은 민족자존을 위한 역사위업으로 그것을 가능케한 김일성·김정일 부자는 말 그대로 민족의 태양으로, 그리고 온 세상이 머리를 젓는 그 끔찍한 북한의 인권탄압까지 민족 전체가 참고 견디어야할 당연지사로 본 사람.

다시 말해서 북한주민은 물론이거니와 남쪽 한국국민 전체까지 주체사상을 무장하고 위대하신 수령 동지를 한 목소리로 찬양하며 살기를 열망했던 사람. 몸은 남쪽에 두었지만 영혼은 북쪽에 두었던 사람.

그러나 여기서 그의 사상이나 행적에 대해서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사람은 스스로 신념을 굳혀가는 존재. 강 목사가 지옥의 축소판이라는 북한을 지상의 낙원으로 보고 온갖 부도덕이 난무하는 남쪽 한국을 미국 제국주의자들에게 쓸개를 떼어준 꼭두각시들의 정치놀이터로 보았다면 그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정답일 터.

하지만 그래도 목사란 직분을 가졌던 사람의 자살사건을 보면서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자살을 보는 교회의 공적인 입장. 신학적 입장. 보아온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도 신구교 모두 집전을 했고 그 기도내용도 자세히 밝혀졌으며 강희남 목사 역시 소속교단의 한 교회에서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리고 이것으로만 본다면 자살한 사람도 사안에 따라 또는 어떤 불가피성에 따라서 자연사를 한 사람과 똑같은 예배형식을 누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 되는데 과연 그런가? 그리고 더는 인내가 불가능했던 고통의 어떤 극점에서 목숨을 끊은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 예우를 할 것인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이런 문제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 언급을 듣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보면서 한가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교회가 어떤 대의를 위해 자살한 사람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면 극심한 삶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서라도 똑같은 배려가 있어야 하는 것. 그리고 이런 바탕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 때문에 가능하다.

하나님 앞에서도 사람의 마지막 목숨 값이 차이가 있는가. 목사·신부의 같은 입, 같은 손이 어느 자살자에는 영혼의 축복을, 어느 자살자에게는 눈도 돌리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어쩌다 있는 일이니 아무 말 말고 그냥 넘어가자는 태도는 온당한 일인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은 무엇인가.

이슬람에는 의로운 자살이 천국의 축복으로 보상된다는 믿음이 있다. 자살폭탄 테러를 하는 사람이 천국에서 70명 처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산다는 믿음도 있다고 들었다. 물론 말 그대로이기 전에 의로운 삶, 의로운 죽음을 사모하라는 극단적인 가르침일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에는 이런 믿음이 존재하지 않고 자살은 그저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훼손한 가장 안타까운 잘못됨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믿음과 전범(典範)이 시험대에 오르는 경우 힘없는 개인은 더러 굴복할지언정 교회는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강 목사 같은 사람은 무늬만 목사였지 그 말과 행동은 김일성부자를 하나님으로, 주체사상을 자신의 신학으로 대체시킨 김정일교의 성직자일 뿐 성서적 기독교회와는 오래전 결별한 사람 아닌가. 그리고 이런 점에서 그 관(棺)이 교회로 옮겨질 것이 아니라 북쪽 공화국의 열사릉에 묻히어야 할 것이 아니던가.

파문(破門)이라는 말조차 입에 담기 민망해 하는 세련된(?) 한국교회. 하지만 한국교회 그 자신이 이미 파문을 당한 것은 아닐까. 유치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영원한 불변성을 지닌 절대 진리적 가르침부터(한국기독교장로회를 밝힌 것은 필자 역시 이 교단 출신이기 때문이다).
 
나 아브라함(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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