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중심(中心)을 엄격히 지키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전이해(前理解) 때문이다. 비록 이 세상에서 습득한 체험이나 지식, 혹은 삶의 배경이 아니라고 해도 인간은 모태로부터, 그리고 유전적 소양에 따라 사물의 판단을 치우치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출생 이후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에 얻은 가치나 충격은 인간으로 하여금 일생 동안 다소간의 치우친 판단을 하며 살아가게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인간은 누구나 완전하게 공정할 수 없고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실존적 가치 판단의 기준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성과 다양성은 보편성을 포용하고 반대로 보편적 가치는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성숙한 사회는 주관적 가치와 보편적 가치가 균형을 이룬 사회이다.

지금 한국은 보편적 가치보다는 세력을 가진 주관적 가치를 다수에게 강요하고 있다. 합리적 사고가 무시되고 경도된 사고, 편향된 가치가 다수를 오도하고 있다. 여야가 미디어 법을 놓고 대치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가 여야 서로를 편들어 주기를 바라고,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을 제정하려고 싸우는 것이다.

중심(中心)을 지켜야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친여적 언론들이 민주화 이후에는 좌 편향적 언론이 되었다. 언론이 여론을 좌우하기 때문에 정권을 잡으면 누구나 먼저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언론이 먼저 공정해야 한다. 엄밀하게 공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중심(衆心)을 오도(誤導)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이 보편적 이성을 가지고 사물을 정당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송매체가 진정 사회의 목탁 이다. 지난번 전직 대통령이 자살하고 우리나라는 온통 이상한 조문사태로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겪었다.

일생동안 어렵게 모은 거액의 재산(331억 4천만 원)을 공약대로 사회에 환원한 대통령, 지금까지의 대통령 임기 중 받은 봉급전액을 그늘진 곳에 보낸 현직 대통령,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현직 대통령에게는 비난의 화살을 던지고, 오히려 비리에 연루되어 자살한 전직대통령에게는 넘치는 애도를 보내는 이 나라의 정서가 과연 정상인가? 방송은 제구실을 다한 것인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매스컴의 지나친 행태, 패거리들의 국민오도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제 우리 중심을 잡자. 어느 것이 올바른 것이고 어느 것이 그릇된 것인지 중심을 잡고 판단하자. 편향된 미디어의 프로그램은 시청을 거부하자. 극단적 보수, 극단적 진보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초래 한다. 중도개혁을 표방한 정부는 그 노선을 굳게 지키고 과감히 나아가라. 이제 우리의 뜰에서 당파는 사라져라. 국민 파만 존재하라. 국민 행복 파만 생존하라. 치우치는 것이 죄악이다.

시편 기자는 “다 치우쳤으며 함께 더러운 자가 되고 선을 행하는 자가 없으니 하나도 없도다”(시 14:3)라고 탄식한다. 잠언서 기자는 “우편으로나 좌편으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잠 4:27)고 권면한다. 사람들이 왜 치우치는가? 대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치우친다. 자신의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인간은 악을 저지르게 된다.

시편 기자와 잠언서 기자는 모두가 치우쳐 악을 행한다고 교훈하고 있다. 그렇다면 치우침이 악의 근원인 것이다. 그러므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중심을 잡기 위하여 생각해야 한다. 감성의 눈물을 흘리고 난후에 이성의 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좌파나 우파에게 이용당하지 않는다. 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국민을 호도할 수 있다. 국민의 마음(衆心)을 중심(中心)에 두지 않고 자신들의 편에 두려고 한다. 그러므로 국민의 마음은 우왕좌왕 한다.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은 구별되어야 한다.

민본과 국익실천만을 위하여 동분서주 하는 정치인의 미래는 끝내 보장 된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뛰는 정치인의 생명은 단명한다. 국민의 마음(民心), 대중의 마음(衆心)을 중심(中心)에 두라. 그리고 지도층부터 도덕적 책무를 다하라. 민심은 천심이다. 천심을 화나게 하면, 천심을 속이면, 착한 천심을 우롱하면 천심은 당신들을 준엄하게 심판 할 것이다. 무더운 여름에 뜨거운 소리를 해서 편치 않은 마음이다.
 
/나사렛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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