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땅'으로 알려진 중동의 빗장걸린 나라 `이란'. 11시간 비행 끝에 다다른 테헤란 공항의 새벽공기는 그러나 서울의 그것과 비슷했다. 국내선에 몸을 싣고 날아간 케르만 공항에는 다행히 밤시(Bam city) 지진의 비참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공항 주변의 현대식 건물과는 대조적으로 시외로 빠지자 마치 성지 순례 사진이나 1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등에서 봄직한 흙담과 사각지붕의 아담한 흙벽돌 집들이 “대부분의 시골 서민들은 아직도 2천년전과 비슷한 방법으로 건축한 흙집에서 생활합니다”라는 설명을 듣지 않았어도 될만큼 생생하게 시공을 초월하여 눈 앞에 펼쳐진다. ‘아름답다’ ‘평화롭다’… 솔직히 ‘초라하다’는 생각보다 먼저 가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밤시가 가까워 오면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방금 전의 생각이 가슴 저릴 만큼 예상했던 것 보다 심각했다. 폐허(廢墟)라는 말조차도 어울리지 않게 흔적없이 무너진 흙벽돌 더미들이 끝없이 펼쳐진 시가지. 지진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어 흙벽돌의 주택들은 분해(分解)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형편없이 무너져 있다. 그나마 일부 부유층이나 철골이 포함된 상가의 건물만이 골격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콘크리트로 지은 교도소에 있던 죄수들은 피해없이 모두 살았고 대부분의 희생자가 무너진 흙집에 깔린 시민이었다”는 현지 선교사님의 설명에 일행 모두는 무거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곳곳에 이재민들의 텐트가 눈에 보인다. 참혹했던 지진참사로부터 한달 여의 시간이 흘러서일까. 그동안 이곳을 찾았던 외국인들에게 이제는 익숙해진 듯 거리낌없이 앞으로 달려나와 손을 벌리는 모습들. “이곳의 아이들에게 달러나 몇푼의 돈은 의미가 없습니다. 어린이들이 원하는 것은 사탕이나 과자입니다”. 선교사님의 설명에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뭉클함을 감출 길이 없다. 어느새 한 녀석이 바지 주머니를 뒤져 기침 때문에 넣어 두었던 휘산(揮散, 가래 등을 삭히는 작용) 캔디를 가져가 버린다. 사탕이나 과자를 받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들 간의 작은 실랑이가 있었지만, 그것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다툼이 아닌 천진난만한 놀이터의 모습이 아닌가.  그러나, 잃어버린 가족과 친지들에 대한 아픔 때문일까. 아니면 무너져 버린 삶의 터전 앞에 엄습하는 불안과 절망감 때문일까.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눈에는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폐쇄적인 정부와 오랜 경제정책의 실패로 인한 살인적인 인플레에 고단한 삶을 살았을 그네들 앞에 닥쳐온 지진이라는 천재지변. 지쳐서 물미끄러미 우리를 올려다보는 그들의 눈빛에서 진정 구호물품과 성금 이상의 그무엇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한 호소를 느낀다. 무엇인가.  절망이 서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지자 다니엘과 하박국, 믿음과 정절의 여인 에스더와 충절의 신앙인 모르드개… 이 믿음의 선조들이 묻혀있는 다리오와 고레스, 아하수에로와 아닥사스다의 나라 이란. 그러나 회교혁명정부가 들어선 이래 20년이 넘도록 세계와 단절되기를 추구하는 닫혀진 나라. 아무도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았지만 이땅의 순수하고 순박한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 담겨진 그리스도의 복음임을 함께 방문한 모든이들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미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그것을 감당해야 할런지도. 박천일 /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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