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과 미사일이 멈췄다고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물과 식량, 약품으로 하는 구호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한국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한비야 씨는 오는 5월 초순 이라크 구호를 위해 떠날 차비로 분주하다. 이라크 전쟁이 사실상 끝났지만 그곳에서 전쟁으로 인해 굶주리는 많은 난민들을 위한 구호사업은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하듯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기를 앞세운 전쟁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적군을 죽여야 하지만 구호 전쟁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야 한다. 이들이 싸워야 할 적은 바로 굶주림·질병 그리고 무관심인 것이다.  현지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식량문제의 해결이다. 2200만명 이라크 인구의 70%인 1600만명이 정부와 유엔의 배급처(약 5만5000곳)를 통해 식량을 배급받아 왔다. 그 중 절반이 어린이고 이미 100만명의 어린이는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 이곳 식량 보유량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 식수부족도 문제다. 이라크는 아랍국가로서는 비교적 물이 풍부한 곳이지만 물을 정제하는 염소가 모자라 식수가 부족한 상황. 지난 15일 남부 주비이르 지역 당국은 남부 바스라의 염소공장이 불에 타 염소가 보름치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밝힌바 있다. 이러한 악조건은 난민캠프지역에서는 더 심각하다. 한 팀장은 “홍역은 물론 악성설사, 콜레라 등이 돌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이미 영양실조에 걸려있는 아이들은 며칠만 고열이 나거나 설사를 해도 탈수가 되어 꼼짝없이 목숨을 잃는다”면서 난민촌의 실상을 전했다. 그는 동아프리카에서 만난 5살짜리 전쟁고아를 떠올렸다. 죽기 이틀 전까지 학교놀이를 하며 잘 놀던 아이가 설사병에 걸려 몹시 괴로워하더니 이틀만에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더러운 물 때문에 설사병에 걸린 것. 사망원인은 탈수였는데 800원짜리 링거 한 병이면 살릴 수 있었다며 “전쟁의 실체는 바로 이런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했다. 이같은 상황은 이제 이라크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난민촌에서는 피란길에서 적군과 아군에게 무차별로 집단 성폭행 당한 여자 어린이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면서 “폭탄이나 미사일에 죽는 게 아니라 식량, 깨끗한 물, 돌보는 사람이 없어 수십만 명이 생명을 잃는다”고 말한다. 5월 초 모슬지역으로 떠나는 한 팀장은 우리나라 역시 50년 전에 전쟁의 아픔을 경험했음을 상기하면서 “먼 나라라고 생각하지 말고 전쟁터의 아이들이 내 아들, 딸 혹은 조카라고 생각해 달라”면서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평화를 경험하지 못하고 죽게 만드는 것은 너무 미안한 일”이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그는 “현물지원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마음도 중요하다”면서 “심부름은 잘 할 터이니 사랑의 총알을 많이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 팀장이 투입돼 구호사업을 펼칠 모슬지역은 현재 그동안 압박 당해온 쿠르드족이 후세인정권이 무너진 이 때를 독립정권을 세울 기회로 삼기 위해 저항하고 있는 곳으로 상당히 위험하다. 언제 약탈을 당할지, 혹은 지뢰를 밟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한 팀장은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그곳으로 빨리 달려가고픈 마음”이라며 “이런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죽으면 죽으리라는 심정으로 간다”고 떠나기 전 심정을 밝혔다(http://www.worldvision.or.kr). 한편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회장 윤남중, 이하 기아대책)는 지난 23일 이라크 구호팀 1진을 파견, 한동대 선린병원(이건호 원장), 건국대병원(장상근 박사) 등에서 의료진과 사랑의 봉사단(박동완 대표) 그리고 기아대책에서 긴급구호팀을 구성해 이라크로 떠났다. 기아대책의 기획홍보실 김경숙 실장은 “현재 이라크는 치안이 불안정한 상태로 구호를 위해 떠난 이들이 요르단을 가기 위해 사막 거치면서 강탈을 당하거나 심지어 살인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현지에서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또 물품지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보낼 경우 비싼 운송비와 운동 기간이 많이 소요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라크의 물가가 낮아 요르단에서 물품을 구입해 현지조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때문에 물품지원보다는 현금 지원이 절실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이라크의 경우 비교적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였기 때문에 앞으로 지원이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기아대책은 앞으로도 긴급구호팀을 계속해서 구성·파견할 계획이며, 물품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http://www.kfhi.or.kr).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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