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출판물, 일부 신문, 각종 서적들이 한글만으로 찍혀 나오고, 한글-한자의 논쟁에서 한글만 쓰기가 거의 완전히 정착되어 가는가 싶더니 `세계화'를 등에 업고 한자를 배우자는 움직임이 일고, 영어 공용화론까지 거론되었다. `세계화'라는 말만 붙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것이 세계화에 발맞추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 주체를 가지고 세계화를 하는 것이지 자기를 버리면서까지 세계화를 할 수는 없다. 내적인 힘이 충분히 키워져야 남의 것을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는가. 세계화 시대를 맞아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정보를 빠르게 교환하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전문가의 육성이다.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정보의 80% 가량이 영어로 되어 있고, 국경 없는 경제 시대를 맞아 외국인과의 직간접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영어를 못하면 지식 정보사회에 낙오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영어에 대한 학습 열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영어 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진다면 모두 해결이 될 문제이다. 온 국민이 영어의 멍에를 짊어지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내 대기업에서 한 동안 한자 교육에 열을 올린 적이 있다. 한·일·중 동양 3국이 같은 한자를 쓰고 있기 때문에, 한자를 배워 두면 한·일·중 무역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는 얕은 생각이 발단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동양 3국의 세 나라는 제각기 다른 글자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한자 망국론을 주장하다가 `주음부호'를 만들어 쓰며 지금은 `간체자'까지 나오게 되었고, 대만은 전래의 한자를 지키고 있다. 일본은 2차 대전 전 3,000여 자를 쓰다가 전후 1,945자를 제한하여 썼으며 지금은 일본 특유의 `약자'를 만들어서 쓰고 있다. 일본은 일본 글자의 결점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자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한자를 쓰지 말자는 그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일본의 한자 폐지론자는 `가나'만으로 쓰자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로마자로 쓰자는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국보 70호인 `훈민정음'을 전 세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물로 인정하여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였다. 나라 밖에서는 대접을 받고 있는 한글이 왜 나라 안에서는 홀대를 받는 것일까. 우리는 언어 사대주의에 사로잡혀 우리말과 글에 대해 긍지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주체를 가지고 세계화를 해야 휘말리지 않는다. 우리 말글을 사랑하고, 우리 말글에 대하여 긍지를 가질 때 내적인 힘은 길러질 것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한자말이나 외국어로 생각하기 전에 우리 토박이말을 먼저 생각하자. 영어사전을 들추어보는 것만큼 우리 국어사전도 들추어보고 정확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하자. 우리의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간직한다면 우리말과 글은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정동환 / 한글학회 인천지회장, 협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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