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회가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키자 정부는 차마 딴말을 하지 못하고 여당 및 친여 시민단체들이 대신 나서서 그것이 북한정권의 비위를 거스려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것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나타낸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386세대로 불리워지고 노정권의 전위라 할 수 있는 임종석 의원은 더 심한 말도 서슴치 않았다. 오늘의 탈북은 자유를 위한 목숨건 투쟁이 아니고 정착금을 겨냥한 계산된 행위라고. 남북의 신질서를 어렵게 할 뿐이라고. 친북도 있을 수 있고 반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탈북자들이 정말 남한정부의 정착금에 눈이 먼 골치아픈 존재들이고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거리의 노점상들을 등쳐먹는 조직 폭력배처럼 파렴치한 돈거래꾼들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이 진짜로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인가? 정말 무엇때문에 탈북자들은 조국을 등지는가. 최근 10여 년 사이에 300만 명 이상이 굶어죽고 청소년의 평균 신장이 6cm나 줄었다는 것이 그곳을 아는 사람들의 말이다. 50년이상 김 씨 부자 통치가 계속되고 지금도 지옥같은 정치범 수용소가 있고 신문과 방송이 절대권력으로 통제되고 그래서 심지어 수십년만에 혈육의 얼굴을 대하는 이산가족면접 장소에서조차 김 부자 찬양으로 게 거품을 품어야 하는 곳이 또 오늘의 북한이다. 중국의 공안원들에 쫓기고 수챗구멍의 썩은 밥알을 주워 먹고 성매매의 노예로까지 전락하면서 남한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유추구의 난민이 아니라면 누가 난민이란 말인가. 그리고 사실 이런 난민들, 그러니가 베트남의 보트피플을 비롯하여 라오스 캄보디아 또는 티벳이나 수단 등지의 난민에게 먹을 곳과 잠자리를 제공한 것은 부끄럽지만 유일하게 미국이다. 그리고 이번의 법안도 이같은 과거지사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개념에 충실하려는 이런 법안을 마치 고의적으로 남북관계를 경색시켜 북한정권의 붕괴를 겨냥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폄하하는 것이 과연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생각인가. 오늘의 북한정권보다 열배 스무배 느슨하고 자유스러웠던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못박고 투쟁했던 것이 우리 남쪽사회의 시민의식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그때 그렇게 싸울때 미국이나 기타 자유국가의 지식인들이 박 정권이나 전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순리니 저들을 외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면 우리는 그토록 비굴한 그들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했을 것인가? 정말 말을 바로 해보자. 북한의 생트집잡기와 떼쓰기는 세계가 오래전부터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정권이 상대방이 할말을 하고 따질 것을 따진다고 해서 문을 걸어 닫고 전쟁질이나 일으킬 만큼 무모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북한은 그렇게 한심스럽도록 감상적인 집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을러댈때 을러대고 챙길것 제때에 챙기는 비상한 실리추구의 권력집단일 뿐이다. 문제는 남쪽에 있다. 인간 이하의 조건에서 몸부림치는 탈북난민을 진정으로 우리민족으로 인정한다면 진정으로 구구하고 오죽잖고 비이성이며 반인류적인 해괴한 논리와 말장난들을 집어치우고 절박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마지막 한사람에게까지 손을 뻗쳐야 하는 것이 자유를 누리는 자의 의무이며 숙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때 자유를 말하고 인권을 말하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또는 그 그늘에서 놀기를 좋아하면서 부르짖는 자들의 외침과 그것을 도우려는 자들의 속내마저 오로지 불신의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어찌 한심스럽지 않겠는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에 대해 구구한 군더더기를 붙이면서 외면하는 그 순간 그 존재는 반자유 반인류의 하수인이 될 뿐이다.나명렬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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